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RK ROASTERS 박현동

WERK ROASTERS

박현동

희생없이 행복을 창출해내다. 커피로 만들어 내는 선순환

WERK ROASTERS(이하 WERK)는, 2018년에 부산에서 창업한 로스터리 & 카페이다. 4명이 모여 공동 창업을 한 이후로, 지금까지 어떤 여정을 걸어 왔을까. 공동 대표 중 한사람인 박현동씨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색채를 드러내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WERK의 가게는 부산의 대표적인 카페들이 모여 있는 전포동에 위치해 있다. 수 년 사이에 30여 개의 카페가 연이어 들어서며, 전포동 카페거리라는 이름까지 생겨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한편, 경쟁이 치열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WERK는 일요일을 정기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일요일에 저희들은 쉬고 있어요. 회사를 창업한 이후로, 일을 하는 날에 온갖 걱정으로 가득 차버려서,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답니다.」

유연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WERK. 2021년 4월에는 카페에 부속되있던 로스팅 공장을 분리해서 새롭게 이전하는 등,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착실히 밟아가고 있다.

커피는 조연에 불과했던 카페 붐

박현동씨가 커피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5년 전, 20살의 일이었다. 2000년대 중반은 한국에 스페셜티 커피의 개념이 막 들어오던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카페라는 ‘공간’ 이 주목을 받았어요. 사람들의 관심은 커피가 아니었지요. 마시기 좋은 음료와 디저트가 제공되고, 점원들은 드라마속에 나올 법한 복장을 하고 있었어요. 커피 머신조차, 원터치로 추출해 내는 심플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커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데요, 스페셜티 커피가 한국에서 알려지며 커피 관련 잡지와 인터넷 등을 통해 그 개념을 접하게 됐습니다.」

박현동씨의 감각으로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카페와 스페셜티 커피가 전파되어 갔다고 한다. 한편, 사람들이 그 개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장이 확대되어 갔다고. 박현동씨는 이렇게 지적한다.

「한국에선 커피 시장 자체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스페셜티 커피라는 새로운 분야까지 흘러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만큼, 커피의 좋은 점이나 취향이 이해되지 않은 채, 마케팅에 휩쓸려버린 것 같아요.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스페셜티 커피의 감각과, 일반 손님들이 생각하는 감각에 갭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처럼 옛날부터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어느정도 침투해 있어서, 새로운 문화가 들어와도 충분히 호불호를 판단할 시간이 있었던 것과는 반대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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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 커피에 푹 빠지게 되다

그러던 중, 입대를 하게 되어 2년 반의 군 복무를 한 박현동씨. 군대에서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은 점점 깊어졌다고 한다. ROTC출신인 박현동씨는 장교로 입대했기 때문에, 귀가와 외출이 허용되었는데, 쉬는 날에는 커피 박람회와 유명한 카페를 찾아다니고는 했다고 한다.

「군대에서는 여러 종류의 잡지와 책을 구해다 읽었어요. 전문적인 공부를 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있으면 이것저것 찾아보고는 했답니다. 그렇게 넓고 깊은 커피의 세계를 알게 됨으로써, 커피 업계에서 일한다는 것은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2013년에 제대한 박현동씨는,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개척자이기도 한 모모스 커피에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스페셜티 커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자신이 옛날에 일했던 카페 업계와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스페셜티 커피업계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자유롭게, 즐겁게 행동하면서도, 전문성 높은 일을 하고 있었지요.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열풍을 자신의 손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느낌도 기분 좋았지요. 대회를 개최하거나, 산지를 방문하거나,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시작해 가거나 등등.. 그 과정들 전부, 제가 예전에 일하고 있던 카페에서는 꿈도 못 꿀만한 일들이었어요.」

역할이 다른 네 명의 공동 대표

5년간 일한 끝에, 창업을 하게 된 박현동씨가 동료로 맞아들이게 된 것은 세 명의 친구였다.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창업을 하고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혼자서는 해낼 자신이 없어, 주변에 있던 인재를 불렀지요. 그 인재들은, 회사를 키우는 데 있어 필요한 기술이 있는 인재들이었어요.」

이렇게 모인 멤버가, 마케팅에 강한 송찬희씨, 회사 경영과 운영에 강한 김석봉씨,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험을 가진 이상용씨, 그리고 박현동씨를 포함한 4명이었다.

창업한 지 3년이 지난 2021년에는, 새롭게 로스터리를 설립했다. 현재 멤버들은, 박현동씨를 포함해 4명의 로스터, 3명의 매장 스태프, 2명의 기타 업무 관리직으로, 총 9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열심히 해왔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박현동씨. 그 실적을 보면 WERK의 성장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철학

WERK의 성장 배경에는 한국의 스페셜티 커피 시장 확대라는 요인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WERK의 실적은 그뿐만이 아니라는것을 느끼게 할 정도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미션을 정하고, 조직문화를 생각하며,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그것을 위해 저희가 실천한 것은, 운영을 어떻게 하냐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것보다 각자가 바라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자신이 바라는 삶의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공동으로 회사를 차리는 이상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이더라도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운영을 하는데에 있어, WERK의 결정은 모두 초기에 정한 미션을 바탕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네 사람의 이야기 끝에 정해진 미션은 무엇이었을까.

「4명의 삶과 경험, 만들고 싶은 삶, 원하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결과 더 긍정적인 삶을 만들어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공통된 점이었죠. 그렇게, 네 사람의 핵심 가치관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단어를 찾은 결과, ‘포지티브’ 라는 미션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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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일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시너지 효과

창업때만 해도 32살이었던 박현동씨. 앞을 내다보고 4명에서 공동 창업을 하거나, 미션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 등, 매우 뛰어난 사업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어떻게 그런 감각을 얻게 되었을까.

「커피 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일을 어떻게 지속시키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 온 것 뿐이었지만, 사업으로서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만 했지요. 돈 때문에 삶을 살아가는 건 저 자신도 원하지 않지만, 무작정 하고 싶은 것만 계속 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꿈과 현실이라는 두 가지 포인트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각 분야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동료들을 모았어요. 모두가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면 개개인이 자신의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여, 회사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경영자로써 매우 현실적인 방안임에 분명하다. 한편, 박현동씨는 자기 자신이 커피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제가 맛있는 커피를 집중하여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 관리를 해줄 사람이나 볶은 커피를 잘 표현하고 홍보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러한 것들은 제가 잘 할 수 없는 일들이었죠.」

공동 대표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한다.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여, 업무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시너지가 발휘된다.

「군대에 있었을 때도,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때도, 사람이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야 조직이 성장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느 한 사람이 특출나게 뛰어난 조직보다, 서로 보조를 맞추어 시너지 효과를 내 가는 것이, 조직의 성장 속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과도한 상하관계와 업무량으로 인해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를 실제로 많이 봐왔어요. WERK의 경우는 처음부터 4명의 멤버가 있었고, 업무 분리와 협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형태가 되었답니다.」

WERK는, 자사의 철학과 잘 맞을 것 같다고 여겨지는 아티스트와 합동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있다고도 한다.

「2층이나 지하 로스팅 바의 벽에, 간단한 의자를 준비하고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고는 해요. 예를 들면, 인디밴드, 유명 가수, 래퍼, 미술가, 사진가, 타투이스트 등에게 공연 및 전시를 의뢰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고객님으로 오시는 분들께 부탁을 하고는 했답니다. 협업을 부탁할 때는, 협업을 통해 서로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갈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약 박현동씨가 혼자서 창업했더라면, 지금 수준만큼의 회사로서 성장을 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설령 성장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서라면 박현동씨의 인생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 쏟아 부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삶의 방식은, 저희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었어요. 극단적으로 일을 하는 것 보다는, 워라밸을 유지하며 서로 보완해 나가고 싶어요. 대표가 4명이나 있으니, 4배의 인맥과 4배의 도움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죽을 정도로 회사를 열심히 키워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데, 지금처럼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불가능한 미래보다는 가능성 있는 한 걸음을

얘기를 들을수록, 그들의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는 ‘상황’ 이 아니라 ‘상태’ 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긍정적으로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 곳의 목표는, 바라볼수록 멀고 불가능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가까운 지금에 눈을 돌려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불가능해 보였던 먼 미래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요. 커피를 알고, 로스팅을 연마하는 과정에서도 그랬습니다.」

본인들이 얼마나 긍정적인 상태로 있을 수 있느냐가 최종적인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심플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눈앞의 수익이나 평판에 초심을 잃어버리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일요일을 휴무일로 설정한 것을 통해 그러한 철학을 지켜온 WERK의 가치관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저희는 일요일에 가게를 열지 않아요. 이익을 생각하면 주말 매출은 포기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말을 희생해서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주말에 모은 힘을 평일에 발휘하는 것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돌이켜 보면, 그러한 일의 방식이 일하는 사람의 성장을 촉진시켜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성장이, 더 큰 부가가치를 낳아준다면, 주말에 영업을 하는 것보다 최종적으로 더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을 지도 몰라요.」

또, 긍정적인 방향성을 추구하는 것을 통해, 회사 외부에도 그 영향이 미치게 되었다고.

「자연스럽게 산지나 소비자에 대해 배려하게 되었어요. 회사로서의 목표는 이윤을 내는 것, 그래서 모두가 부유해지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긍정적인 삶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글 : 마에카와 유카
편집 : 나카미치 타츠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주말에, 대낮까지 잠을 푹 자고, 여유를 느끼며 적당히 만든 필터 커피를 손에 쥔 순간 큰 행복을 느낍니다.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마시는 커피는 잃을 뻔한 여유를 되찾게 해줘요. 그 시간이 저를 긍정적으로 살아가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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