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o Amsterdam 미첼 라 그라우 오누키 / 카호 오누키

Sango Amsterdam

미첼 라 그라우 오누키 / 카호 오누키

최소 단위로부터 세계는 변한다, 커피로 건네는 확실한 ‘진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 이뤄지는 일본의 전통 생활 양식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2021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탄생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Sango Amsterdam(이하 Sango). 창업자는 공사 구분 없는 파트너, 미첼과 카호다.

기후 변화는 심각한 문제이며 커피와 지속 가능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렇게 생각하는 두 사람은 매장 접객과 워크샵 등 직접 만나는 기회를 통해 환경에 대한 의식 변화를 사람들에게 알려왔다. 두 사람은 왜 사람들과의 면대면 교류에 중점을 두었을까? 그 진의를 알아보았다.

지속 가능성의 범위를 넓히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은 때로는 누군가의 칭찬을 부른다. 하나의 예로 일본어의 ‘もったいない(못타이나이, 아깝다)’라는 단어에 투영된 일본 문화의 정신을 들 수 있다. 2004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케냐인 여성인 왕가리 마타이가 ‘MOTTAINAI’를 세계 공통어로 알리겠다고 하여 주목받았다. 물건을 함부로 쓰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자는 MOTTAINAI 정신은 지구 환경에 부하를 가하지 않는 생활 양식과도 통한다.

Sango를 창업한 미첼과 카호에게도 MOTTAINAI는 신선한 감동을 가져왔다. 두 사람이 사귀게 된 후 일본에 사는 카호의 조부모 댁을 갔을 때 그들이 미첼에게 건넨 선물은 보자기와 포장지로 정성스레 싸여있었다.

카호 “네덜란드에서 기본적으로 선물은 가게에서 받은 비닐봉지와 종이로 가볍게 포장하는 게 다예요. 받은 사람도 감사를 표하며 그 자리에서 포장지를 갈기갈기 찢어 풀어 보는 것이 일반적이죠. 비닐봉지와 종이는 단순한 포장일 뿐이니 거기에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담으려고 의식하지 않습니다.

한편,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주신 선물은 풀어보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어요. 우리 부모님은 일본인이지만, 어렸을 때 5~6년밖에 일본에서 살지 않은 저에게는 역문화 충격이었죠.”

그 정신은 Sango에도 깃들어 있다. 커피콩 껍질과 폐기물로 만든 생분해성 컵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및 금속제 빨대, 낱개로 소분되어 있지 않은 각설탕 등, 환경을 배려한 면모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미첼 “이런 활동이 손님과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환경 문제를 의식하게 된 손님이 댁에서도 환경친화적인 삶을 실천한다고 들으면 기뻐요. 그들을 통해 친구와 가족에게까지 환경친화적인 활동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카호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연세가 있으신 손님이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산 저렴한 커피에 익숙한 분들은 처음에 ‘왜 이렇게나 커피가 비싸죠?’라고 말씀하세요.

그때 우리는 생산자에게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기 위해 적절한 가격을 설정했고, 여러 방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실천한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설명을 듣고 납득하신 뒤에 우리 가게 커피를 드신 손님이 단골이 된 사례가 많아요.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이전까지 익숙했던 습관과 사고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마시는 커피를 스페셜티 커피로 바꾼다는 변화가 이뤄졌을 때 매우 충실감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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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미래’를 피하기 위해

미첼과 카호는 흔히 말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다. 예를 들어 일회용 종이 기저귀가 아니라 세탁해서 여러 차례 사용할 수 있는 천 기저귀를 쓰기도 하고, 새것밖에 선택지가 없을 때를 제외하면 대개 중고를 구입하기도 한다. 생일에 지인이 갖고 싶은 물건이 뭔지 물어보면 “네가 먹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거(소비할 수 있는 것)를 파티에 들고 와.”라고 말한다.

카호 “하지만 지속 가능성을 의식해서 하는 건 아닙니다. 오랜 세월 이어온 거라 이제는 그냥 습관이 됐어요. 우리 집에 놀러 오신 분들은 ‘물건은 어디에 있어?’라고 놀라는데 물건을 많이 소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거든요.”

미첼의 가슴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커피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수강했던 20대 초반 때였다. “기후 변화로 인해 2050년에는 아라비카종 커피 재배에 적절한 토지가 현재의 50% 수준까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들었을 때 싹튼 공포심이 리얼한 위기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 나고 자란 미첼에게 기후 변화는 원래 자주 듣던 문제이기도 했다. 어릴 때 겨울이면 한 달 동안 눈이 내리는 것이 당연해서 체육 수업은 매일 얼음 위에서 해야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눈이 내리지 않았고 2012년을 마지막으로 암스테르담 시내를 흐르는 운하는 얼지 않게 되었다.

미첼 “지구 여기저기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와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마다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0년에 아들이 태어났는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면서 위기감이 더욱 증폭됐습니다.”

한편, 카호는 지속 가능성과 공정 거래에 대한 인증 관련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커피의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다. 이윽고 미첼에게 자극받아 커피에 빠진 카호는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2년 반 정도 일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더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카호 “이대로라면 제 아들이 20살이 됐을 때 매일 커피를 마시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정말 무서운 미래입니다. Sango는 미첼과 저, 직원 몇 명이 운영하는 규모라서 가능한 일이 한정적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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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에서 탄생한 ‘환상의 호흡’

미첼이 커피 세계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라테 아트다. 직경 10cm도 안 되는 컵을 캔버스로 삼는 예술의 세계에 창의성이 자극받은 것이다. 미첼의 목표는 라테 아트 대회 세계 챔피언인데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미첼 “대회에 참가하면 더 노력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를 받습니다. 심사위원이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시면 다른 시점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창의성이 높아지고 실력 향상 속도도 빨라집니다.

제가 그린 라테 아트를 보고 직원들과 손님들이 ‘아름다워요.’라고 해주시면 정말 기쁘지만, 더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속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작품에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 도전이야말로 라테 아트의 묘미입니다.”

미첼은 자타공인 ‘크리에이티브한 인간’이다. 커피 라벨과 로고 등은 모두 자신이 디자인한다. 문득 떠오른 멜로디를 바탕으로 작곡하는 뮤지션처럼 집에서 갑자기 패키지 디자인과 상품명을 떠올리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런 미첼은 예전에 갑자기 생각나서 20k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스케이트보드로 간 적이 있다. 2시간 걸려 도착했을 무렵에는 기진맥진해서 똑바로 서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2016년에는 하늘에 태양계 5개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현상(행성 퍼레이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에 집을 나와 편도 10km 이상 걸은 적도 있다. 그날은 아침 8시부터 일을 해야 했지만, 망설일 이유는 되지 않았다. 게다가 미첼은 그날 밤에 (새벽하늘과는 다른) 밤하늘 행성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다시 집을 나왔다.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을 한다. 거기에는 목적도 의도도 없으며 그것이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지도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미첼의 ToDo 리스트에는 ‘네덜란드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약 300km를 도보로 종단하기’라는 계획이 적혀있다.

카호 “우주에는 별이 아주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에도 다양한 품종과 생산지, 정제 방법, 플레이버가 있어요. 분명 미첼은 무한의 가능성에 매료된 것 같아요.”

미첼 “맞습니다. 그래도 평생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커피를 맛보기는 어렵고 모든 별을 보는 것도 불가능하죠. 이 여행은 끝내지 않았기 때문에 라테 아트로 일단 마무리하고 누군가에게 그것을 제공하여 심적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두 사람은 사귄 지 8년 가까이 됐다. 창조적인 일을 담당하는 미첼과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일을 담당하는 카호. 서로의 역할 분담은 논의해서 결정하지 않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부분을 맡게 되었다. 의사 결정을 실시할 때 의논과 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없었다.

카호 “우리는 전혀 다른 인간입니다. 미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은 제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건 멋진 일이죠.”

세상에는 사생활 파트너와 사업을 하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창업 전, 파트너와 사업을 운영하는 미첼의 어머니도 “정말 둘이 사업할 각오가 되어 있니? 간단한 일이 아니란다.”라고 충고하셨으나 두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카호 “물론 집에 일을 가져온 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으로 우리의 관계는 금 가지 않아요. 우리는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환상의 호흡이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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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세계에서 ‘진실’을 전하다

2016년, 정부가 ‘2050년까지 Circular Economy(순환 경제)로 완전히 이행한다.’라고 선언한 네덜란드는 국제 사회에서 환경 선진국으로 여겨진다. 특히 암스테르담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음악 페스티벌 ‘DGTL(디지티엘)’ 등 순환 경제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선진 도시다.

그러나 암스테르담에 사는 두 사람에게 ‘환경 선진국/도시’라는 인식은 진실이 아니다.

카호 “적어도 개인 수준에서는 전혀 선진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전혀 분리 배출하지 않고 길바닥에 쓰레기가 뒹굴고 있죠. 컨셉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이 적은 현실에는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쉽게도 지속 가능성을 마케팅에 사용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그린 워싱=실태와 상반된 환경 활동’도 보이기도 하고요.”

※ Photo:Evelin Földvári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Sango에서 주력하는 것이 주 1회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워크숍이다. 참가자는 각자의 입장, 속성, 연령대도 다양하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인원은 8명까지로 제한한다. 현재는 3개월 뒤까지 예약이 차 있어서 빈도를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미첼 “워크숍에서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것은 매번 같은 것을 가르치는데도 같은 내용의 워크숍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죠. 설령 참가자가 같다고 해도 1회차와 2회차는 달라집니다. 참가자도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성격부터 미각, 라테 아트 그리는 방법, 반응과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각인각색입니다.

워크숍에서 항상 말하는 건 ‘저와 똑같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왜 제가 이렇게 하는지는 설명하겠습니다.’입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우리의 코어에 계속 충실해지고 싶거든요.”

미첼과 카호는 29살이다. 친한 지인은 두 사람을 두고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른다. 젊은이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키에 어울리지 않는 야심도, 존재의 불안함에서 오는 과잉 행동도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카호 “개인적으로 친밀한 교류를 하면 더 깊게 진실을 알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전 세계 사람에게 공통되는 진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저와 미첼이 생각하는 진실입니다. 진실은 매우 주관적이라서 그것을 받아들일지, 믿을지는 상대방에게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알고 있는 일, 배워온 일을 가능한 한 정직하게 공유하는 것밖에 없어요. 제 부모님은 항상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작은 것을 쌓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재방문해주시는 거로 생각합니다.”

글 : 나카미치 다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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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미첼 : 이 일을 하면 하루에 커피를 많이 마실 거로 생각하시지만 마셔봐야 1, 2잔입니다. 관련 종사자 모두의 노력이 응축된 한 잔과의 연결고리를 느끼고 싶기 때문에 서서 마시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에게 커피를 내려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마시면 그만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카호 : 최근에 둘째가 태어났는데 임신 중에는 하루에 한 잔밖에 커피를 마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한 잔이 맛있는지가 매우 중요했고 미첼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더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임신 중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커피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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