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FAVORITE COFFEE

【특집】OUR FAVORITE COFFEE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죠. 그 사람의 흥미와 관심 대상, 취미의 취향 혹은 현재 놓인 상황 등을 많든 적든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책장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발견하는가 하면 그 사람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한편, 누군가에게 자신의 책장을 보여준 사람은 뭔가 부끄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하죠. 사적인 공간과 마찬가지로 타인에게 쉽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책처럼 ‘좋아하는 커피’에도 그 사람의 개성과 인품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책만큼 사적인 것은 아니죠. 쉽고 거리낌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구가 되며 어떤 스토리의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나래티브 코너에서 다루는 로스터분들도 매일 커피와 마주하는 프로이기 전에 평범한 사람입니다. 가족과 지내는 휴일에 마시는 평범한 커피 한 잔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내려준 한 잔이 맛의 좋고 나쁨을 잊게 하거나 하죠. 그 와중에도 개성이 빛나는 16팀의 로스터를 통해 ‘좋아하는 커피’를 모아봤습니다. 

Ditta Artigianale/Francesco Sanapo/Italy.

하루를 시작할 때 가족과 함께 마시는, 아내가 만들어주는 커피입니다. 아내는 언제나 “내가 커피 챔피언인 당신에게 커피를 만들어주다니”라고 말합니다. 하하. 커피에는 “또 멋진 하루가 시작된다”라는 메시지가 들어 있지요.

The Beans on Fire/Maria Hernandez/France

콜롬비아의 고향집에 가서 아침에 아버지와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입니다. 아버지는 집안일은 전부 어머니에게 맡기는데, 그때만은 일찍 일어나 매우 기쁘게 커피를 끓여 주고는 하세요. 커피의 품질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둘이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경치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은 최고입니다.

Coffee Underwater/Eric, Chris/Taiwan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게 느껴져요. 맹자가 천시지리인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요, 타이밍과 좋은 장소 이상으로 사람과의 조화와 중요하다는 가르침으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릭)

에릭이랑 똑같아요. 커피는 혼자 마시면 재미없어요. 커피를 같이 마실 사람이 있으면 커피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크리스)

The Smoking Tiger/Antonio Tombolini/Italy

제가 가장 행복할 때는 새로운 커피 샘플을 커핑하고 있을 때에요. 그 즐거움을 저 혼자 독점할 수도 있고, 직원이나 손님과 공유할 수도 있지요. 누구보다도 빨리 커피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로스터의 특권이랍니다.

Sakona Coffee Roasters/Javier Garcia Funez/Spain

커피 업계의 친구들과 커핑을 한다고 합시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10가지 커피중, 모두가 단 한가지의 커피를 마음에 들어하고 그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장면이 이상적인 장면입니다. 그것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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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IHARA COFFEE ROASTER/Daisuke Sugihara/Japan

직업상 커피를 마실 때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어요. 커피 생산자의 환경을 생각해주길 원해서 커피 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역시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마음이 잘 맞는 커피업계 동료의 가게를 방문하여,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실 때 정말 힐링이 되고는 합니다.

Fritz Coffee Company/Kim Dohyun/South Korea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항상 커피를 내려달라고 합니다. 귀찮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만(웃음), 같이 천천히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치면, 커피가 더욱 따뜻하고 맛있게 느껴져요. 물론 그 커피에는 프릳츠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특히나 저는 코스타리카 에르바수 농장의 비야 사르치 허니를 가장 좋아해요. 농장주 안토니오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커피입니다.

ビーンズ喜多見/Norie Shimizu, Sayuri Shimizu, Nobuto Miyashita/Japan

몇 번이나 오리지널 브랜드를 시작하는 중에 이상을 넘은 한잔을 만들어 낼수 있었을 때이지요. 새로운 발견에의 감동과 무한히 있는 커피의 조합속에서, 깔끔하게 피스가 꼭 맞은 것 같은 달성감을 느낍니다. 그런 때는 빨리 빨리 고객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으로 가슴이 부풉니다. (노리에・·사유리)

동료와 투어링용의 자전거로 산에 올라갔을 때에 산 정상에서 내는 모카는 과거 최고의 한잔이었어요. 한여름에 목이 바싹 마른데 뜨겁고 쓴 모카가 왠지 굉장히 맛있고, 잊을 수 없는 맛이 되었습니다. (미야시다)

VWI by CHADWANG/Chad Wang/Taiwan

사람은 복잡한 생물이므로, 매일 행복하게 있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단, 자신이 끓일지 다른 사람이 끓일지에 관계없이, 기대를 넘는 훌륭한 커피를 마셨을 때에, 행복을 느낍니다.

AKITO COFFEE/Akito Tanzawa/Japan

예를 들면 밭작업의 사이에 마시는 커피처럼, 아무 생각도 안하며 마시고, 순수하게「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한잔입니다. 평소에는 일에서도 다른 커피집에 가서도 머리를 쓰며 마시고 있으므로, 그렇게 완전히 플랫한 상태로 마시는 커피야말로 우리들이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되는 한잔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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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fe Bal Musette/Chiaki Kawaguchi/Japan

커피를 마시러 다니고 있으면 큰컵이라도 어느사이에 다 마셔버리는 커피와 만납니다. 맛있는 커피는 정말 많습니다만 원샷할 수있는 커피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꽉차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원샷할 수 있는 커피」가 내가 목표로 하는 커피이기도 해요.

Rusty Nails Coffee Roasters/René Královič/The Czech Republic

요즘은 크레이지한 정제 방법으로 만들어진 커피가 넘쳐 흐르고 있어서 감당할 도리가 없어졌습니다. 나는 미각을 넓히기 위하여, 혹은 맛을 시도한다는 의미에서도 그러한 커피도 마셔 봅니다만, 결국은 워시드에 안착합니다. 언제나 산지의 테루아르를 느끼게 해 주는 워시드를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나는 고풍스러운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HONO roasteria/Tatsuya Murai /Japan

아침에 마시는 한잔째의 커피를 좋아해요. 감각이 열려있을 때에 좋은 것을 몸에 넣는 쪽이 좋고 마시고 싶을 때에 마시는 쪽이 기분좋게 맛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영업하고 있는 커피숍에 한층 더 리스펙트를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LiLo Coffee Roasters/Keita Nakamura/Japan

함께 일하는 직원이 내려주는 한 잔입니다. 직원들은 종류와 내리는 방법을 여러모로 생각해서 만들어요. 한편 저는 커피의 맛을 통해 그 의도와 배경을 상상합니다. 그래서 정답을 맞히는 과정에서 저의 추리가 맞으면 정말 기쁘거든요. 물론 틀린 적도 있습니다만 그 과정이 즐겁잖아요.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허브 같은 음료라고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Uncommon Amsterdam/Claye Tobin, Nina Tromp, Josh Cotton/The Netherlands

조시 : 다른 로스터와 커핑(cupping)을 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 쳐다보았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생산자가 정성을 다해 이렇게나 훌륭한 커피를 만들어 냈고 정말 로스팅을 잘했다고 일부러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같은 풍경과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정말 멋진 순간입니다.

클레이&니나 : 미얀마와 태국에서 생산자들과 함께 마신 커피에 견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생산자들이 재배한 커피를 우리가 암스테르담에서 로스팅해서 가져왔었는데, 자신들이 키운 커피를 처음 마신 그들은 놀라움과 동시에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감정에 젖어있던 것은 그들의 미소를 본 우리였을지도 모릅니다.

Hytte roastery/Jung Hyo jae /South Korea

한국에서 남타커 라고 얘기하잖아요. 남이 타주는 커피. 제가 하루에 일로써 마시는 커피 양이 엄청 많으니까 아무래도 그때는 로스팅이 잘 됐는지, 맛있는지 맛없는지 평가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니까 그럴 때는 맛있다 맛없다 보다 잘됐다 못됐다 로 구분해요. 휴식을 하는 시간에 저희 아내나 친구나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돈 주고 사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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