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STERS COFFEE SHINSAIBASHI 덴만 잇코

THE ROASTERS COFFEE SHINSAIBASHI

덴만 잇코

다른 사람이 내려준 커피입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행복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외국인 관광객부터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도시’ 오사카 미나미 지역. 이 도시의 로스터리 카페 ‘신사이바시 배전소(THE ROASTERS COFFEE SHINSAIBASHI)’는 자가 배전 커피를 일반 고객 외에도 약 120곳의 거래처에 판매한다. 

덴만 잇코 씨는 2017년에 입사하여 이곳에서 생두 소싱부터 로스팅까지 담당하고 있다. 인쇄 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했을 때 우연한 계기로 커피에 매력을 느낀 덴만 씨. ‘언젠가 내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라는 꿈을 가진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자.  

‘아직도 병아리’ 배전사

오피스 빌딩과 상업 시설, 호텔 등이 즐비한 오사카의 대동맥, 미도스지의 뒷골목으로 가면 모던하고 목조 전통가옥 느낌의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붕어빵과 시폰 케이크 가게와 배전소가 있다. 창구는 따로따로지만 가게 내부 주방은 뻥 뚫린 단층 구조이고 ‘길거리 푸드코트’를 연상시킨다. 2층 테이블에서 먹는 것도 가능하고 테이크아웃 손님도 많다.

가게 내부에도 로스팅 기계가 있는데 공유 로스터로 빌린 로스팅 기계(Loring 7kg)도 사용한다. 헤드 로스터인 덴만이 가게에서 로스팅하는 것은 주 2~3회 정도이다. 그 외에는 가게에서 일하지 않고 카페와 레스토랑 등의 거래처와 커뮤니케이션할 기회도 적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담당자가 대응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가끔 손님들이 메일과 리뷰로 ‘맛있어요’라고 만족하신 감상을 남겨주시는 게 소중하고 동기부여가 됩니다. 다만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어요. 손님들의 의견 하나하나에 너무 흔들리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손님들의 의견을 무시하려는 것도 아니고 귀를 닫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로스터로서 손님들 시선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독선적으로 행동하지도 않는 딱 중간을 찾고자 한다고 할까요?

저는 제 감각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가게의 커피를 자주 마시러 다닙니다. 다행히도 미나미 지역은 훌륭한 로스터가 많아서 교정을 통해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일반적인 범주 안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하기 위해 여러 선택지를 늘려간다고 볼 수 있죠.”

덴만은 2022년 일본 전국 로스터가 로스팅 기술을 겨루는 대회(JCRC)에 출전하여 결승에 진출하여 5위라는 성적을 남겼다. 제삼자에게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나는 병아리’라고 생각하는 인식은 변함없다.

“겸허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업계를 둘러보면 경험이 적은 편이기도 하고 다른 로스터의 커피를 마셔보면 경험이 일구어낸 깊은 맛을 느끼거든요. 극단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저는 오사카에서 가장 서툰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그래서 설령 앞으로 JCRC에서 우승하더라도 제가 내리는 평가는 변함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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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면 질리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덴만은 대학생 시절에 대형 커피 체인점에서 3년 정도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는데 졸업 후에 신입으로 입사한 곳이 인쇄 회사였다. 기성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제안 영업과 같은 일에 매료되었다.

고객 연구를 위해 해당 기업의 상품을 구입하고 팸플릿과 DM 등을 확보한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홍보물을 제안해서 신규 고객 확보로 연결하는 것이 업무의 대체적인 흐름이었다. 

이러한 그가 갑자기 커피에 눈을 뜬 것은 입사 2년 차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방문한 사카이시의 도이커피가 계기였다.

도이커피에서 몇 종류의 커피콩을 샀는데 영업상 결과를 남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기왕 있으니까 마셔볼까 하는 마음으로 핸드밀을 사서 커피를 내렸는데 그 맛에 마음이 요동쳤다.

“가루로 갈자마자 위에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생명을 불어넣은 듯이 가루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두근두근했어요. 그전까지 마신 커피와는 신선함이 달랐던 거겠죠. 게다가 커피콩의 종류에 따라 맛도 전혀 달랐어요. 커피의 정의가 바뀜과 동시에 앞으로 더 재밌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맛있는 커피와 만나기 위해 카페 투어를 시작한 덴만을 커피의 늪으로 끌어들인 것은 수망배전이었다. 온도도 시간도 공정도 모두 딱히 정하지 않았는데 상상 이상으로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졌다.

“지금 마시면 맛없다고 느낄 것 같은데 단순한 운이었어요. 실제로 그 후에 수망배전을 몇 번이고 더 해봐도 같은 수준의 맛을 다시 재현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고 한 층 더 빠져들게 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수망배전과 카페 투어가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카페 투어는 후기와 가게 분위기를 참고하여 쉬는 날 하루를 통째로 투자하거나 영업처 근처에서 상담 전후에 눈에 띄는 가게를 방문해 보거나 했다. 맘에 든 가게를 발견하면 전 메뉴를 섭렵할 기세였고 적어도 연간 총 200곳을 방문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뭔가 한 가지에 몰두한 경험이 없어서 제가 생각해도 의외였습니다. 커피라면 분명 질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나중에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의 윤곽이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졌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정직원 로스터 모집’이라는 구인 광고였다.

회사원으로 같은 곳에서 3년간 일하면서 슬슬 다른 무대에서 활약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싹텄다. 그러나 약혼녀와 결혼식을 앞둔 상황이었다. 신변에 변화를 주지 않는 편이 좋은 시기라서 이직이 고민스러웠다. 아내에게 주저하면서 “언젠가 커피 전문점을 열고 싶다. 커피 일을 하며 살고 싶다.”라고 상의한 결과, 그녀는 흔쾌히 그 뜻을 지지해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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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가 없으니 자유롭게 나아갈 수 있다

수망배전을 시작 후 입사까지 약 1년간,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완성된 커피는 항상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초보자가 한 발 내디딘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로스팅 기계 사용 방법과 레시피를 배운 뒤에는 지도해 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로스팅이라기보다 단지 생두를 볶는 상태였어요. 계속 혼자서 노력해왔고 제 분수를 몰랐기 때문에 다행이었죠. 인간이란 아무것도 모를 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산속에서 수행하며 기술을 연마하는 듯한 날들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고베의 UCC(우에시마 커피 컴퍼니, 커피 브랜드)가 주최하는 로스팅 세미나였다. 처음 동종 업계 사람과 만나 외부 세계를 접하자 덴만은 본인에게 기초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덴만의 세계를 더욱 넓힌 것은 SCAJ의 경기 대회였다. 팀을 짜서 로스터들과 함께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평소에 갖고 있던 고민과 의문을 공유할 수 있었다.

“다만, 저 자신만 믿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의지하는 건 제 감각입니다. 로스팅 스승님과 선생님이 없는 것은 저의 약점이기도 하고 강점이기도 해요.”

입사한 지 곧 6년. 독립하고 싶은 마음은 가슴 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공부할 것이 아주 많이 남았습니다. 생두를 선별해서 로스팅하는 과정을 담당하는 현재의 환경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스케일의 도전을 즐기고 있어요.”

커피 팬에서 커피 전문가로

덴만은 지금이야 커피에 푹 빠져있지만,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이 중 한 명이었다. 원래는 스스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다. 가게에서 나무판자와 니스를 사서 책상과 선반을 만드는 DIY에 몰두했었다.

그렇게 된 계기는 기성품으로는 이상적인 통일감을 줄 수 없다는 답답함이었다. 덴만은 고등학생 때까지 본가에서 살았는데 일부러 멀리 떨어진 곳의 대학에 진학한 것은 자신의 취향대로 공간을 꾸미고 싶었기 때문이다. DIY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기쁨을 알게 된 덴만은 취업을 선택하지 않았다.

“완성품을 즐기는 것보다 완성까지의 과정을 즐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커피 내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바리스타가 아닌 배전사를 고른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뭔가를 배우면 오래 이어간 적 없는 덴만은 언젠가부터 ‘잘 질리는 성격’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초, 중, 고,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모두 다른 계열 종목이었다. 모두 중간에 그만두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한 가지 일을 길고 오래 하는 게 좋다’라는 가치관이 없던 덴만에게는 다른 동아리 활동으로 옮겨가는 자신을 제어할 브레이크가 없었던 것이다.

“제 성격상, 장기간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음악도 같은 아티스트의 곡을 앨범 순서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랜덤 재생하고 같은 식당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다른 메뉴를 먹어보고 싶어 해요. 장르를 불문하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는 1% 정도의 확률로 존재하는 취향 저격을 발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로스팅할 때도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는데 지금까지 제가 100% 납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러한 덴만의 인생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한 ‘취향 저격’이 커피였다.

“여러 가게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예전에 커피 투어를 했을 때의 초기 충동을 잃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제 경우, 가게에 있는 경우가 적고 이 일에 동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동기부여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벽 너머에 있는 커피 업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순수하게 즐기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지평선을 향해 나아간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그 모호함이 창의성의 원천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커피를 즐기는 방식이 다릅니다. 맛을 구별하는 힘을 길렀기 때문에 감각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맛있다고 느꼈던 커피를 다시 마시고 실망한 적도 있었지만 제가 성장한 증거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커피 팬이었던 사람이 커피 전문가로 바뀌었다. 프로가 되었지만, 업계에 동화되지 않는 자세가 유연한 사고방식을 낳았다.

“그러나 무의식중에 틀에 박힌 관념으로 커피를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협소한 세계에 갇히지 않도록 로스팅 외에도 경험하여 다양한 영감을 받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저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서랍이 열릴 가능성을 닫고 싶지 않아요. 커피의 맛은 기술뿐만 아니라 인간성과 사고방식에 따라서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까요.”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다른 사람이 내려준 커피입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행복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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