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ICA GUIDE
OBROS COFFEE 오기노 와카키/ 오기노 유메히로

OBROS COFFEE

오기노 와카키/ 오기노 유메히로

형제, 그리고 파트너. 서로의 개성이 '새로운 만남' 을 만든다.

2016년 5월, 후쿠시마현의 고리야마시에 오픈한 커피 가게 OBROS COFFEE(오브로스 커피). 창업자는, 현지에서 태어나 자란 오기노 형제이다. 형제가 가게를 차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입을 모으는 형 오기노 유메히로씨와, 동생인 오기노 와카키씨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하 존칭 생략)

예상치 못한 커피와 만나게 되다

2016년에 오기노 형제가 오브로스 커피를 개업한 후, 날마다 접객을 해가며 구축해 낸 ‘예상치 못한 커피와 만나게 해주는 가게’ 라고 하는 컨셉은, 실질적으로는 15년전부터 구상되었던 컨셉이다.

당시 상고 3학년이었던 형은, 졸업 후 진로가 정해지지 않아 고민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카페에서 만난 라떼아트가 삶의 방향을 정해주게 되었다고 한다.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눈으로 즐기는 아트를 접할 줄은 꿈도 못꾸고 있었어요. 제가 받은 감동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고, 커피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커피와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커피를 만난 경험이었어요.」

그로부터 약 8년 후, 동생 와카키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20살 무렵, 형을 따라 간 도쿄의 로스터리 카페 UNLIMITED COFFEE ROASTERS 에서 예상치 못한 커피와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제가 만드는 카푸치노는 딸기우유 같은 맛이 나요’ 라고 바리스타님이 말해주셔서, 직접 마셔봤는데 진짜 그 맛이 나더라고요. 그때까지 커피를 잘 못 마셨었는데, 그 커피 한 잔을 통해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런 큰 자극은 경험해 본 적이 없었어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기억은 지금 가게에서 손님에게 좋은 커피를 제공하자는 동기 부여로도 이어지고 있어요.」

제안하는 스타일의 가게인 오브로스 커피에서는, 커피가 원래 가지고 있는 풍미와 개성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로스팅을 하고, 그러한 로스팅 원두에 특화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동생은 이렇게 말한다. 「손님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희가 선택지를 한정지으면, 지금까지 맛본 적이 없는 커피를 쉽게 만나게 해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방문한 손님들은, 커피에 감동해서 계속 찾아와주시는 분이랑, 커피가 잘 맞지 않아 발길이 뜸해지는 분으로 갈리긴 했었지만요.」

하지만 창업 5년이 지나, 평범한 커피를 제공하지 않는 가게라는 인식이 생겼고, 고객들의 반응도 달라졌다고 한다.

형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가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찾아와 주시기에, 평범하지 않은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이 많아졌어요. 그렇기에, 예전만큼 크게 감동하는 분은 적어졌지요. 처음에는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스러운 커피를 제공하고 싶었는데요, 최근에는 조금 놀랄만한 커피나,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있지만, 나중에 되서야 대단한 커피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그마한 차이를 눈치채는 손님도 많아지고 있어요. 예전에 귤의 풍미만 이해하시던 분들이, 오렌지나 레몬의 풍미도 느끼게 되시고는 합니다. 저는 늘 같은 옷차림을 하고 있는데, 평소와 다른 재질의 옷을 입었다던지, 사이즈가 달라졌다던지 하는 걸 눈치채는 손님도 있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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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으로 미래를 정한 적은 없다

오브로스 커피를 개업한 2016년 5월, 형은 27살, 동생은 23살이었다. 가게를 열기로 한 것은, 6년전부터였다고.

「저는 당시 21살이었는데요, 커피 체인점의 점장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고, 커피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던 때였어요. 진로나 연애 이야기 등, 부모님이나 친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을 동생과 서로 이야기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언제 어느 쪽이 커피를 하자고 말을 꺼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둘이서 어디 갈지를 정하는 가벼운 느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적어도 충동적으로 저희 미래를 정한 기억은 없습니다(웃음).」

당시 동생은 고등학교 2학년에 불과했는데도, 형과 커피를 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저는 옛날부터 형을 쫓아다녔어요. 형이 하면 저도 했어요. 중학교에 테니스부에 들어간 것도 형이 테니스부였기 때문이었고, 옷도 형의 물려준 옷들을 입고 다녔어요. 고등학교 졸업한 후엔 바로 형과 2년 정도 산 적도 있지요.」

자신들의 가게를 차리기로 마음먹은 두 사람. 그렇게 형제는 자신들의 삶을 설계하고 그에 따른 커리어를 형성해 갔다. 형은 커피 업계를 경험하기 위해서 커피 체인점에서 5년 정도(그 중 점장으로 2년) 일한 후,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1년 정도 가구점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커피 기구의 유지 보수 회사에서 기구에 관한 지식을 쌓았다고도 한다.

비슷하게, 동생도 커피 업계를 느끼기 위해서 형과는 다른 커피 체인점에서 1년간 근무했다. 그 후 접객을 배우고 창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회사에서 정규직으로 3년 반을 근무했다고.

한편, 가게를 열 지역으로서 도쿄와 교토도 후보로 꼽고 있던 두 사람이,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고향 후쿠시마를 선택한 것은 어째서였을까.

동생은 말한다. 「도쿄와 교토에는 이미 싱글 오리진 전문 카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비즈니스로서 차별화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0에서 1을 만드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도 있어요.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커피의 맛을 잘 몰랐던 제가 한 잔의 커피와 만나 감동했듯이, 아직 커피의 매력을 모르는 분들에게 저처럼 감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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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게서 졸업하다

이전에는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있던 오브로스 커피이지만, 현재는 오기노 형제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형 유메히로가 브랜딩과 같은 운영 전반과 추출, 접객을 담당하고 있고, 동생 와카키가 로스팅과 접객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역할 분담을 잘 나눈 형제지만, 창업 초기에는 서로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고 한다.

동생은 되돌아 본다. 「개업 전이나, 개업 후나, 형이 제 선생님이었어요. 형한테서 알게 된 것이 제가 아는 것의 전부였죠. 제가 충격을 받은 UNLIMITED COFFEE ROASTERS를 소개해 준 것도 형이였으니깐요. 그래서 손님들한테도 형을 따라오기만 한 제가 위태위태하게 보였을 거예요. 할 수 있겠냐고 걱정을 해주신 손님도 계셨으니까요.」

「실제 점포 계약부터 커피 기구, 식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형이 골라줬고, 접객과 SNS를 통한 브랜딩과 홍보도 모두 형이 하고 있었어요. 제가 하는 일은 커피 추출이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설거지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창업을 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단지 형이 시키는 것을 하기만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손님들에게 감동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제가 스스로 생각해서 실현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그렇게, 동생은 점차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그대로 형에게 붙어 있는 것만으로는 자신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느꼈고, 원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에는 흥미가 있었으니까, 로스팅에 도전해 보자고 생각하게 된 동생. 그렇게 동생은 창업 2년차인 2017년 6월에 로스터리 설립을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명칭은 「OBROS COFFEE 1095」. 1095는 3년=1095일의 기한을 나타낸 것이다. 우선은, 쉐어로스터를 모집하고 있던 도쿄의 GLITCH COFFEE & ROASTERS에 월 1, 2회의 빈도로 다니며, 로스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와 병행해, 평일은 현지의 호텔이나 잡화점에서 이동식 카페를 운영했다고 한다.

「처음엔 손님도 전혀 안 와서 열심히 해도 2주 동안 2kg 정도밖에 안 팔렸어요. 2kg짜리 원두커피를 볶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8분인걸 생각하면, 5시간 걸려 심야 버스로 도쿄-후쿠시마 사이를 왕복하고 있었으므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로스팅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접할 수 있어 너무 즐거웠어요. GLITCH의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하셨고요. 밤 늦게까지 같이 테이스팅을 하거나,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동생 와카키가 예정보다 반 년 정도 빠른 2019년에 ‘와카키 커피’ 로 로스팅을 하기 시작한 것은 로스터로 데뷔할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라고.

「지금은 형이 직접 맛있다고 하는데 가끔 새 원두를 내놓아도 쑥스러운지 시큰둥한 반응이나 노코멘트로 끝날 때가 많아요. 한 언론 취재로 동생이 볶은 과테말라가 너무 맛있었다고 형이 말하는 기사를 봤을 때야 비로소 형이 평가해 준다는 걸 알았거든요.(웃음)」

1095 활동을 시작하며, 동생은 설비를 구축하고, 호텔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일정을 잡고, 승인 허가 신청을 직접 해야만 했다. 동생이 로스팅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 시작한 1095는, 커피를 내리는 것 밖에 할 수 없고, 형의 뒤를 계속 쫓아간 자신으로부터 졸업하여, 「오기노 와카키」로서 새로운 인생을 걷기 시작한 증거였음에 틀림없으리라.

「카페에서 커피 이외에는 잘 모르는 것이 많긴 해요. 하지만 저는 커피가 주인공이라 여기기 때문에 눈에 띄는 옷도 입지 않고, 반지나 악세사리도 전혀 착용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커피에 대해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커피의 세계는 2~3년 지나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상식이 뒤집히고, 지금까지 없었던 맛과 체험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러한 것이 계속 반복되므로 커피 일을 그만둘 수 없답니다. 배우면 배울수록 예상치 못하게 새로운 커피와 만나게 때문에, 커피의 끝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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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다

2017년 6월, 동생이 「OBROS COFFEE 1095」를 시작했을 무렵, 형은 2호점을 오픈시키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가게는 직원에게 맡긴 적도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역을 활성화시키려는 생각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가게를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느껴,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 후, 2호점을 열 수 있었긴 했지만, 2명의 카페 직원이 퇴직하는 시점에 반년 정도 운영한 2호점을 폐점했다. 다시 형제 둘이 운영하는 가게로 돌아간 것이었다.

형은 말한다. 「새로운 스탭을 고용하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포기했어요. 형제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가게(Ogino BROS=brothers)인데, 형제가 가게에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 컸습니다. 가게 이름이 ‘형제가 하고 있다 = 굉장히 사이가 좋다’ 라는 전제인데, 형제가 가게에 없으니 서로 사이가 안좋은게 아닌가라는 느낌을 주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손님들은 저희 형제가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셨을 거예요.」

오브로스 커피에 있어서 2호점을 폐점한 것은, 부정적인 후퇴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 이어지는 전략적 후퇴이다.

「처음에 둘 다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을 때는, 제가 제 의견을 밀어 붙일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동생이 원두를 맛있게 추출해 주고 제가 그 원두의 개성을 해치지 않고 추출하게 되면서, 오롯이 커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4년 전, 동생이 로스터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형제는 개성과 장점을 서로 살려낼 수 있었고, 그렇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한편, 아직도 동생이 형을 ‘형아’ 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깊은 우정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예상치도 못한 만남’ 을 통해 형제로서 같이 생활해온지 약 30년.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온 두 사람이라면,  형제로서 분명 새로운 로스터리 카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와카키 : 예를 들면 바리스타가, 제 눈 앞에서 애정과 열정을 담아 설명해주면서 내려주는 커피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유메히로 : 최근 2개월 정도 습관을 들이고 있는 것이 있는데요, 아침에 가게에 가서 레시피를 생각하지 않고 무심히 내린 커피를 마시는 것이에요. 아직 느낀 적이 없는 맛을 찾아, 예상치 못한 맛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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