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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차차 와르미 = 서로 보완하면서 향상하다 : 생산자×로스터×TYPICA 토크 세션

2022년 10월 10~14일까지 TYPICA의 첫 연차총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전 세계 22개국에서 커피 생산자, 로스터를 중심으로 업계 관계자가 모인 이벤트였습니다. 행사 이틀째인 10월 11일, 도쿄 도라노몬으로 행사장을 옮겨서 국제 커피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당일에 진행한 프로그램 중 생산자와 로스터를 모시고 진행한 토크 세션을 자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일본과 볼리비아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토 : 여러분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게 된 고토입니다. 오늘 토크 세션에서는 New Wave를 일으키는 커피 생산자와 로스터의 생생한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먼저, 무대 위에 계신 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야마다 : TYPICA 공동 창업자인 야마다 아야네입니다. 반갑습니다.

고토 : 다음으로 볼리비아의 라파스에서 Nayra Qata라는 정제소를 운영하시는 후안 씨입니다. 후안 씨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농원에서 경력을 쌓은 뒤에 소규모 생산자를 후원하고자 2018년에 창업하셨습니다. 현재 몇 명의 생산자들과 연계되어 있나요?

후안 : 지금은 100~120명 정도의 생산자들과 거래합니다. 중소 규모가 메인이지만 대규모 생산자도 있습니다. 

고토 : 다음으로 소규모 생산자인 나시아 팔라시오스 씨입니다. 나시아 씨는 타이피플라야라는 유명한 산지에서 커피를 생산하십니다. 사실 타이피플라야는 그녀의 할아버지가 만든 마을입니다. 평소에는 그곳에서 커피 체리 피킹부터 건조, 정제까지 진행하죠. 그렇게 건조한 커피를 정제하는 정제소를 운영하는 분이 후안 씨입니다.  

후안 씨와 나시아 씨는 이번이 첫 일본 방문이신데요. 후안 씨는 이번 행사를 위해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받으셨습니다. 일본에 오신 지 3일 정도 지났는데 나시아 씨는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나시아 :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가 쓰는 언어인 아이마라어로는 ‘아수키 우루키팡’이라고 합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일본에 오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왜냐하면 일본과 볼리비아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 세대를 위해 지구를 소중하게 다룬다는 점이 있죠. 이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본인은 제가 사는 마을 사람들과 똑같이 자연을 소중히 여깁니다. 그래서 저는 이 행사장에 있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고토 :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도쿄를 대표하는 2-Star Roaster로 추천받은 Raw Sugar Roast의 오다 씨도 자리를 해주셨습니다. 오다 씨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다 : 안녕하세요. Raw Sugar Roast의 오다입니다. 저희는 2022년 4월에 도쿄 세타가야구 교도에 커피 로스터를 오픈했습니다. 앞으로도 전 세계에 아주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독자성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고토 :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후안 씨에게 질문하겠습니다. 현재, 소규모 생산자분들이 가져온 체리를 정제해서 높은 퀄리티의 생두를 전 세계에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후안 씨는 본인이 생산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후안 : 글쎄요, 지금까지 겸허한 자세로 임해왔고 신뢰도 얻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특징은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토 : 답변 감사합니다. 2019년에 TYPICA와 만난 뒤로 후안 씨와 생산자분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후안 : 저도 Nayra Qata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끼리 만든 장치를 사용해서 정제했는데 TYPICA가 투자해주신 덕분에 새롭게 외국산 기계를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예시이고 그 외에도 여러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TYPICA와 만나서 그전까지 저희에게 없었던 일에 대한 줏대랄까요, 마음가짐과 같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토 : 감사합니다. 실제로 생산자분들과 평소에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어떻게 변했다고 느끼셨나요?

후안 :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커피가 어디로 가서 어떤 사람이 로스팅하고 누가 마시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죠. 이는 생산자들에게 커다란 격려와 동기부여의 원천이 되어 더 좋은 품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고토 : 그렇군요. 지난달 처음으로 일본 로스터분들이 볼리비아를 방문했는데요. 실제로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어떠셨나요?

후안 : 정말 좋았습니다. 그들에게 카리스마를 느꼈죠. 정말 즐거웠고 정신적으로도 지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다른 생산자들도 마찬가지인데, 볼리비아 커피콩을 실제로 사용해주시는 로스터분들과 만나게 되어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토 :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으로 나시아 씨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후안 씨와 만나서 어떤 것이 달라졌나요?

나시아 : 제 할아버지께서는 지금 사는 마을에 와서 40년간 커피를 만드셨습니다. 하지만 체리 상태로 팔기도 해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셨어요. 어머니도 마찬가지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커피가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알게 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저희를 비롯한 생산자들은 자신이 재배한 커피의 맛과 품질을 확인하지 않았거든요. 로스팅 방법도 탈곡 방법도 몰랐어요. 가장 큰 건 로스팅이었습니다. 작은 냄비로 로스팅하기도 했는데 그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대부분은 항상 사 온 커피를 마셨는데 딱히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후안을 알게 된 뒤로 우리가 재배한 커피를 실제로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멋진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커피를 할아버지에게도 드렸더니 “오, 맛있구나! 불필요한 산미가 전혀 없고 정말 부드러운데 향도 좋군.”이라고 하셨어요. 스페셜티 커피를 알게 된 건 이것이 계기였습니다. 고품질을 원하는 스페셜티 커피 세계에 들어온 지 딱 3년이 되었네요.

후안은 이타적이고 아는 것을 모두 알려주었습니다. 저에게 어찌 보면 척척박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친절하고 즐거운 사람이며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TYPICA를 진정 신뢰하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일본에 오게 되었습니다. TYPICA도 저에게는 척척박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저도 할아버지도 어머니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토 : 감사합니다. 나시아 씨는 TYPICA와 만나서 무엇이 가장 바뀌었나요?

나시아 : 후안에게 “정말 좋은 사람들이야. 우리의 커피에 대해 여러모로 알고자 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사람들이지. 일단 해보지 않겠어? 잘 안되더라도 걱정하지 마. 만약 잘 되면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거야.”라고 들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그의 말 덕분에 TYPICA와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TYPICA 사람들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우리 농원에 와줬어요. 그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오픈 마인드였습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 우리와 우리 지역 사회에 대해서도 고려해서 존중해줬지요. 볼리비아의 젊은이들은 그야말로 그런 사람들을 원했거든요.

TYPICA와 만난 덕분에 우리가 태어나서 자란 커뮤니티를 더 활성화하고 우리의 언어(아이마라어)를 더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상은 다음 세대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스터는 생산자의 분신

고토 : 말씀 감사합니다. 커피 생산량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시는지요?

나시아 : 예를 들어 작년에는 TYPICA용으로 수확한 커피가 60kg짜리 5봉이었는데요. 올해는 관리 방법과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한 것도 있어서 일의 동기부여가 커진 덕분에 생산량을 3배 늘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늘릴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인근 생산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 중입니다.

일본 로스터분들이 우리 농원에 오셨을 때 근처 농원에도 방문했습니다. 그 결과 그곳의 생산자분들이 잇달아서 “우리 커피도 함께 보내주세요.”라고 의뢰하는 상황이 벌어져서 생산 규모의 확대로 이어졌죠. 

고토 : 그렇군요. 지난달 TYPICA Lab을 통해 일본 로스터분들과 커뮤니케이션해보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나시아 : 지난달의 Lab에서 로스터분들과 만났을 때 여러 정보 교환이 있었습니다. 플레이버 노트와 풍미 등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어서 커피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죠. 이번에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사이펀과 에어로프레스를 샀습니다. 그걸로 내린 커피를 시음하면서 로스터분들에게 더 좋은 커피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스터분들은 우리의 기초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아이마라어로 이를 ‘차차 와르미’라고 합니다. 두 개의 힘이 합쳐지며 변화시킨다는 의미입니다. 로스터가 없다면 생두는 한 잔의 커피가 되지 못합니다. 로스터, 그리고 생산자들이 한 몸이 되어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토 : 잘 들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오다 씨에게 질문드립니다. 후안 씨의 커피를 사야겠다, 예약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오다 : TYPICA에서 보내주시는 메일 중에 후안 씨가 작성한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읽고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커피를 구매할 때나 행사 부스에 가면 커피의 훌륭함과 맛을 어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편지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국가와 지역을 부흥하고자 한 후안 씨의 절실한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래서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생산자들의 희망과 같은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후안 씨가 보내주신 커피는 맛도 훌륭했습니다. 우리는 그 커피를 어떻게 엔드 유저인 손님들에게 팔아야 하는가를 고민했는데 순간적으로 이 고민이 우리가 지어야 할 하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카페를 오픈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든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고토 : 실제로 사보니 일반적인 구매와 큰 차이가 있었던 경험이나 받아 보셨을 때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오다 : 보통 생두는 마대 혹은 투명한 그레인 프로 백으로 포장되어 옵니다. 볼리비아의 상황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후안 씨의 생두도 그런 형태로 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상자에 진공 팩 처리를 해서 도착한 것을 보고 정말 감동했어요. 힘든 상황에 비용도 발생할 텐데도 가장 좋은 제품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토 : 손님들 반응은 어떠했나요?

오다 :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산미가 있는 커피는 싫다. 쓴 커피가 좋다.”라는 의견이 아직 많지만 “이 커피를 마신 뒤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다.”라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앞으로도 볼리비아 커피의 훌륭함과 커피가 가진 매력을 손님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