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gasawa COFFEE 나가사와 가즈히로

Nagasawa COFFEE

나가사와 가즈히로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훌륭한 맛, 리얼한 체험이 만든 ‘행복한 편견’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Nagasawa COFFEE의 나가사와 가즈히로씨 01

2012년에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외곽에 Nagasawa COFFEE를 오픈한 나가사와 가즈히로 씨.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 봉사활동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사람들이 기쁨을 느끼는 가게 조성’을 지향해왔다. 개업 전부터 생산자와의 교류도 커피의 일부라며 몇 번이나 생산지에 방문한 적 있는 나가사와 씨는 이번 볼리비아 여행을 통해 무엇을 느꼈을까?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1

가지 않으면 모른다

가게를 개업하기 전부터 생산지는 커피를 생업으로 삼는다면 가야 하는 장소였습니다. 비단 생산지만이 아니라 현장의 공기를 마시고, 눈으로 직접 보고, 피부로 느끼지 않으면 무게감 있는 말을 뱉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기 쉬워졌지만, 문장과 사진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피 체리의 숙성도를 높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얼마나 일교차가 발생하는지 스스로 느껴보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해발 고도와 품종, 정제 방법, 풍미 등 가게에서 취급하는 생두에 대한 정보는 표시합니다. 하지만 가본 적 없는 곳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요. 그건 분명 제가 아날로그형 인간이라 그런 거겠죠.

그래서 개업 2년 차에는 바로 생산지(엘살바도르)에 갔었고 기회가 되면 가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몇 년 만에 생산지에 갈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2

볼리비아를 1지망으로 택한 것은 남미만 유일하게 가본 적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볼리비아의 커피를 취급하지만 무역 회사가 제공해 준 정보지만 갖고 있었죠.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을지 궁금했어요. 분위기를 전혀 몰랐거든요.

생산지에 갔다 왔다 해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커피 맛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변한 것은 손님에게 전달할 때의 에너지입니다. 이번 여행뿐만 아니라 생산지에 갈 때는 항상 ‘현지에 가면 분명 아직 겪어보지 못한 세계가 기다릴 것이다.’라고 한껏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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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3

생산자가 보이면 의식이 바뀐다

최근에 아그로 타케시라는 멋진 커피도 등장했다는 점에서 볼리비아는 아직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세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점들이 있어요. 실제로 정보가 적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다녀오기 잘한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시아 씨의 농원에 갔을 때입니다. 서프라이즈로 점심을 준비해 주셨는데 전통 음악을 BGM으로 삼아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향토 음식을 나르는 모습을 보고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4

더불어 나시아 씨가 (볼리비아의 원주민인) 아이마라족의 전통문화에 대해 열정적으로 알려주시는 모습은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아직 20대 젊은이인데 지역의 미래와 국가의 미래까지 생각하더군요. “제 커피가 아니어도 되니까 볼리비아의 커피를 일본에 소개해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라는 말에서 그녀의 마음씨가 느껴졌어요.

그런 그녀를 통해 자신을 돌이켜봤을 때 아차 싶더라고요. 저는 모리오카라는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 중이지만, 게스트가 방문했을 때 과연 모리오카와 일본의 매력을 그녀처럼 열의를 다해 전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볼리비아의 커피 농원에서 05

이번 Lab 여행에서는 나시아 씨뿐만 아니라 열정을 갖고 진지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깨달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이미 제 가게에서도 취급 중인 핀카 이사벨은 농원 가꾸기도 잘 되어 있어서 홀딱 반할 정도였죠. 페르난도 씨, 가브리엘라 씨 부부는 “퀄리티와 지금의 손님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으니까 이 이상 규모를 키우지 않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산자의 에너지와 사고방식, 성품을 알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10점 정도 가산된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래서 설령 나시아 씨의 커피 점수가 조금 낮았어도 저는 가게에서 취급했을 겁니다. 평소에 손님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맛을 본 결과로 스페셜티를 취급하고 있지만요. 그 분류에 현혹되지 않고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훌륭한 맛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Nagasawa COFFEE의 나가사와 가즈히로씨가 볼리비아의 생산자와 교류 01

리얼한 체험으로 바뀌는 것은 우리 로스터뿐만이 아닙니다. 10월 초, 볼리비아 생산자들이 우리 가게를 방문했던 시기에 이번 여행의 보고회를 열었습니다. 이전에는 사진을 봐도 놀라지 않았던 손님들도 생산자와 직접 만나고,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슬라이드로 보자 커피를 마시고 싶고, 사고 싶은 기분으로 가득 찬 것 같았어요. 생산자가 가게를 방문한 건 개업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 저도 자극받았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Nagasawa COFFEE의 나가사와 가즈히로씨 02

맛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 커피의 대가

제 원점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피난소에서 커피를 나눠줬던 일입니다. “마침 커피가 마시고 싶었어요.”,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요.”라고 기뻐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커피가 가진 신기한 힘을 실감했습니다. 

원래는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특화한 가게를 운영할 생각이었는데, 확 바꿔서 많은 사람이 기뻐할 만한 가게를 만들어야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누구와 마시고, 어디서 마시고, 어떤 기분으로 마시는가에 따라 커피의 맛은 변합니다. 그때부터 커피의 가치는 맛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는 전제가 생겼어요.

그러면서도 저만의 기준은 센 편이라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커피만 취급합니다. 단지 손님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항상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죠.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Nagasawa COFFEE의 나가사와 가즈히로씨 03

저는 성격적으로 비즈니스 마인드보다는 아무래도 나의 기준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에요. 제 가게는 모리오카 외곽에 있습니다. ‘입지 조건이 나쁘다’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잘 운영하면 언젠가 알아주실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현재 손님들께서 사랑해주신 덕분에 10년간 영업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지방 도시’와 ‘도시 외곽’이 마이너스 요소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도시 규모는 대도시보다 작지만 다른 커피 전문점이 적은 만큼 자리를 잡고 우리만의 색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도쿄에도 자주 가는데 정말 변화 속도가 빠르더군요. 그 흐름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자면 지방은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커피를 생업으로 삼으면서도 주축은 흔들림 없었달까, 나만의 스타일이 무너진 적 없습니다. “2번째 매장을 열지 않을래요?”라고 제안이 온 적도 몇 번 있습니다만, 전부 거절했습니다. 마트에서 “커피콩을 도매로 팔지 않으실래요?”라고 제안이 왔을 때는 맛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공한 드립백이라면 가능하다는 조건하에 받아들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1개 매장만 운영하는 방식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에 있는 Nagasawa COFFEE의 나가사와 가즈히로씨가 볼리비아의 생산자와 교류 02

아마 제가 이런 사람이라서 고유의 문화를 지키려는 나시아 씨와 일정 이상의 규모로 확대하고 싶지 않다는 페르난도 씨, 가브리엘라 씨 부부에게 공감대를 느낀 거겠죠. 볼리비아에서 멋진 경험을 했기 때문에 사비를 들여도 좋으니까 내년에도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