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arpath coffee Vicente Mejía

Vicente Mejía

Clearpath Coffee

‘커피 생산자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 리스크도 리턴도 함께 나눈다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2016년에 개업한 Clearpath Coffee. 공동 수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점으로 생산자에게 1봉 단위로도 생두를 구매하거나 전통 거래 시장과 경쟁사 대비 많은 금액을 생산자에게 환원하거나(2022년에는 평균 +32%) 하면서 생산자의 비즈니스 성공을 후원한다. 그 실적이 호평받아 파트너 관계를 맺은 소규모 생산자(※)의 수는 314로 증가 추세이다. ※ : 소유 농원 5ha 이하

창업 7년 차를 맞이한 지금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Clearpath Coffee(이하 Clearpath)의 창업자는 비센테 메히아. 아르헨티나의 상사에서 트레이더 경험을 쌓은 후 모국인 콜롬비아로 돌아가 곡물 수입 회사를 차렸다. 비센테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커피가 가진 잠재력이었다. 당초에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투명성을 적용하려고 한 그는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까?

생산자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한다

업계를 불문하고 사회에 잘 침투하여 자리 잡은 시장은 안정적이지만 정체기를 만든다. 시스템은 점차 경직화되고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생산 방법부터 마케팅, 고객과의 관계 구축 방법까지 100년 전부터 거의 진보하지 않았다. 생산자들은 자신들의 커피가 어디로 가서 누구에게 팔리고 로스팅한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어떤 느낌을 받고 있는지를 알 방법이 없다. 그런 문제의식이 Clearpath의 출발점이다.

생산자의 파트너를 자칭하는 Clearpath는 말하자면 ‘커피 생산자의 영업 부대’이다. 생산자 대신 샘플 생두를 발송하고 관심을 보이는 고객에게 농원 방문과 생산자와 온라인으로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샘플을 테스트한 고객이 피드백을 보내주면 생산자와 공유하여 더욱 매력적인 상품 만들기를 후원한다. 주로 이 일들을 담당하는 것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영업 팀이다.

“우리는 생산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농원을 소유하여 고품질의 커피를 키우는 노하우를 가진 생산자, 그리고 국제 무역과 금융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 고객과 연결된 우리가 힘을 합쳐서 시너지를 만들고자 해요.”

생산자를 바이어와 로스터의 눈에 보이는 존재로 만들어서 그들의 지위를 높이고 용기를 주고 싶다는 Clearpath의 일은 ‘생두를 파는 걸로 끝’이 아니다. 고객이 보내주는 피드백과 요즘 유행하는 정제 방법, 프로파일 등 도움 되는 정보는 모두 생산자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생산자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경영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 전략을 세우기 쉬워진다.

연결고리가 마음의 불을 지핀다

Clearpath에는 ‘5봉의 마이크로 로트부터 생두를 구매한다’라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1봉 혹은 그 이하여도 구매한다. 커뮤니티 혹은 지역 단위로 블렌드를 만들어 스토리라는 부가가치를 더해 판매하는 것이다. ‘아무리 희소성 높고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해도 많이 팔지 못하면 품질에 맞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다’라는 생산자의 딜레마에 초점을 맞췄다.

“자선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자에게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자 하는 마음과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사명을 균형 있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당사에서 일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 군단입니다. 재무와 업무 운영, 생산(커피 정제) 각 분야의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업상 얻은 이익을 전시회 출품과 영업, 마케팅으로 재투자하여 선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고품질 커피와 생산자와의 우호적인 관계 없이는 실현할 수 없습니다.”

사업이 사회에 미치는 임팩트를 판단하는 지표로 Clearpath에서는 2개의 항목을 정점 관측한다. 1번째는 농협과 생산자 조합의 거래 시세와 자사의 판매 가격의 비율이고 2번째는 자사가 영향을 미치는 소규모 생산자의 수이다. 한편, 비센테는 정량화할 수 없는 임팩트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고객의 피드백은 생산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더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실제로 그럼 조금 모험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겁니다. 흔하지 않은 품종을 재배하는 생산자와 새로운 정제방법을 배우는 생산자가 등장하고 있죠. 도전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것은 내년 이후에도 지속해서 구매해주실 것 같은 고객과의 연결고리가 담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모든 조합과 농원에서 보이는 커다란 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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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으로 핸디캡을 극복하다

Clearpath에서는 커피를 보관하는 장소로 자사의 창고를 생산자에게 빌려준다. 판매하는 커피양(재고)을 항상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다.

또한 커피 구매가 확정된 시점에서 매출의 절반 정도를 생산자에게 선불로 지급하는 것도 Clearpath의 방식이다. 생두가 구매자에게 전달되어 지불이 완료되면 남은 금액을 지불한다. 비센테는 “이렇게 하면 생산자는 환율의 혜택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파트너로서 협력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더 많은 이익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가진 적은 돈을 자본으로 창업한 당시에는 커피를 살 수 있는 자금이 없었거든요.”

신용도 자본도 없고 업계 전망도 밝지 않았다. 창업 초기 빈손으로 타국 땅을 여행하듯이 비센테는 국내 협동조합과 소규모 생산자 단체에 연락을 취했다.

“더 비싸게 커피를 파는 방법을 테스트해 봅시다. 외국에서 커피를 팔 수 있도록 협조하겠습니다.”

더 많은 리턴을 위해서는 리스크도 안고 가야 한다. 리스크도 리턴도 함께 나누는 협동 모델에 동참한 생산자의 일부는 ‘Clearpath에 커피를 팔겠다’라는 약속을 했지만, 그들에게 선금을 지불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수출이 완료되기 전까지 대금 지급을 기다려 달라’라는 조건을 받아들인 생산자에 대한 담보는 비센테 자신에 대한 신용뿐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난관을 극복하면 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깨달으면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게 된다. 창업 이후 순조롭게 성장해온 Clearpath의 궤적이 그 진리를 말해준다.

우선은 뭐든지 해본다

비센테는 원래 수의사가 되고 싶어 하던 학생이었다. 그러나 비즈니스가 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애그리비즈니스 석사를 취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원에 진학했다. 재학 중에는 옥수수와 대두 등을 아르헨티나에서 전 세계로 판매하는 상사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곳에서 트레이더(무역 중개사)로 일한 비센테는 종일 전 세계의 고객과 전화로 가격 협상하는 일에 매료되었다.

대학원 졸업 후에도 같은 회사에서 몇 년간 더 일한 비센테는 콜롬비아로 귀국하여 2014년에 아르헨티나와 캐나다의 농작물을 콜롬비아로 수입하는 상사를 창업했다(현재는 형제가 운영).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울 수 있는 하루하루가 자극적이었다.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업무의 가치를 납득하지 못하는 자신이 있었다. 외국에서 물건을 사 와서 중간 마진을 얻는 것이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Photo: CIAT/NeilPalmer

콜롬비아를 위하는 일이 하고 싶고 외화를 벌 수 있는 수출업이 하고 싶었다. 서서히 실체화되는 소망을 통해 만난 것이 커피였다. 배우면 배울수록 열정이 솟아오르는 와중에 커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커피로 타깃을 정한 이유는 크게 2개 있습니다. 1번째는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편 혁신을 일으킬 여지도 있는 업계이기 때문입니다. 2번째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성장과 변화가 매우 빠르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현재 우리가 거래하는 생산자 네트워크에서도 몇 개월에 1번은 새로운 정제 방법과 프로파일이 발생합니다. 그것들을 가능한 한 빨리 실용화해서 가능한 한 빨리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도전이고 재미도 있어요.”

Clearpath의 핵심은 ‘선입관을 가지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자’라는 이념이다. 시장에 흥미를 유발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시도해 보자는 것이 기본자세다. 현재 도전 중인 과일의 공발효(Co-fermentation)가 그 사례이다. 

“업계에는 이것이 올바르지 못한 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시장의 유무와 고객의 반응을 모르는데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물론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꺼리지 않는 생산자와의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습니다.”

콜롬비아 넘버원이 된다

넘버원이라고 하지만 모든 생산자가 혁신적인 것도 아니며 리스크를 감수할 각오가 있지도 않다. 전통 방식으로 긴 세월 커피를 생산해온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새로운 정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커다란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있고 성공해도 팔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실험에 대한 지식과 설비를 갖추지 않은 생산자도 적지 않다.

그래서 2019년에 Clearpath가 만든 것이 생산자 대신 실험하는 정제소 ‘El Puente’이다. 생산자에게 커피 체리를 구매하여 매일 새로운 정제와 복잡한 정제를 시험해보는 연구소 같은 시설이다. 물론 이에 특화된 팀도 갖추었다.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Clearpath는 일단 스스로 리스크를 짊어지기로 했다.

“Clearpath가 지향하는 것은 콜롬비아의 커피 생산자에게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5년 안에 매출과 수출량을 10배 늘린다’라는 매우 야심 있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콜롬비아의 회사 중 넘버 원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는 과정은 평탄하지 않겠죠. 지금도 다음 스테이지로 가기 위해 뚫고 가야 할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그것이 묘미이기도 합니다. 실현 가능성을 믿고 난제를 해결하면서 사업을 더 크게 성장시키는 것. 이보다 더한 기쁨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100세가 되어도 어떤 형태로든 사업을 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비센테는 사업이라면 뭐든 다 좋은 게 아니다. 

“스페셜티 업계에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돈을 버는 것, 이익을 내는 것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점이죠. 많은 사람이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커피 커뮤니티 속의 모든 이를 서포트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커피 업계, 특히 스페셜티 커피 업계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일에 인센티브가 발생한다는 점이 멋져요.

게다가 그것은 누군가에게 억지로 떠밀려서 하는 일도 아니고 강요받은 일도 아닙니다. 정말 자연스럽게 그런 문화가 조성된 것이죠. 현재 저와 Clearpath가 하고자 하는 일도 시장의 니즈와 무리 없이 융화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글 : 나카미치 다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