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n Cafe Shen

Shen Cafe

Shen

‘어중간한 건 하고 싶지 않다’, ‘이상향’을 망가트리지 않도록

대만의 관문, 국제 공항이 있는 도시 타오위안시. 이전에는 공업 지역이었으나 타이베이와 연결되는 교통편이 발달하면서 도시 개발이 진행돼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 되었다.

선(shen)은 타오위안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로스터리를 창업하여 2004년에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친구 집 창고에서 시작한 사업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2019년에는 본점을 확장하면서 새로 단장했다. 앤티크 가구와 식기로 레트로 스타일을 도입하여 청결하고 밝은 분위기로 바꿨다.

맛있는 커피를 주변 사람들이 마셨으면 하는 마음에 고향에서 로스팅을 시작한 선은 업계 경력 약 30년의 보유자다. 장인의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그의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신뢰 관계가 경영을 뒷받침한다

문화적, 예술적인 이벤트가 많이 개최되고 ‘대만에서 가장 아름답다’라고 평가받는 시립 도서관의 오픈을 앞둔 타오위안. 현저한 도시화와 함께 인구는 증가 추세로 20년 전보다 1.3배 늘었다. Shen Cafe 본점의 맞은편 도로에는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즐비해 있어 지금은 ‘타오위안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지역’으로 바뀌었다.

2004년부터 이곳에 뿌리를 내린 선에게 이것은 예상외의 전개였다. 현재 빌딩이 즐비한 곳은 모두 공터였고 가게 앞 도로는 차가 1분에 1대 다닐까 말까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아 2021년에는 2호점을 오픈했으나 그의 마음가짐은 한결같다. SNS도 활용하고 있으나 홈페이지와 EC 사이트는 운영하지 않는다. 얼굴을 마주하며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대의 모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커피는 입을 통해 맛보고 코를 통해 향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 본인이 경험한 것을 이기지는 못하겠죠. 그래서 가게에서 손님에게 커피를 소개할 때도 시음을 권하고 있습니다.” 

원칙상 가게에 방문하지 않으면 커피콩은 살 수 없으나 예외도 있다. 먼 곳으로 이사한 단골들이 주문한 경우에는 수시로 상품을 배송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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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Shen Cafe에 코로나 사태는 커다란 위기였다. 감염 최고조 시기에 대만에서는 ‘매장 내 음식 금지. 테이크아웃은 가능’이라는 규칙이 적용됐는데 EC의 매출로 매장을 운영하는 로스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대안이 없던 Shen Cafe가 최소한의 데미지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연결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때는 최소 20명 넘는 손님들이 전화와 메일로 가게 사정을 신경 써 주셨어요. 제가 상황을 설명해 드리자 ‘응원의 의미로 커피콩을 많이 살게요.’라며 격려해주시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면 팔리기 마련이다. 상품 제작의 인생을 걸어온 듯한 선에게는 1부터 만들고자 하는 고집이 있다. Shen Cafe에서 파는 것들은 커피와 디저트는 물론이고 아이스크림도 수제이다. 전용 기계를 사용하여 우유와 사탕 등의 재료를 배합하여 이상적인 맛을 만든다. 

“지금까지 다른 가게에서 먹었던 것 중에 제가 생각하는 기준에 미치는 건 없었습니다. 커피도 아이스크림도 제가 만들고 싶은 맛이 세상에 없어서 스스로 만들고 있는 거예요.

미식가인 저는 먹는 것에 대해 진심인 사람입니다. 맛있는 아침 밥을 먹을 수 없는 날이면 그날은 계속 기분이 처지거든요. 최근에는 바빠서 못했는데 전에는 기본적으로 가족들 식사도 제가 만들었어요. 앞으로 가벼운 식사와 런치 메뉴 등을 가게에서 늘려나갈 생각이에요.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두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제 원점입니다. 그래서 만족해주신 손님들이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실 때 정말 좋아요. 그 과정에서 생긴 저에 대한 신뢰가 가게를 계속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만에서는 식품 회사의 위장 문제가 논란이 되어 음식의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이와 함께 오가닉을 찾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는데 ‘오가닉=안전’은 아닙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안전하다고 들어도 신뢰는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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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17살부터 25년 이상 되도록 커피 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대만인 남자에게 의무인 병역 기간을 제외하고 항상 어떤 형태로든 커피와 관련되어 있었다.

대학생 때는 해외 사이트와 다른 사람의 로스팅하는 모습을 참고하면서 분말 우유 캔을 사용하는 장치를 만들기도 했고 팝콘 기계를 개조하면서 로스팅에 몰두했다. 커피의 로스팅 정도를 조정하면서 맛의 차이를 즐기던 와중에 라이트 로스팅을 하면 커피의 풍미가 더 깊게 느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2000년, 선은 1년간의 병역을 끝낸 뒤 5kg의 로스팅 기계를 구입하여 친구와 함께 자가 배전을 시작했다. 친구 집의 3평 정도 되는 창고에서 로스팅한 콩을 가지고 구매해줄 고객을 찾아다니는 날들이 이어졌다. 

마침 대만의 커피 문화가 발전하고 있던 시기여서 주문은 점점 많아졌다. 낮에는 영업을 위해 돌아다녀서 밤에만 로스팅할 수 있었다. 그것이 괴롭지는 않았지만 매일 12~16시간 정도 일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선은 친구와 갈라서게 되었다. 품질을 최우선시하여 고급 생두만 사는 친구와 달리 고객 니즈에 맞는 커피를 제공하려고 했던 선. 품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으나 우선은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만들고자 했던 선은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 

도매를 통해 수입을 확보한 선은 고향인 타오위안에서 로스터리 카페(Shen Cafe)를 오픈하기로 했다. 인구가 많은 타이베이에서 오픈하는 선택지도 있었으나 익숙한 장소에서 하는 편이 자신의 성격과 잘 맞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Shen Cafe를 오픈하고 얼마 동안 가게는 파리만 날렸다. SNS도 없던 당시에 가게가 알려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선은 도매로 안정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서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결국 카페가 흑자로 전환한 것은 5년째가 되었을 때였다. 

“엄청 느렸지만 매월 안정적으로 성장했어요. 방문해 주신 손님들도 ‘이 집 커피는 정말 맛있어.’라고 호평해주셨고 단골분들도 점점 늘었어요.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알아봐 줄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올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희망을 계속 가질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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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하게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은 인생에서 딱 한 번, 커피 업계를 떠나려고 한 적이 있다. 병역을 마친 뒤 세일즈 일을 찾았었다.

“저는 정말 소극적인 성격이라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서툴러요. 어릴 때는 친구 어머니에게 인사하는 것도 못 할 정도였어요. 그래도 그런 성격이 제 성장을 방하고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대화해야 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국엔 저에게 익숙한 커피콩을 팔기로 했는데 처음 도매점을 방문 했을 때 일을 잊을 수가 없네요. 안에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10분 정도 가게 근처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가게에서 나오셨어요. 그때 ‘무슨 일로 오셨나요?’라고 말을 걸어 주셔서 겨우 용건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많든 적든 강점 약점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서툴지만, 고집이 있어서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선의 성격이 가게의 역사를 계속 써갔다. 

선은 2007년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블루마운틴 생두 1봉(30kg)을 10~15만 대만 달러(35~50만엔)로 구입한 적이 있다. 책과 선배를 통해 ‘마셔보면 절대 잊지 못할 맛이다.’라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입 3~4개월분에 맞먹는 가격이었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로스팅할 수 있을까? 1달 정도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이상적인 맛을 내지 못한 채 모든 생두를 다 사용하고 말았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맛을 내지 못한 이상 손님에게 팔 수 없었다. 선은 2봉째를 살 자금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블루마운틴을 포기했다. 한 푼의 매출도 내지 못해서 가족과 친구들이 비웃었지만, 그 판단을 후회한 적은 없다.

자신이 납득 가능한지의 여부, 그 명쾌한 경계선은 EC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선택과도 연결된다.

“좋은 EC 사이트를 만들어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해야 합니다. 전문성과 지식이 없는 저와 다른 직원들이 하면 오히려 브랜드와 상품의 가치는 떨어질 뿐이겠죠. 저는 EC 사이트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어중간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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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균열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선이 중시하는 것은 직원 채용에도 적용된다. 면담에서 중시하는 것은 자신의 느낌이다. 합이 맞는지 아닌지, 인연이라고 느끼는지 아닌지가 최대 심사 기준이다.

“지금 근무 중인 직원들은 모두 상냥합니다. A 씨는 B 씨와 닮았고 B 씨는 C 씨와 닮았어요. 개성 있고 주변과 마찰을 빚는 성격의 사람을 뽑지 않기 때문에 차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죠.”

지원자들에게는 좁은 등용문이다. 채용된 직원 중 1달 정도 수습 기간을 마치고 Shen Cafe의 일원이 되는 건 20명 중 1명이다. 가게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의 판단을 바탕으로 선이 퇴직을 요구한 케이스가 많았다고 한다.

“그건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자아내는 분위기와 일을 대하는 자세가 우리의 환경과 맞는지 아닌지의 문제입니다. 실제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길고 오픈한 이래 18년간 함께 일하는 직원을 비롯해 평균 5년 이상은 일하는 중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 뛰어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안심하고 커피를 즐기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직원 한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균열은 전체에 영향을 주니까요.”

현재 10명의 직원은 모두 정직원이다. 직원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때로는 외부 인재를 초빙하여 1개월에 1~2번 연수를 실시한다. 평소에는 직원들이 프로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주의해야 할 점을 발견한 경우 직원 모두가 보는 정보 공유 노트에 기재한다. 

“어찌 보면 직원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제 일입니다. 그들이 규칙을 깨지 않는 한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해주는 거죠. 분명 직원들은 저를 사장이라기보단 동료나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선이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라고 깨달은 것은 2016년쯤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가족과 지내는 행복을 희생하며 커피에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아이가 생기면 여러 가지가 바뀌죠. 카페에 오시는 손님이 전문가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편안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깨달았어요.”

선은 44년 동안 타오위안을 떠난 적 없다. 그에게 편안한 장소에 뿌리내린 삶이란 정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모든 것이 빨라진 지금, 우리는 자주 눈앞에 있는 사람과 사물을 소홀히 여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너머에 펼쳐진 눈부신 세상에 홀려서 땅에 다리를 딛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서 멀어진다. 이런 요즘 시대에 손재주로는 만들 수 없는 세상을 구축해온 그의 모습은 하나의 모범이 될 것이다. 

글 : 나카미치 다쓰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가게를 오픈한지 곧 20년입니다. 일 특성상 몇 점짜리 커피이고 어디에 문제가 있으며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어렵습니다. 거기다 집에서는 2명의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도 하루가 벅찹니다. 요즘엔 일을 은퇴하면 아내와 함께 카페에 가서 여유를 즐기면서 커피를 마시는 행복을 느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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