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Underwater Chris/Eric

Coffee Underwater

Chris/Eric

「인기 메뉴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의 호흡으로 열어나가는 커피의 가능성

지난 10년 사이에 대만인들의 커피에 대한 기호는, 쓴 음료에서 프루티한 음료로 크게 바뀌었다. 그렇게 스페셜티 커피가 점차 대만인들에게 스며들면서 맛있는 커피를 찾기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타이베이에 있는 로스터리&카페 Coffee Underwater 를 공동 창업한 에릭과 크리스는 무알코올 칵테일인 ‘목테일’ 로 커피의 가능성을 넓혀 새로운 커피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하 존칭 생략)

계속 진화하는 거리, 타이베이의 나카야마 지구. 화려한 호텔과 미술관, 상점이 많으며, 예술적인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그 모퉁이 한 켠에, 작살을 모티브로 한 푸른 간판의 가게가 「Coffee Underwater」이다.

가게 이름은 물 속처럼 조용한 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바다를 형상화한 푸른 벽면부터 파도무늬가 그려진 메뉴판, 통유리로 된 탁 트인 소파에 이르기까지 그 컨셉을 남김없이 형상화한 이곳은 ‘정말 물속에 있는 기분이다’ 라는 평이나, ‘너무 편안하다’ 는 평을 받고 있다.

커피의 세계는 가볍지 않다

Coffee Underwater가 다른 카페와 차별화하고 있는 점은 음료 종류의 풍부함이다. 품질이 좋은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한 에스프레소나 라떼, 싱글 오리진 커피뿐만이 아니라, 무알코올 칵테일인 목테일이나, 녹차 계열등 계절 한정의 음료 등, 가볍게 40종류가 넘는다.

「메뉴가 몇개 없으며, 맛으로만 생각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저희는 더 재미있는 요소를 도입하고 싶었어요.」 라고 에릭은 말한다.

「세계에선 커피 시장이 잘 성장해 있어요. 그렇기에 음식이나 술 등 여러 분야와 같이 제공하는게 트렌드입니다. 아직 대만에서는 그런 문화가 드물지만, 그 트렌드에 따라 플레이버나 겉모습이 매력적으로 되어, 손님들이 커피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해요. 커피는 블랙 혹은 프림의 두 가지 선택지로 정해지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에릭은 바리스타 외에 새로운 음료 개발도 하고 있다. 원래 에릭은 바텐더였는다. 그런 에릭이 바텐더를 그만두고 커피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것은 2014년경의 일이었다.

「바텐더의 일도 보람을 느꼈지만, 아이가 태어나며 밤낮이 역전된 생활이 제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게 되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사생활이 충실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정작 업계에 들어와 느낀 것은 바리스타와 바텐더는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었다.

「필요한 기술이 많이 닮았어요. 카운터에서 진행하는 작업의 정확성, 손님을 배려하는 가게 디자인, 손님이 요구하고 있는 것을 재빠르게 감지하는 능력 등등..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면, 바텐더가 음료를 만드는 과정이 더 복잡하고 손님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 정도죠.」

에릭은 바텐더 시절 배운 칵테일의 지식을 커피의 세계에서도 살리고 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는 과일이나 시럽, 크림 등 커피와 다른 것을 조합해 더 맛있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합니다. 커피 추출에서도 플레이버가 어떻게 변화할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을지 시행착오하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그렇게 한 잔의 맛있는 음료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손님이 좋아한다면 더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에릭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시그니처 메뉴인 목테일이다. 스테디셀러의 10종류 외에, 계절 한정 목테일이나, 테마가 있는 목테일도 6종류나 있다. 코스타리카 허니 프로세스의 에스프레소와 허니문에 메이플 시럽, 레몬, 소다수를 버무린 ‘밀월’ 에서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향미를 느낄 수 있다. 얼그레이티와 에티오피아 워시드의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믹스한 ‘호박’ 은 시트러스 향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각 색이 4겹으로 겹쳐진 그라데이션의 아름다움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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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살려주는 로스팅을

「제 레시피는 그의 로스팅이 있었던 덕분이에요.」 라고 에릭은 말한다. 에릭이 의지하고 있는 사람은, 공동 창업자 크리스. 2014년경 무역회사에서 생두를 다루면서 크리스는 커피 업계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커머셜커피를 취급했지만, 생두의 지역 특징과 품종, 정제방법을 알게 되면서 점차 수준 높은 원두에 끌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싹트게 된 생각이, 생산자에게 있어 공정한 거래인가, 지속 가능한 거래인가 하는 요소였다고. 그것이 정보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을 중시하는 지금의 마인드로 이어져 간다.

「생두의 잠재력을 크게 느꼈던 때는, 2018년경 나인티 플러스사에서 내놓았던 ‘Maker 시리즈’ 라는 커피를 마셨을 때였어요. 많은 사람들은 열대 과일의 향미로 평가하고 있었는데, 입에 머금은 순간 바나나와 파인애플의 맛이 톡톡 튀었습니다. 그런 커피는 살면서 느껴본 적이 없어 큰 충격을 받았어요.」

좋은 생두에 명확하게 존재하는 고유의 플레이버를 로스팅으로 끌어내고 싶다고 생각한 크리스. 그는 점점 로스팅에 빠져들게 된다.

「스페셜티 커피에는 From Seed to Cup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커피 한 잔이 생기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전문적인 일거리가 있다는 것이죠. 저는 바리스타나 커핑 등 많은 것을 경험해 본 끝에, 생두를 볶는 것이 제일 적성에 맞았어요. 제 로스팅을 통해 생두 본연의 맛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런 크리스가 로스팅 과정에서 중시하고 있는 것은, 생두에 포함되는 당류가 캐러멜화하는 과정이다.

「대만에서는 상쾌한 풍미의 커피가 트렌드이지만 저는 로스팅을 조금 더 진하게 해서 단맛을 더 끌어내고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지는 커피 중에서는, 에릭이 만드는 음료와 향이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향이 두드러지는, 신선한 과일 못지않은 생두가 필요합니다.」

크리스가 볶은 원두커피는 동업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대만의 카페 9곳에 원두를 도매하고 있는데, 그 거래처의 대부분이 Coffee Underwater에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이었다고 한다.

「어떤 업주는 에스프레소든 드립이든 저희가 볶은 원두는 맛을 표현하기 쉽다고 하더군요. 이 업계에서 흔한 일은, 카페에서 마셨을때는 맛있던 커피가, 집에서 그 원두로 커피를 내리면 같은 맛이 나지 않는 일이에요. 저는 손님이 직접 커피를 만들 때도 제 생각과 표현 방식을 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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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14년의 일이었다. 서로 업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에, 한 행사에서 둘은 의기투합하게 되었다고 한다. 둘은 함께 외출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2015년, 좋은 타이밍이 찾아오자 에릭은 대만 타오위안에 카페를 열었다. 그 후, 자신이 살고 있는 타이베이에 가게를 가지고 싶다고 하는 생각으로부터, 다른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크리스와 창업하기로 결심한다.

「둘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커피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고, 깨끗하고 질 좋은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전달하겠다는 근본적 생각도 같았기 때문이죠.」

개업 후,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던 것은, 서로 업계 경험이 길고, 거래처나 단골 손님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날이 갈수록 인기가 많아져 꾸준히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고.

하지만, 창업한 지 약 1년이 지난 무렵이었던 2020년 봄,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한다. 대만에서도 외출 제한이 계속돼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고 한다. 힘겨운 상황에서, 두 사람은 탈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손님이 어디에 있어도, 저희가 제공하는 것을 생활의 일부로서 느끼게 한다는 것이 저희가 낸 답이었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택해요. 그래서 집에서 바리스타의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커피 세트나 밖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커피백 등을 만들어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어요. 이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시장의 움직임이 둔화되긴 했지만 타이베이는 카페 경쟁이 심한 곳임에는 변함이 없다. 에릭은,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인들의 저를 부러워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카페를 가벼운 마음으로 창업하지 말라고 조언해요. 아마 그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달라, 카페에서 여유롭게 이야기를 하거나 생각하는 시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손님이 적을 때도, 케이크나 새로운 음료를 만들거나, 가게 청소를 해야 하기에 일에 쫓길 때가 많아요. 저희는 커피에 대한 열정이 끝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7, 8년씩 이 업계에 있을 수 없겠지요.」

그런 두 사람의 목표는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일종의 커피 전도 활동이리라.

「예전만 해도 대만 커피는 쓰고 탄 냄새가 나는 커피가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와인처럼 산지를 중시하며, 세세한 차이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생겼지요. 저희는 우선 커피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매장을 갖고 싶고, 테이크아웃 전문점처럼 고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커피가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되게 하는 것이, 저희가 이루고 싶은 목표예요.(에릭)」

인기 메뉴로는 성에 차지 않아 다양한 어레인지 음료를 개발하며 커피의 가능성을 열어준 에릭과 크리스. 참신하면서도 조화로운 세계가 펼쳐진 것은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에릭이 어떻게 대답할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크리스는 말했다.

「친구끼리 창업하면 사이가 멀어지기 쉽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며, 깔끔하기 처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커피에 관련된 일은 여러 가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요. 그런 점에서 저희처럼 각자 전문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불안함은 있었기에 가게를 오픈할 때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도달한 대답이, 제가 크리스를 설득하거나, 크리스가 저를 설득하거나, 둘 다 잘 되지 않으면 마지막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것이었어요. 반 농담이었지만 그게 저희 스타일입니다.(에릭)」

글 : 누마타 요시노
편집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왕천희 hello henryboy
번역 : 박치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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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게 느껴져요. 맹자가 천시지리인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요, 타이밍과 좋은 장소 이상으로 사람과의 조화와 중요하다는 가르침으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릭)

에릭이랑 똑같아요. 커피는 혼자 마시면 재미없어요. 커피를 같이 마실 사람이 있으면 커피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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