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ICA GUIDE
Dark Arts Coffee Jamie Strachan

Dark Arts Coffee

Jamie Strachan

‘우물 속 개구리로 남기엔 아깝다’ 고정관념과 싸워 조화를 만들다

이민 커뮤니티가 많아 예전에는 런던에서 가장 빈민가로 분류되던 런던 동부의 해크니 지역. 고급화가 진행되면서 작은 카페와 살롱, 가게가 늘어난 최근 10년간에 거리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밤을 보내고 싶지 않은 장소에서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했지만, 돈 많은 백인들의 유입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해크니 지역에 Dark Arts Coffee Roasters(현재・Dark Arts Coffee)가 탄생한 건 2014년이다. 원래는 철공소였던 공간을 개조한 로스터리를 거점으로 삼아 ‘우리답게 있는 것’을 테마로 영업을 해왔다.

브래들리 모리슨이 콜린 미첼과 함께 창업한 Dark Arts. 2015년, 여기에 ‘팀의 헤비메탈 러버’를 자칭하는 제이미 스트라찬이 가세했다. 그는 서점과 CD 판매점에서 책과 음악을 손님에게 추천하는 소믈리에 같은 역할을 떠나 2010년에 커피 업계에 들어왔다.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하여 바리스타, 배전사, 생두 바이어로 경력을 쌓아온 지금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버림받은 산지’에도 좋은 커피는 있다

‘필터 버블’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와 SNS의 이용 이력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그 결과 유저는 자각하지 못한 새에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을 소비하게 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정보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선택되거나 차단되는 것은 예전부터 발생하던 일이다. 신문과 텔레비전, 라디오가 주요 미디어인 시대부터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그러한 상황이 ‘할리우드는 액션 영화’, ‘북유럽은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었다. 

“커피로 따지면 파나마와 콜롬비아, 에티오피아가 그에 해당할 겁니다. 이 스테레오 타입이 편견과 오해를 낳습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커피는 안 산다’라고 하는 로스터도 있는데 멕시코는 매우 큰 국가입니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편견만으로 속단하는 것은 맛있는 커피를 발견할 기회를 스스로 내던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말라위, 중국의 윈난성…. 저는 ‘neglected origins=버림받은 산지’라고 부르는 국가들에도 좋은 커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다른 업계 사람이 SCA(스페셜티 커피 협회) 스코어를 중요시하는 게 진절머리 납니다. ‘이 커피는 90점이야’, ‘컵 오브 엑셀런스에서 우승해서 1파운드에 1,000달러(1kg당 약 30만엔)나 해’ 이런 말을 듣고는 하는데 중요한 건 그런 비싼 커피를 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훌륭한 일의 대가로 생산자가 많은 보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지지만, 그것이 실제로 생산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는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커피 업계 전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83점과 82점, 때로는 80점짜리 커피를 대량으로 삽니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현황을 말씀드리자면, 생산지에 환원된 약간의 돈으로 생활이 여유로워지는 것은 극히 일부의 유명한 농원과 생산자에 국한된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얻어야 하는 수입일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도 노력에 걸맞은 수입을 얻어야 합니다. 유명한 산지든 유명하지 않은 산지든 커피 생산에는 같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작년부터 멕시코에서 빈민가 중 하나인 게레로에서 농원을 운영하는 생산자의 커피를 삽니다. 마약 카르텔이 ‘커피가 아닌 마약을 재배하라’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원하고 싶습니다.

창업한 지 8년이 됐네요. 12명의 직원과 함께 월 6,500kg의 생두를 로스팅하는 Dark Arts는 생산자와 다이렉트 트레이드하며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스테이지에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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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엘리트 사고에 빠지지 않는다

명확한 주의 주장과 지침은 때로는 사람을 배타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제이미는 “헤비메탈 패션도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인데 같은 취미를 가진 타인끼리 친해지기 쉽다는 의미로 보자면 편리한 것”이라고 말하며 커피의 스테레오 타입도 부정하지 않는다. ‘neglected origins=버림받은 산지’의 생두를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것도 단순히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두 소싱을 담당하는 저는 생두 무역회사 직원이 시도해본 적 없는 지역의 커피를 소개해 줬을 때 흥분됩니다. 이 커피는 어떤 변화를 보여주는지 이해하고 싶고 그 변화에 따라 제 취향이 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정말 흥미로웠던 건 바리스타에서 배전사가 된 직후에 커피의 기호성이 변했다는 겁니다. 완전 예상을 뛰어넘는 체험이었죠. 이 업계에 들어온 지 약 10년 정도 됐는데 돌이켜 보면 커피에 대한 시선도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이미 커피의 기호성이 확립된 생산자도 많겠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서 기호성의 변화를 즐기는 대범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늘 ‘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엘리트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는’ 제이미는 에티오피아의 내추럴과 콜롬비아의 카보닉 마세레이션 등 기본적이거나 유행하는 커피도 라인업에 넣었다. 

“커피 업계에는 계급 의식이라고 할 정도로 엘리트 사고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와 함께 시나몬, 과일을 발효시켜서 풍미를 첨가하는 정제 방식이 유행인데 풍미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서 많은 생산자가 지지하죠.

하지만 일부 프로들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아무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커피 본래의 맛을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야말로 엘리트 사고라고 봐요. 사람들은 커피를 즐기고 생산자는 이익율을 높일 수 있다면 아무것도 문제 되지 않습니다.”

Dark Arts에는 세상에 대해 반발하는 반체제적인 세계관이 아른거린다. ‘모범적’인 면이 없고 조화를 거스르는 존재인가 싶다가도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시소의 균형을 다시 잡아서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체제와 조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커피 업계뿐만 아니라 힘을 가진 이들은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하므로 돈벌이가 좋지 않은 생산지는 필연적으로 제외됩니다. 그래서 그러한 산지의 생두를 사는 것은 전체적인 조화를 만드는 길이 됩니다. 오히려 체제가 조화를 만드는 것이 매우 위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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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호스피탈리티는 나다운 것

Dark Arts는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맨정신으로 비즈니스적인 결단을 내려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은 YouTube와 팔로워 수 4만 명 이상인 Instagram의 게시물이다. 아름답고 세련된 사진과 동영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업계의 주류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만약 가족과 친척, 친구, 회사 동료나 상사가 모이는 결혼식이라면 상대에 맞게 행동하고 말투를 바꿀 필요가 있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모든 손님에게 매우 격식 있게 대하는 것을 정답처럼 여기는 곳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싫었어요.”

제이미가 런던에 와서 처음 일했던 카페 레스토랑이 그런 곳이었다. 하얀 셔츠에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과 직원들에게 ‘Sir’을 붙여 부르는 관습이 너무 숨 막혔다. 게다가 그 멋진 가게에 오는 건 대개 금융맨과 유명인이었다. 직원 개개인의 개성이 없는 직장 환경과 맞지 않았던 제이미는 그곳을 1년 만에 그만두었다. 

“제가 커피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2010년에는 그런 가게밖에 없어서 어디를 가도 스마트하고 고급스러운 직원만 있는 복사본 같은 상황이었어요. 앞서 오픈한 카페와 로스터가 이런 스타일로 먹혀서 모두 그 흐름에 편승하려고 했던 거겠죠.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이 되는 비즈니스를 보며 커피에 대한 지식도 열정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상황이 다릅니다. 그 후에 런던에도 개성적인 카페가 많이 생겼거든요.

이러한 상황에서 Dark Arts가 중요하게 여긴 것이 유머와 창의성입니다. 평소에 우리는 직장에서도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농담을 주고받는데 SNS를 통해서도 그 분위기와 바이브는 전달되기 마련이죠. 우리가 즐기며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매료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중요시하는 것은 우리답게 있는 것입니다. 가령 타인의 흉내를 내거나 타인이 되려고 해도 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관심이 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낫습니다. 아무리 니치한 분야라고 해도 세상에는 같은 가치관과 기호성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코로나 사태 속에서 온라인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작용하여 200개의 오리지널 굿즈 머그잔이 2시간 만에 완판되었습니다. 최고의 서비스와 호스피탈리티는 가능한 한 나답게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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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힌 보석을 찾아내다

그러나 제이미는 커피를 내리는 법조차 모르는 사람이었다. 15살 때부터 런던에 이사 오기까지 10년간 서점과 CD 판매점에서 판매원으로 근무했다. 음악과 영화,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추진력으로 작용했던 당시의 일은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딱히 희망 사항은 없지만 뭔가 새로운 책을 읽고 싶다’라는 손님에게는 최근에 읽은 책과 좋아하는 책을 여쭤본 뒤에 맘에 들어 하실 것 같은 책을 추천했습니다. 그 손님이 나중에 다시 오셔서 ‘정말 재밌었어요. 다음에는 뭘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하셨을 때 기뻐서 가슴이 벅찼어요. 손님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하는 것이 특기였던 건 폭넓은 장르의 음악과 책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음악 세계에서도 벌어진 디지털화는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앞으로 오디오북과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복제한 음악을 사는 유저가 늘어난다면 조만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업계의 라이프 사이클을 깨달은 제이미는 일을 계속할 이유를 잃었다.

“손님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그때의 일이 그립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대로 CD 판매점에서 일했다면 코드를 배우거나 Spotify 등에서 일하거나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를 지금까지 계속해 온 이유 중 하나는 이 업계가 성장 중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음악 기술을 배운 제이미에게 흥미와 관심의 목적은 항상 감상하는 대상으로서의 음악이 아니라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헤비메탈뿐만 아니라 재즈와 팝 뮤직에 대해서도 같은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전에 인도의 레코드를 발견했는데 모두 극단적인 헤비메탈 계열의 음악으로 한국과 인도, 스리랑카 등 작곡가는 모두 아시아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 경험상 헤비메탈 팬이라면 그들 같은 보석을 발굴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정제 방법, 품종, 산지 등 미지의 것을 시도하여 얻은 놀라움과 감동을 다른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는 것도 묘미입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들도 다양한 커피를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경험을 거듭할수록 사고와 가치관이 굳어져 한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이다. 이는 사람을 돕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고정관념을 심어주기도 한다. 무엇이든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픈 마인드로 계속 받아들이는 ‘트레저 헌터’는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는 YouTube의 리액션 영상을 정말 좋아해요. 들어본 적 없는 앨범과 모르는 장르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리액션을 모아 놓은 동영상입니다. 누군가가 예상치 못한 어떤 것을 발견했을 때의 모습과 행동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 두근거리거든요.”

文:中道 達也
글 : 나카미치 다쓰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며 집에서 마시는 한 잔입니다. 특히 좋아하는 건 여름날 발코니에 나가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죠. 좋아하는 생산지 외의 커피도 마시는데 칼리타로 내린 멕시코의 워시드가 제가 뽑은 넘버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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