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ICA GUIDE
LiLo Coffee Roasters 나카무라 케이타

LiLo Coffee Roasters

나카무라 케이타

끝까지 즐거움을 추구, ‘어린아이’처럼 커피와 삶을 함께

유행의 근원지로 알려진 오사카 미나미 지역의 아메리카무라. LiLo Coffee Roasters는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 관광지이기도 한 이곳에서 스탠딩 카페와 레트로 카페를 운영 중이다.

창업은 2014년에 했다. 창업 때부터 가게를 관리해온 건 현재 헤드 로스터로 근무 중인 나카무라 게이타 씨이다. 그는 여러 일을 하면서 연기자를 꿈꿔오다가 30대 초반에 커피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직을 10번이나 한 그가 ‘커피와는 오래 일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와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파헤쳐 보자.   

‘사람’이 매력적인 가게를 만들기 위해

심리학 실험으로 밝혀진 ‘잼의 법칙’을 알고 있는가? 마트 시식 코너에 6종류의 잼과 24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 ‘24종류 쪽이 시식률은 높지만’, ‘구매율이 높은 것은 6종류 쪽’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은 ‘인간은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결정 장애가 생겨서 정하는 것을 회피한다’라는 인간 심리를 나타낸 것으로 기업이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이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LiLo의 메뉴판에는 24종류의 커피콩이 적혀있다(Roasters 한정). 물론 가격 차이는 있으나 어떤 메뉴 하나를 밀어주는 것 없이 평등하게 판매한다.

“일부러 고르기 힘든 상황을 연출해서 손님과 대화할 계기를 만든 거예요. 요즘은 커피 기계의 퀄리티가 높아서 기계로 내린 커피가 더 맛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맛있는 커피 자판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사람이 개입하는 의미가 뭘까 생각하다가 사람만이 가능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提供:

LiLo는 ‘사람’을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커피 전문인 12인의 직원은 모두 Instagram 계정을 갖고 있고 각각의 감성을 살린 커피와 일상을 공유한다. 가게에서 고객을 맞이할 때는 얼굴 일러스트가 그려진 명함을 주면서 커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PR한다.

“직원 간의 인기도 차이가 있는데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즐길지, 힘들다고 생각할지는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해요. 요즘 시대에 스스로 상품성을 갖지 않으면 서비스업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LiLo도 프로로서 커피콩의 품질을 보장하면서 우리 가게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LiLo의 ○○가 좋아’라는 하나의 고정 이미지를 무기로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LiLo의 직원 12명은 모두 정규직이며 지금까지 채용률은 2% 정도이다. “여기서 아르바이트하고 싶어요.”라며 지원한 학생도 손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받아준 적은 없다. 이 좁은 문을 돌파한 자는 모두 각오하고 입사했기 때문인지 입사 후 3개월 동안의 평가 기간이 끝나고 그만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래도 그만두는 사람은 있죠. 어찌 보면 창의성이 요구되는 환경이라서 매일 최소한의 일을 하는 데 그친다면 점차 힘들어질 거예요.”

각각의 장점을 살려 끝없는 즐거움과 함께 두근거림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 LiLo의 철학이므로 커피에만 얽매이지 않는다. 2022년에는 교자 가게인 ‘교자와 리로와 ○○과’와 사우나인 ‘커피 사우나즈’ 등 새로운 사업도 시작했다. 교자 가게는 (원칙상) 가게에서 커피를 팔지 않는다. 언뜻 맥락이 없어 보이지만 ‘교자와 커피는 집에서 누군가와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희가 설레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을 항상 찾고 있어요. 저는 마음이 원하는 것을 주저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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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는 어디에도 없다

아주 짧은 금발에 안경과 수염. 나카무라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 3종 세트는 LiLo를 오픈한 날부터 8년간 하루도 변한 적이 없다. ‘장인 정신 강한 사람 같아서 말 걸기 어려운’ 로스터의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 친숙한 겉모습을 연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LiLo의 마스코트 캐릭터를 항상 연기하고 있는 느낌이라서 진짜 저 다운 건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거짓된 모습은 아니에요. 제가 안경을 벗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쓰면 누구인지 못 알아보실 거예요. 원래 예전에는 흑발에 안경, 수염을 민 ‘보통’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오사카 토박이인 나카무라의 원점은 개그를 좋아해서 친구와 콤비를 만든 고등학교 시절에 있다. 만담과 콩트를 보여주고 반 친구들이 폭소하는 것을 봤을 때의 쾌감은 중독성이 있었다. 나카무라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모두를 웃게 할까로 항상 가득했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려고는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만든 개그 소재를 가져오는 건 가능했지만 제로 베이스에서 소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넘으려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힌 나카무라는 냉정하게 자신의 한계를 파악했다.

그런 나카무라가 연기자의 세계에 매료된 것은 전문학교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주어진 배역의 대사를 했을 때 처음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꼈고 새로운 자신과 만난 것에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전업 연기자로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시간을 들였다 해서 잘 나가는 배우가 될 것이라는 보증도 없다. 극단과 배우 기획사 소속으로 때때로 무대에 서면서 나카무라는 여러 일을 해봤다. 과자점과 벨 보이, 객단가 10만 엔인 기타신치에 있는 고급 클럽 웨이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인사부….

“업종을 불문하고 온갖 접객 관련 일을 해 온 것은 연기의 거름이 될까 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이성적인 판단하에 한 건 아니었어요. 모두 재밌을 것 같아서 하게 된 일입니다.

누군가가 즐거워 보이면 저도 같이 즐거워진다는 점이 모든 일의 바탕에 깔려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개그도 접객도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쉽게 캐치할 수 있다는 점이 원동력이었습니다.”

폭언조차 감사하다

나카무라가 커피에 빠진 것은 20대 후반이다. 일하다가 들린 카페에서 마신 커피에 다른 세계로 끌려 들어간 것이다. 화사한 향과 과일 같은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에티오피아.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커피와 캔 커피만 마셔온 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그 카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었다. 커피의 풍미가 다양하다고 깨달은 나카무라는 세미나를 수강하기도 하고 집에서 수망 로스팅으로 커피를 추출하기도 하고 하면서 점점 커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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提供:

나카무라에게 주요 인물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LiLo의 오너 ‘홋타 교헤이’이다. 미용사인 홋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15년 이상 나카무라의 머리를 잘라줬다. 그 시절, 운영 중인 미용실에 바 카운터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자신이 내린 커피를 내줬던 홋타는 “자가 배전 카페를 해보지 않을래?”라고 나카무라에게 제안했다. 

당시 33세인 나카무라에게는 약혼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흑발, 수염 없는’ 상태로 그녀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두근거림을 이기지 못했다. 지금까지 로스팅 기계를 사용해본 적은 없으나 자가 배전 카페를 운영하는 것을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나카무라는 홋타와 ‘오픈 후 1년 안에 흑자를 못 내면 그만두자’라는 약속을 했다. 그 후 기술과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오픈 약 1달 전부터 가게가 위치한 건물의 한 층(약 9평)에서 생활했다. 약혼녀의 부모님께는 이직해서 ‘금발, 수염’을 탑재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번 인사를 드렸다.

혼자서 살기엔 좀 넓은 집에 배전 기계와 생두 마대를 놓고 한쪽에 이불을 깔았다. 그 삭막한 분위기 속에 아침부터 밤까지 로스팅에 몰두한 한 달이었다. 오픈을 앞둔 시점에는 충분히 먹힐만한 기술을 익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오픈 후 나카무라의 화려한 겉모습도 마이너스 평가의 요인이었는지 손님이 “너무 맛없어요”라고 혹평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나카무라는 그 정도에 풀죽을 인물이 아니었다. 손님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고객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상황에서 설령 부정적인 의견이라도 피드백을 받았다는 건 플러스 요소가 됩니다. 기타신치의 클럽에서 웨이터를 했던 시절, 말싸움과 트러블이 커져서 몸싸움으로 번진 것을 계기로 손님이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자주 봤거든요. 저도 당사자였던 적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성의있게 대응하면 손님 기분이 풀려서 단번에 관계가 깊어집니다.” 

사실, 오픈 당시 “너무 맛없어요”라고 비판한 손님 중 일부는 단골이 되었다. “맛있어요”라고 말한 손님에게 나카무라는 “예전에는 무슨 생각으로 너무 맛없다고 하신 거예요?”라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제가 그랬어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하는 손님에게 “녹음 해뒀는데 갖고 올까요?”라고 농담을 던진다. 그런 관계 하나하나가 LiLo의 재산이 되었다.

“다른 손님들이 보고 계시기도 하고 SNS 등에서 아무리 악플을 받아도 정중한 태도로 답변을 드리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저희를 찾아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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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살리는 편이 좋은 결과를 낸다

2014년 LiLo 설립 당시, 나카무라는 로스팅부터 추출, 접객까지 혼자서 했다. 흑자를 내지 못한 채 이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가게에서 로스팅에 혼신의 힘을 쏟은 나카무라의 가슴에는 그런 패기가 있었다.

악착같이 살던 나카무라에게 전환기가 온 것은 가게의 존속이 결정되어 창업 2년 차에 접어든 어느 날이었다. 길에서 넘어져서 왼팔 전완부가 골절된 것이다.

오른손잡이인 그에게 오른손이 무사한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로스팅과 추출에도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나카무라는 깁스한 팔을 매달고 있는 사람이 손님 앞에서 추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만큼 맛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대 60kg인 생두 자루도 들지 못했다.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나카무라는 어쩔 수 없이 단골이었던 젊은 여성에게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 시기 이후 LiLo는 동료를 늘려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캐릭터가 강한 저의 부재가 가게에 마이너스가 되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저의 복사본이 되라고 요구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와 같은 사람이 되는 건 불가능했고 그게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저도 직원들도 재미가 없었을 거예요.

写真:LiLo Coffee Roastersより提供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 뒤에는 직원들도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것을 보며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고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LiLo 커피 킷사의 점장 히로나는 4주년 시기에 ‘히로나 나이트’라는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8종류의 커피콩을 여자아이에 빗대어 소개하는 등 본인의 세계관이 충분히 발현되어서 독특하고 재밌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직원이 점장이 되면 가게의 컬러가 바뀌어서 손님들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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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이라는 선택지는 없다

LiLo에서 헤드 로스터로 근무 중인 나카무라는 평일에 팩토리(배전소), 주말에는 Roasters에서 근무한다. 수요일은 원래 휴무인데 최근에는 거의 ‘교자와 리로와 ○○과’에서 일한다.

“제가 즐거워서 하는 거라 일이라는 느낌은 적은 것 같아요. 10번 정도 이직한 적이 있어서 그런 건지 재밌는 걸 발견하면 앞뒤 안 재고 달려드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회사도 싫증 나서 그만둔 적 없어요.” 

커피의 세계에서 산 지 8년. 취미로 즐긴 시기도 포함하면 십수 년이다. 이렇게나 한 가지 일에 오래 몸을 담은 건 살면서 처음이다.

“커피는 정말 심플해서 놀랄 만큼 전 세계에서 많이 마시고 있는데 새로운 발견이 계속 나와요. 그래서 만족하는 게 없고 즐거움도 끝이 없어요. 아직 한참 나아갈 길이 있다고 매번 생각해서 오랫동안 하는 거겠죠.”

그러나 커피 로스팅 업무는 기본적으로 루틴 워크이다. 물론 생두의 종류와 환경 조건, 로스팅 정도에 따라 조정은 필요하지만, 공정은 대개 같다.

“계속 같은 일을 하므로 사소한 변화에도 눈치챌 수 있고 그것이 활력소가 됩니다. 겉보기에는 알 수 없는 온갖 정보를 조합해서 커피콩이 어떤 상태인지를 상상하고 그 매력을 증폭시키는 과정이 정말 재밌어요. 저는 즐거움을 느끼는 기준이 낮달까, 작은 일이라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왜냐면 인생이란 게 즐기지 않으면 손해잖아요.”

0부터 1을 만드는 것이 서툴지만 1을 10으로 증폭시키는 것이 특기인 나카무라에게 홋타는 베스트 파트너이다. 미용실에 바 카운터를 만들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교자 가게와 사우나 등, 유니크하고 상상을 뛰어넘는 홋타의 아이디어가 있었던 덕분에 나카무라는 마음껏 액셀을 밟은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홋타는 제 행동에 제동을 걸어주는 존재이기도 해요. 제 성격상 주변을 잘 못 보는데 그것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을 때, 상황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서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주거든요.”

나카무라의 인생은 항상 양자택일이었다. 재밌지 않은 순간이 찾아오면 즐기려고 하거나 다른 즐거움을 찾거나 했다. 그 선택의 순간에 ‘즐겁지 않지만 체념하고 계속한다’라는 타협안은 없다. 마음과 행동에 모순이 없는 나카무라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을 것이다.

“제가 재미없어하면 퍼포먼스와 생산성이 주르륵 떨어지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어찌 보면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는 거죠. 그러나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주변에 사람은 모이기 마련이죠. LiLo는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중인데 결국 그걸 통해 인생은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걸 전하고 싶어요. 저는 커피를 통해 인생이 바뀌어서 한 명이라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을 늘리고 싶습니다.”

文:中道 達也
写真:Misa Shinishi
글 : 나카미치 다쓰야
사진 : Misa Shinishi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함께 일하는 직원이 내려주는 한 잔입니다. 직원들은 종류와 내리는 방법을 여러모로 생각해서 만들어요. 한편 저는 커피의 맛을 통해 그 의도와 배경을 상상합니다. 그래서 정답을 맞히는 과정에서 저의 추리가 맞으면 정말 기쁘거든요. 물론 틀린 적도 있습니다만 그 과정이 즐겁잖아요.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허브 같은 음료라고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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