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Wave Coffee Roasters 유 승권

New Wave Coffee Roasters

유 승권

어떤 시대라도 지름길은 없다, 현실적인 사고방식으로 꿈을 이루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선도 기업으로 알려진 미국의 Counter Culture Coffee와 영국의 Square Mile Coffee Roasters. New Wave Coffee Roasters(이하 New Wave)는 이 두 회사를 벤치마킹하여 2013년에 한국의 서울에서 탄생했다. 아카데미 운영과 배전두 판매를 주축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차별화하여 생존 경쟁이 극심한 커피 업계에서 살아남았다.

한국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파이오니아라고도 불리는 창업자 유승권은 많은 젊은이의 ‘선도자’라는 면모도 있다. 대개 맨투맨으로 젊은이들을 지도하거나 강의와 커핑 모임을 만들거나 한다. 제자 중 2명은 로스팅 세계 대회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50세를 맞이하는 승권을 차세대 주자 육성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꿈을 좇기만 해서는 먹고살 수 없다

일본에서는 개인 사업주의 경우 ‘3년에 약 60%, 10년에 약 90%가 폐업한다’라는 말이 있다. 승권에 의하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통계가 나왔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초기 투자가 비교적 적고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은 수명이 짧은 업종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심각해지는 취업난의 영향도 있어서 화려해 보이는 커피 전문점 개업은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다. 그러나 안 그래도 경쟁이 극심한 상황인데 낙관적으로 앞날을 바라보거나 스킬이 부족하거나 하여 바로 폐업할 수밖에 없는 곳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승권은 이런 상황에 경종을 울린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장애물에 가로막혔을 때 컨설팅을 받거나 체인점을 열거나 하며 안이한 방식에 의존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올바른 지식을 배운 뒤에 경험을 쌓는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이죠.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생각이 무른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강의에서도 ‘개업 전에는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이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3~4년을 수행 기간으로 삼죠.”

승권의 지명도도 한몫한 것인지 New Wave에서 구인하면 3인을 채용하는 데 200~300명이 지원한 적도 있다. 이전에는 “무급이어도 좋으니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연락해오는 사람들도 월 1~2명은 있었다. 그들을 ‘뜻이 있는 젊은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미나와 강의에 들이는 돈이 아까우니 가능한 한 지름길로 가고자 하는 것 같아요. 직원이 되면 지식과 기술은 물론이고 가게에서 오퍼레이션과 경영 노하우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들의 생각도 이해는 되지만 제가 바리스타로 카페에 근무했던 시절에는 쉽게 해고되기도 했는데 그런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있어서 반드시 이런 제안은 거절합니다. 일하는 것과 배우는 것은 별개예요. 노동에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대학생이었던 1990년대 중반, 커피 업계에 들어온 승권은 25년 동안 업계의 발전을 직접 봐왔다. 인터넷과 SNS가 침투하여 사회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커피에 관한 지식과 정보는 훨씬 얻기 쉬워졌다.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만, 예를 들어 YouTube에 올리는 커피 전문 지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밖에 없어요. 90%가 잘못된 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어차피 자정 작용에 의해 결국에는 전문가에게 배우게 될 것입니다.

제가 체감하기로는 로스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현실을 보지 않습니다. ‘잘 로스팅하면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라는 판타지에 잠겨있죠. ‘산미, 단맛이 뛰어나고 에스프레소도 라테도 맛있는 블렌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커피는 따지고 보면 식품과학입니다. 재료에 대한 이해와 좋은 로스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면 맛있는 커피는 만들 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치화된 데이터를 사용하여 기준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커피에 꿈을 가진 젊은이들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젊은이 중 하나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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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대학 시절, 바텐더와 카페 바리스타로 일했던 승권이 로스팅을 접한 것은 2001년, 28세 때다. 생두는 어떻게 배전두가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승권은 서울 최대의 번화가인 명동을 탐색했다. 풍겨오는 향기를 힌트 삼아 자가 배전 커피 전문점을 찾아냈다.

“그곳에서 로스팅 풍경을 견학했을 때 커피 향기에 빠졌습니다. 초콜릿, 견과류, 오렌지…. 왜 커피콩에서 이런 향기가 나는 것인지 정말 신기해서 그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졌습니다.”

당시 승권은 대학원생이었다. 미래를 모색하면서 수망, 소형 로스팅 기계로 로스팅을 집에서 하기 시작했는데, 졸업한 해에 결혼하게 되면서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한가로이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매출을 올리지 않으면 사장님의 절대적인 말 한마디로 잘리는 바리스타의 일은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게다가 바리스타와 로스터의 비율은 8:2 정도였죠. 정말 중요한 역할임에도 종사자가 적은 로스터 쪽이 일하는 데에 더 안정적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지속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있었죠.”

그러나 승권의 앞에 길은 없었다. 로스팅에 대해 배우고 싶어도 프로파일과 노하우를 공유하기 꺼리는 사람이 많고 그들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거액의 금액을 내야 했다. 로스팅의 기초를 배운 뒤로는 닥치는 대로 면접을 봤고 겨우 직장을 구했지만, 잡무만 했기 때문에 연수 기간에 단념하게 되었다. 그 후, 어느 회사에서 1년 반 정도 로스팅을 담당했던 승권은 바리스타와 로스터 교육, 대회 심사를 생업으로 삼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당시에는 아직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었고 정보가 있어도 잘못된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투자에 거액의 비용을 지불할 여유도 없죠. 이 두 가지가 난관이 되어서 중간에 좌절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승권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2008년에 Uriel이라는 닉네임으로 무료 블로그를 만들었다. 일본어 실력을 살려 일본어로 된 커피 전문서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한국어로 번역하기 시작했고 14년째 게시글을 업로드 중이다. 최근 10년간은 주춤한 상태지만, 총 1,000개의 기사를 올렸다.

무한으로 퍼지는 인터넷 세계는 생각지 못한 만남을 야기했다. 3~4년간 로스팅에 집중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여 좌절했던 배전사가 블로그에서 힌트를 얻어 난관을 극복하는 등, 승권의 블로그를 통해 도움을 받은 자는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모두 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Uriel은 알아요. 개업 후에도 손님들 모으는 데 도움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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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

‘셀 수 없을 만큼 벽에 부딪힌’ 승권에게 전환기가 찾아온 것은 2010년에 큐그레이더(Q-Grader, 커피 감별사) 자격을 취득했을 때이다. SCA와 큐그레이더 강사에게 배우거나 그들의 어시스턴트를 하거나 하면서 커피에 대해 깊게 이해하려고 했다. ‘이 커피는 맛없다’라는 의견을 아무에게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의 초 유명 로스터가 가진 로스팅 기계를 튜닝한 마티 커티스와의 만남이다. 그의 소개로 유명 로스터들과의 연결고리가 생겨서 견학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로스터를 방문한 2주간의 여행을 기점으로 승권은 과테말라와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 중미 생산지를 방문했다. 커피 문화가 자리 잡아 바리스타가 취업으로 확립된 호주에도 총 2주간 체류했다.

“책에 쓰여 있지 않은 디테일을 오감으로 느낌으로써 제가 가진 지식과 감각이 올바른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산자들에게도 비즈니스입니다. 가족의 생활이 걸려있기 때문에 SNS와 홈페이지에 불리한 내용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나러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해보니 속마음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해줘서 이것이 판단 기준이 되었죠. 1년 동안 애정을 담아 만들었는데 적절한 대가를 얻지 못했을 때는 분했다는 말을 듣고 로스팅할 때 더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게 되었습니다. 현지에 가지 않고 사무적인 교류로 일관하는 것만으로는 깊이도 무게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업해서 실패하는 것이죠.”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하고 전문 교육과 배전두 도매를 사업의 축으로 삼아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Counter Culture와 Square Mile.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업계를 견인하는 이 두 회사를 벤치마킹한 승권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New Wave를 창업했다.

“제 생각에 커피 업계는 피라미드 구조인 것 같습니다. 가장 하단에는 배전두를 구매하는 카페가 있고 그 위에는 자가 배전 커피 전문점, 가장 위에는 배전두를 판매하고 아카데미도 개최하는 로스터가 있습니다.

자동차 학원에서 운전 기술을 배워 면허를 따지 않는다면 도로에서 차를 운전할 수 없듯이 일단은 ‘무엇이 올바른 방법인지를 배우는 것’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배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면 업계에 미치는 임팩트는 커지고 우리의 존재가치도 높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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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꿈을 담았다

업계 경력이 20년 이상인 승권은 차세대 주자를 육성하는 데에도 열정을 쏟아왔다. 현재 거의 맨투맨으로 지도하는 제자는 1개월당 평균 7명이다. 2018년, 프로가 되기 위한 새로운 로스팅 가이드라인으로써 저서 ‘Roasting Craft’를 한국어와 영어로 출판했다. 특히 한국어판은 반응이 좋아서 이미 9쇄를 찍었다.

“가장 기쁜 것은 제자가 대회에서 입상했을 때입니다. 그다음으로 기쁜 것은 독립한 제자가 ‘선생님께 배운 덕분에 사업이 잘됐습니다.’라고 말해줬을 때입니다. 이미 기술과 규모 면에서 저를 뛰어넘은 제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티를 비롯한 업계 선배들이 배우고자 하는 저의 의욕에 응하여 서포트해준 덕분입니다. 그래서 저도 차세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싶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 진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라이벌이 늘어나고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권은 “갑자기 일이 하기 쉬워진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고 시장도 커지잖아요. 결과적으로 수입도 늘어날 것이고, 한국을 목표로 오는 해외 손님들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죠. 만화 ‘ONE PIECE’에 보면 ‘너 내 동료가 돼라.’라는 루피의 대사가 있는데 동료가 많을수록 강해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해외에서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무시당한 적이 간혹 있었는데, 억울했어요. 말로는 뱉지 않았지만 ‘커피의 역사가 짧은 국가라서 모르는 것도 많죠? 어차피 로스팅도 못 하잖아요?’라는 본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 또한 제가 차세대 후배들을 육성하는 데에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010년, 큐그레이더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강좌에서 함께 공부했던 사람 중에 ‘지금도 업계에 남아있는 것은 약 10%이고 연락이 끊긴 사람도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도록 땅에 다리를 딛고 살아가는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해온 승권은 로망을 갖고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

“미래에 대기업이 New Wave를 인수하면 그 돈으로 즐기며 죽기 전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아직 가본 적 없는 산지에도 가보고 싶고 노르웨이 커피 시장도 보고 싶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맛있는 요리도 맛보고 싶어요.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콘텐츠화하여 YouTube에 올리고 싶습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영국에 제임스 호프만이 있다면 한국에는 유승권이 있다.’라는 느낌이랄까요? (웃음) 어찌 됐든 가게에서 커피를 내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커피의 세계에서는 나이를 먹어도 즐거운 인생이 기다린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글 : 나카미치 다쓰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손님께서 방긋 웃으며 “맛있어요”라고 말해주시거나 “소문 듣고 왔습니다. 역시 맛있군요.”라고 말해주셨을 때 행복합니다. 우리가 해 온 것들을 인정받은 느낌이거든요. 배전두도 구매해 주시면 예의상 칭찬을 해주신 게 아니라는 게 느껴져서 더욱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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