GLITCH COFFEE & ROASTERS 스즈키 키요카즈

GLITCH COFFEE & ROASTERS

스즈키 키요카즈

찻집 문화가 뿌리내린 진보쵸의 '크레이지' 한 커피 전문점의 집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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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세계로 커피 문화를 전달한다’ 를 컨셉으로, 2015년 진보쵸에 오픈한 싱글 오리진 커피 전문점 GLITCH COFFEE & ROASTERS. 라인업을 엄선해,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커피만을 제공한다’ 라고 하는 창업자 스즈키 키요카즈씨에게,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존칭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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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스며들지 않은 장소

헌책방이나 찻집이 많은 도쿄 진보쵸에, 커피에 빠삭한 외국인 고객들로부터 ‘크레이지’ 하다고 평가받는 커피점이 있다. 바로 2015년 4월에 오픈한 GLITCH COFFEE & ROASTERS이다. 창업자 겸 오너 스즈키 키요카즈는 이렇게 말한다.

「싱글 오리진에 약배전만 취급하고 있는 라인업도 매니악하고, 심지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한잔에 35,000원) 커피도 있죠. 세계의 여러 카페를 돌아 다닌 외국인들은 역시 저희를 미쳤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왜 시부야같은 곳에 가게를 내지 않고 이런 찾아가기 어려운 장소에 가게를 낸 거야?’ 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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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세계로 커피 문화를 전달한다’ 를 컨셉으로, 커피를 좋아하는 외국인을 타겟으로 한 글리치 커피에서는, 가게의 로고를 일본풍으로 만들고, 카운터의 벽에는 옥석을 깔아 두는 등, 일본스러움을 다양한 곳에 표현하고 있다. 그런 디자인을 좋아하는 외국인 손님도 많지만, 일본 커피 팬들의 마음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어째서 진보쵸에 가게를 열었던 것일까.

「처음 왔을 때 이 지역은 아무것도 스며들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황궁과 신사가 가까이 있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도 있었지요. 그리고 이 동네는 ‘장인의 마을’이라고 하기도 할 정도로, 몇대째 이어지는 가게도 드문드문 있습니다. 그렇게 이 마을은 옛날부터 변하지 않고 수십 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유행을 타는 동네가 아니여서, 가끔 버블티 가게가 생겨도 금방 망해 버립니다. 알려지긴 어려울 수 있어도, 꾸준히 몸집을 불려 몇 대에 걸쳐 이어지는 카페를 만들려면 이 곳 밖에 없다고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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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콩의 ‘순수성’ 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즈키의 성격은, ‘블렌드는 일절 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로스팅 커피밖에 팔지 않는다’ 라고 하는 가게의 컨셉에도 나타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바리스타 등의 의견을 들어가며, 제가 맛있다고 납득한 것밖에 팔지 않아요. 사업적으로는, 강배전이나 블렌드도 취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들이 좋아하지 않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보다, 고객님들의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저희가 좋다고 100% 확신하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글리치 커피의 직원들은 모두 자신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이건 꼭 추천해요!’ ‘꼭 이걸 먼저 마셔보시는 게 좋아요!’ 라고 열심히 권유하고 있다.

또, 쓴 커피를 원하는 손님에게는, 강배전을 하면 생두가 타버려 맛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기에 그러한 커피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을 한 뒤,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약배전 커피를 마셔보게 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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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많은 손님들을 억지로 맞춰가며 커피를 제공하면, 생산자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생산지를 찾아가 열심히 일하는 생산자나, 노동자로서 일하는 누군가의 어머니, 일을 돕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과 마주하면, 어디서 재배된지 모르는 생두와 섞는 행위(블렌드)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싱글 오리진을 고집하는 것은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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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만으로 자립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즈키가 커피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23세 무렵이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회사 일을 시작한 지 1년차에 ‘계속 할만한 일은 아니다’ 라고 실감했다고 한다. 미용사가 되거나 기획사에 들어가 자신들의 꿈을 이루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정해진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새로운 삶을 바라는 마음은 날이 가면 갈수록 커졌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일하면서 다양한 꿈을 찾아 나갔다고 한다. 평일 밤과, 휴일을 풀로 활용해 자동차와 오토바이 수리, 액세사리 제작, 도예, 유리세공 등 다양한 세계를 경험한 끝에, 스즈키는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기술이 있으면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고 제 스타일대로 일할 수 있잖아요. 수염을 기르든, 머리카락이 길든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요.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살아가는 데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죠.」

하나에 깊게 빠지는 성격인 스즈키는 도예 학원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은 도예 기구를 사고, 집의 가마를 이용하여, 접시와 컵을 구워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제가 잘 만들었다고 느낀 작품을 친구에게 줘도 고맙다는 말만 했을 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제가 만든 티셔츠와 액세사리를 주었을 때도 느낀 것은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만족을 사업으로서 이루어 내는 것은 어렵다는 걸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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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역시 후보군 중 하나였다. 자신이 사온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집에서 생두를 볶기 시작하였고, 산지에 따른 맛 차이에 흥미를 느끼면서 커피의 세계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병으로만 살 수 있는 와인과 달리, 커피는 볶거나 추출하는 등 손볼 여지가 많다 보니 이것저것 제대로 시도해보게 되었어요.」

고민하는 스즈키에게 커피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집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커피로 내려 친구에게 주었는데, 모두가 맛있다며 더 마시고 싶다고 기뻐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이 만든 걸 전달했을때 만족도가 높았던 것이 바리스타의 길로 가는 결정적인 한방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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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를 자랑할 수 있는 가게로

이렇게 해서 스즈키는, 일본의 바리스타 챔피언이 경영하는 카페에서의 근무하기 시작하여, 에스프레소 카페(Paul Bassett)에 취직하였다. Paul Bassett은, 최연소(25세)로 바리스타 세계 챔피언이 된 호주인의 폴 바셋이 프로듀싱한 가게이다. 덧붙여 일본의 커피 업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 중에는 Paul Bassett 출신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5년 정도 일을 배운 뒤에 독립할 생각이었던 스즈키가 그곳에서 12년이나 근무한 것은, 단기간에 돈을 모으기 어려웠던 것은 둘째치고, 그 카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즈키는 수석 바리스타 겸 수석 로스터로서 현장을 통괄할 뿐만 아니라, 한국으로의 진출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등,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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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 있었던 만큼, 독립 후에 오픈할 가게의 구상도 차분히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호주의 커피 문화가 세계에서 제일 뛰어나다’ 라고 믿는 폴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하기 5년때쯤 되었을 무렵부터 생각에 변화가 생겼어요. 해외의 커피 문화를 접하면 접할수록, 핸드 드립이나 찻집같은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가 외국인에게 칭찬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는 한편, 자국의 문화를 자랑하는 일본인이 없다는 것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죠.」

자국의 커피문화에 자부심을 가지는 호주와 이탈리아에서는 그 나라의 문화에 밀려 스타벅스가 문을 닫기도 한다. 한편, 그러한 자부심이 없는 일본에서는, 해외의 커피 가게가 일본에서 사업을 전개할 때마다 일본의 커피 문화가 침범당하고 있었다. 스즈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커피 업계에 종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일본에 태어난 의미는 무엇인가, 일본에 어떻게 공헌해 나가면 좋은 것일까… 그러한 물음과 마주하던 도중 태어난 컨셉이, 일본에서 세계로 커피 문화를 전파한다는 컨셉입니다. 블루보틀 커피가 핸드드립을 도입한 것처럼, 일본 특유의 문화인 핸드드립은 외국인에게 호평을 받고 있죠. 일본 문화를 자랑할 만한 가게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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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의 매력을 꾸준히 퍼트려 나가다

스즈키가 가게 이름으로 사용한 glitch라는 영어 단어에는, 오류라는 뜻이 있다. 롯 하나하나에 레시피를 만들어, 로스팅, 추출까지 데이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가정 하에, 오류에 의한 생각지도 못한 우연이 예상외의 발견을 낳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이력으로서 남겨 두어야 하고, 스태프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만,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입니다. 커피의 향기와 맛을 내거나 더 맛있게 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시피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법이죠. 저만 맛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직원 모두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소통하며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글리치에서는 신입 바리스타 스태프에게 반드시 핸드드립을 시킨다고 한다.

「90% 정도는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는 반면, 나머지 10% 정도는 신입에게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이 보이게 되고 그게 제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저 혼자 계속 핸드드립을 하고 있으면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엇인가 혁신적인 발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워져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발전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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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높은 레벨을 추구하는 글리치는 현재, 진보쵸외에 아카사카 점포(당시 휴업중)와 나고야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나고야 지역은 강배전이나 코메다 커피가 침투한, 커피 업계의 경쟁이 심한 지역이다. 찻집 문화가 뿌리 깊은 나고야에서는, 주말엔 가게 밖에 행렬이 생길 정도로 활기가 있지만, 도쿄와는 손님층이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싱글 오리진이나 강배전, 약배전의 차이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에게, 약배전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커피 색깔부터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어요. 다만 싱글 오리진이나 약배전의 가치를 전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습니다. 생산지나 농장에 정성을 쏟은 커피보다, 잘생기거나 예쁜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나 멋있는 라떼아트를 손님들이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그래도 생산지를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스페셜티 커피의 매력을 꾸준히 퍼뜨리는 것뿐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더 넓고 깊게 커피를 파악하고 가치를 매겨 나가야 하며, 일반 소비자들은 커피의 좋고 나쁜 맛을 아는 미각을 가지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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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이 닿는 범위에서 점포를 다루고 싶다고 말하는 스즈키는, 더 이상 점포를 확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저희에게서 독립하는 스태프가 하나 둘 늘어나는 게 이상적이에요. 가게 이름도 가게 형태도 스스로 정하게 하고 있지요.」

글리치는 개업후 약 6년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 독립한 바리스타는 8명이나 된다고 한다. 주변에 개업한 선배들이 있어 그 뒤를 따르기 쉬워지는 선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그 밖에 장치를 대여하거나 제공하고, 상담을 해주는 등, 스태프가 독립하는데에 있어서 다양한 지원도 무상으로 해주고 있다고 한다.

「지금, 세계적으로 마이크로 로스터나 약배전에 특화된 가게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이 주류였던 와인시장이, 산지나 제조법에 따라 점점 트렌드가 다양하게 바뀐 것처럼, 약배전이 주류가 되어 강배전을 그리워할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글 : 나카미치 타츠야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일이 아닌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커피를 내어주거나, 누군가가 내어주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생두를 볶는 소리와, 방 안을 채우는 향기를 통해 정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인스턴트 커피에는 느낄 수 없는 만족도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하여' 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행복하게 해주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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