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AD Jordi Mestre / FRAN GONZÁLEZ

NOMAD

Jordi Mestre / FRAN GONZÁLEZ

산다는 건 변화하는 것. 커피와 함께 미지의 내일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관광 대국 스페인. 그중에서도 1년 내내 기후가 온화하며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인 바르셀로나는 관광지뿐만 아니라, 이주처로서도 인기 높은 곳이다. 그런 바르셀로나에서 코로나 이전부터 ‘커피 투어리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카페 투어를 여행의 목적 중 하나로 삼는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가 로스팅 커피집인 NOMAD도 여행객들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2011년에 문을 연 이곳은, 영국 런던에서 키친카로 커피를 판매하다가 2014년, 바르셀로나에 COFFEE LAB&SHOP을 오픈했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전혀 뿌리내리지 않은 곳에서 처음부터 땅을 경작해온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조르디(Jordi Mestre)가 혼자 시작한 사업은, 9년 동안 약 30명의 스태프가 함께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NOMAD가 로스팅한 커피는 세계 45개국, 205개 도시에서 판매되고 있다(2022년 말 기준). 현재는 국외 부문의 매상이 전체 매상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NOMAD는 SNS에서의 PR을 제외하고 영업이나 광고 등 상업적인 액션을 취한 적이 없다. 좋은 품질과 일관성 유지에 집중해온 결과로,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선택받는 가게로 계속 성장해 온 것이다. 이러한 NOMAD의 핵심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CEO인 조르디와 헤드 오브 커피인 프란(FRAN GONZÁLEZ)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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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것인가라는 마음이 정한다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을 ‘노마드 워커’라고 부르듯이, 가축을 데리고 계절과 식량 사정에 맞추어 거주지를 바꾸는 유목민에게서 파생한 말인 ‘노마드’는 자유를 구가하는 삶의 방식으로 세상에 널리 침투되어 있다.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에게 자유는 동경의 대상이 되지만, 뿌리를 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유는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때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하는 타이밍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 유목민처럼 계속 존재해온 NOMAD에게 2021~22년 사이에 운영하는 가게를 4곳에서 2곳으로 줄인 경영 판단은, 진화를 위한 ‘발전적 철수’였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축소와 철수는 부정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다른 사업에 더 주력할 수 있게 된 덕분에 4곳을 운영하던 때보다 더 많은 매상을 올렸다고 한다.

조르디 “코로나 소용돌이가 진정되고 바르셀로나에 관광객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쇼룸 같은 Lab&Shop에서는 바리스타를 3명에서 5명까지 늘리는 등 상황에 맞추어 조직 체제를 최적화했습니다. 덕분에 한 사람당 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때그때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생각에서 역산해, 최적의 답을 도출해보고 있습니다.”

지금 NOMAD는 “커피를 더 심도 있게 배우고 싶다”라는 여성 스태프의 의사를 구현화 하기 위해 커피 아카데미를 설립하려 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더욱 침투시키기 위해서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바리스타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르디 “NOMAD는 자신의 마음에 따라 살아가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30명 정도의 스태프가 함께하는 NOMAD 자체가 지금의 모습을 목표로 삼아 성장해온 게 아니니까요. 우리 자신을 믿고 해야 할 일을 착실히 해왔더니 지금에 도달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기에 내년의 매상 목표나 KPI 등은 설정하지 않았으며, 고객이 있는 곳에 찾아가 커피를 판매하려고 한 적도 없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삶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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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nomad

한번 알고 나면 더는 돌아갈 수 없다

조르디가 창업한 NOMAD의 역사는 런던의 이곳저곳에서 주말에만 영업하는 키친카에서 시작됐다. 매상은 하루에 3~4만 엔 정도였으며, 1달에 15만 엔 정도였다. 원가와 경비를 제외하면 영국 생활에 필요한 수입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했다. 당시, 다양한 로스터에게 배전두를 사들여 바리스타로서 손님에게 커피를 선보였던 조르디의 가슴 속에는 좀 더 커피를 배우고 싶은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스페인에는 아직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싹이 없다는 걸 깨달은 조르디는 바르셀로나를 거점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창업 준비를 진행하면서 당시 다른 카페에서 근무 중이었던 프란을 만나게 되었다.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에서 레스토랑 웨이터로 근무하고 있던 프란은, 더 전문적인 일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이주해 커피 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국내 바리스타 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2012, 2013년)하고, COFFEE LAB을 오픈한 조르디에게 프란이 커피에 대해 다양한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상담해 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됐다.

프란은 스페셜티 커피의 가능성을 믿는 조르디의 삶의 방식에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도 프란 자신이 스페셜티 커피의 심오한 세계를 엿본 이상, 더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NOMAD가 2014년에 설립한 COFFEE LAB은, 바르셀로나 최초의 일반 고객용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었다. 조르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카페에 배전두 판매 영업 담당자를 고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보긴 했다. 하지만, 애초에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스페셜티 커피를 알지 못했다. 그 매력을 아는 사람을 늘리려면, 먼저 트레이닝을 통해 긴밀하게 전파하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이후, NOMAD는 바리스타(아마추어)용 프로그램부터 커핑 경험이 없는 일반 손님용 워크샵, 프로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프로그램까지 여러 타깃에 맞춘 트레이닝을 제공해왔다. 현재도 트레이닝은 NOMAD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강좌를 열고 있다. 바리스타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스태프용, 외부 참가용으로 나누지 않고 완전히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조르디 “우리의 모토는 ‘Sharing is Caring=쉐어하는 건 케어하는 것’입니다. 커피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눈앞에 있는 한 잔의 커피와 우리 일의 가치를 더 좋게 평가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프란 “강좌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해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끓일 수 있게 된 손님들은 적당히 끓인 맛없는 커피로 더는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스페셜티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커피샵에 오는 손님들도 늘어나죠. 그것이 우리가 바르셀로나에 가져온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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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듯하면서도 멀리, 먼 듯하면서도 가까이

업계와 분야를 불문하고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속인화’라는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NOMAD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겸 컨설턴트인 스콧 라오에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프란이 구축한 프로토콜에 따라 품질의 일관성을 담보하고 있다. 프로토콜은 재현성을 높이기 위해 수립되어 있기 때문에, 배전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가르치는 편이 훨씬 더 쉽다고 한다.

지식과 프로토콜을 제공해 바리스타와 로스터를 육성시킬 수는 있어도 인격은 성장시킬 수 없다. 이러한 생각에서 NOMAD는 채용 시에 팀워크와 협조성을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원자가 발생하면 빈자리 유무와 관계없이 면담을 진행하는데, 언젠가 함께 일하게 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밖에 NOMAD의 트레이닝에 참가한 사람들을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있다.

프란 “팬들이 많다고 해도, 직장 내 분위기와 인간관계가 믿을 수 없이 좋으며, 모두 이상한 오기나 자만심이 없습니다. 또한, 조르디를 필두로 삼아 스태프의 의견과 제안에 귀를 기울여 회사의 방침을 정하는 문화가 침투되어 있습니다. NOMAD의 이런 점들을 좋아합니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전 세계에서 아무리 지명도와 영향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NOMAD는 다른 로스터와 업계의 동향에 흔들리는 일 없이 자신들의 내면과 마주하면서 진화를 이뤄왔다. 하지만, 때로는 자기 평가와 타자 평가에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프란 “아마도 최근 몇 년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에 꽤 주력해온 것도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역 사람들에게 NOMAD가 어울리기 힘든 존재가 되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그때, 프란은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커피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열고, 스페셜티 커피와 관련된 이벤트에 되도록 나가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커핑 강좌를 열기도 하고…… 그렇게 NOMAD는 먼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어필했다.

조르디 “NOMAD에는 매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사가 한 곳도 없습니다. 판매처는 모두 소규모 커피샵입니다. 우리에게 최고의 고객은 배전두를 많이 구매해주는 가게가 아닌, 우리의 일을 이해하고 표현해주는 가게입니다. 인간관계가 좋으면 일도 원활하게 진행될 거라고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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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걸고 싶은 일과 만났다

예전에 어느 길 위에서 연주하며 노래하는 뮤지션이 있었다. 밴드를 꾸리더니 라이브 하우스 등에서 조금씩 팬을 늘려간 그들은, 어느새 몇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장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들의 노래를 수록한 음반이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금, 그들은 팬들과 예전처럼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곡 한 곡에 담긴 마음과 영혼은, 소리에 실려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있다.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NOMAD의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있는 것도 그와 같다.

조르디 “예전부터 종종 안티 비즈니스라는 말을 해왔지만, 비즈니스로서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해온 건 아닙니다. 한 잔 한 잔, 봉투 하나하나, 개미가 땅을 기듯이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을 끊임없이 쌓아온 결과, 지금에 이른 거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건, 문제가 발생해 멈춰 서거나, 일시적으로 후퇴해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NOMAD에서 일하는 우리에게는 NOMAD와 스페셜티 커피가 라이프스타일이며, 더 좋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에 인생을 걸고 계속 탐구해 나가고 싶습니다.”

계속 변화하기에 일이 재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NOMAD에서는 3개월에 한 번씩 취급하는 커피를 모두 바꾸고 있다. 주방이 있는 가게에서는 매일 메뉴를 바꾸며, 가게는 2~3년마다 인테리어를 바꾼다. 런던의 길모퉁이에서 커피를 한 잔씩 건네던 시절의 스피릿을 가슴에 품으며 ‘언제나 뭔가가 새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프란 “스페셜티 커피 일을 하게 된 지 약 10년. 한 잔의 커피 속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면 보일수록, 감동이 깊어지고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맛있는 커피를 찾아내는 일도, 그것을 로스팅하는 일도,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도, 모두 좋아합니다.”

조르디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데, 거래처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동료도 그렇고 서플라이어도 그렇고,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는 매우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분명 그 대다수가 커피를 향한 열정으로 이 업계에 뛰어들었겠지요. 일이 거의 취미 같아서 어느 정도는 천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두 아득바득거리는 일 없이 멋진 모습으로 일하는 거겠지요.

글: 나카미치 타쿠야
번역: 박현아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조르디: 저는 자칭 ‘커피 여행가’입니다. 전 세계의 도시에 찾아가 유명한 커피집과 반짝반짝 빛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커피집을 돌아보면서 현지에서 커피를 즐기는 모습과 커피가 있는 생활을 탐구합니다. 그런 시간들이 즐겁습니다.

프란: 저는 늘 아무도 오지 않은 이른 아침에 출근합니다. 직접 끓인 커피를 아무도 없는 조용한 가게에서 느긋하게 마실 수 있거든요. 하루의 계획을 세우면서 그날의 첫 번째 커피를 즐기는 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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