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SAIRO COFFEE 배준선

NAMUSAIRO COFFEE

배준선

추억이 사람을 붙들어 놓는다. 지역에 깊게 뿌리를 내린 커피 가게

2002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서, 서울 시내에 카페를 연 NAMUSAIRO COFFEE(이하 나무사이로 커피). 2013년에는, 60년전에 지어진 옛 민가를 개조한 현재의 공간에 카페를 이전하였다. 피아니스트의 경력도 가지고 있는 창업자 배준선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다

나무사이로는 ‘나무 사이로의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창업자 배준선씨가 이 이름을 붙인 것은 유럽 여행이 계기였다.

「스위스에서 열차를 탔을 때 문득 깨달은 것은, 산과 산 사이를 꼬불꼬불한 철로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었다면 목적지까지 빨리 도달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만약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장만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선로는 만들지 않았겠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저는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선로가 구불구불한 것은 다른 생명체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요. 당시,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삶의 방식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라던지, ‘석유시대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라는 주제의 책을 읽곤 했었기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사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 배준선씨의 삶의 방식은,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면서도 스페셜티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저희들은 2003년부터 원산지등의 정보가 명확한 커피를 매입하고, 로스팅을 해왔어요. 하지만 초기에는 커피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 관념이 있는 분들에게 반발이 있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특유의 풍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니아층 분들이 어느정도 계셨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분들은 그저 맛있다고 말씀해 주셨지요. 최근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스페셜티 커피를 둘러싼 상황은 크게 바뀌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인지도나 이해도에 관계없이, 맛있는 커피는 예나 지금이나 맛있을 뿐이에요.」

「다만 스페셜티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불편한 상황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커핑에서 고득점을 받은 커피나 독특한 풍미를 가진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라고 불리며, 마케팅에도 유리하긴 할테지만, 그 말에는 다른 것보다 뛰어난 것이라는 뉘앙스가 적지 않게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스페셜티 커피에 관련되는 사람들의 의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교육열이 높은 국가이기도 하니까, ‘스페셜티 커피를 잘 알고 있는 나는 평범하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과 다르다’ 라는 의식이 생기곤 합니다. 그런 우물 안 개구리같은 사고방식에는 오만함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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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커피도 사람을 연결한다

배준선씨는 과거에 작곡과 공연 기획도 했던 피아니스트였다. 관심이 많은 분야는 민족음악이었다고. 비유럽권의 음악과 정치, 사회와 음악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준선씨는, 오지에 사는 사람들과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을 공연의 기회를 제공해나갔다고 한다.

「저희들에게 관심 있는 지역 분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공간을 꿈꾸게 되면서 카페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기에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복합적인 공간이었기에, 제 작품을 만들어나가며 책방을 통해 책과 음악을 연결하는 삶의 방식도 생각했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수입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 생활해 나가기 위한 수입도 벌면서 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카페로 결정했습니다. 카페라면 좋은 음악도 틀고, 책도 소개할 수 있잖아요.」

카페를 차리고 나서, 배준선씨는 친구와 손님으로부터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열심히 치셨는데, 커피 일을 하는 것은 아깝지 않으세요?」라고 몇번이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피아노도 민족음악도 커피도 같은 길 위에 있어요. 제가 민족 음악을 연구할 때, 세계 각지를 방문하지 못한 후회가 남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음악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현지인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회사에서 근무했더라면, 에티오피아나 케냐, 콩고같은 곳은 갈 수 없었을 거에요. 커피를 직업으로 한 덕분에 그곳에 갈 기회가 생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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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담긴 블렌딩 커피

내년에 창업 20주년을 맞는 나무사이로 커피는, 2005년부터 16년간 도심 서울의 같은 지역에 뿌리를 두고 가게를 운영해 왔다.

「8년 정도 지낸 상가 내 점포에서, 현재의 한옥으로 이사한 것은 건물 주인으로부터 계약을 중단당했기 때문이에요. 그 시점에서 만약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저희를 매일 만나러 와주시고, 일상적으로 소통을 나누고 있던 손님들과 만날 수 없게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건물 건너편에 있는 한옥으로 옮기기로 결정해, 색다른 카페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나무사이로 커피가 내놓은 러브레터라는 상품은 이때의 에피소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만나지 못해도, 손님이 가지고 계신 나무사이로에서의 추억은 언젠가 옛 시절의 설렜던 마음과 함께 되살아날 겁니다. 그때 저희는 커피 러브레터를 통해 ‘당신을 기억합니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을 담아 러브레터라는 이름을 지었답니다.」

일본 영화의 제목에서 따온 러브레터는, 여러 개의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를 혼합한 커피이다.

「영화 줄거리와는 별 상관이 없는데요, 당시 저희 창고에는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와 매우 개성적인 케냐 커피가 있었어요. 맛은 좋지만 카페인이 없어 무료함이 있는 디카페인 커피, 그리고 매우 독특하고 신맛도 강해 별로 인기가 없는 케냐. 이 두 개를 섞었더니 절묘하게 두 맛이 보완이 되어 맛있는 커피가 완성되더라구요.」

「이 러브레터를 비롯한 다른 블렌딩 커피들에는, 저희의 19년의 역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시대에 가지고 있던 고민과 일상속에서 생긴 일의 에피소드를 담은 커피가 상품 라인업 속에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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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쌓이는 공간으로

손님과 소통을 통해 쌓아 올리는 추억을 소중히 해 온 덕분일까. 나무사이로 커피를 오랫동안 드나드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2002년 오픈때부터 줄곧 다니는 손님도 계시고, 작은 커피 바와 로스터리가 있는 본사 성남에서도 ‘옛날에 자주 들르던 학생이에요’ 라고 말씀해주시는 30대 분들도 계십니다. 그 밖에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을 정한 상황에서 저희 커피를 선물 받은 분도 있고, 프로포즈를 받았을 때 마시고 있던 커피가 나무사이로 커피였던 분도 있어요.」

「한편, 10년 전 얘기인데, 제가 커피 바에서 로스팅을 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와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달라고 하셨어요. 사정을 들어보니, 나무사이로 카페를 자주 찾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시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를 성묘에 가져가고 싶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나무사이로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그 사람들은 그 추억이 되살아날 때마다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것이겠지요. 저희의 커피가 손님들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시점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커피는 정말 멋진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배준선씨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커피 일을 시작한 지 10년 쯤 되었을 무렵이었어요. 커피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행사에 강사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가방에 한 뱃지를 달고 있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어디선가 낯이 익었던 그 뱃지는, 10년 전 저희가 오지 마을에서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께 선물한 뱃지였어요. 게다가 뱃지를 가방의 눈에 띄는 곳에 달고 있던 그 청년은 일부러 저를 기쁘게 해주려고 달고 다닌것도 아니였습니다. 공연과 뱃지가 마음에 들어 10년째 가방에 뱃지를 달고 다녔다고 했습니다. 그 때 전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공감은 강요하는 것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가치관이 나무사이로 커피를 추억이 쌓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일상적으로 커피를 많이 마시지만, 일로서 마시기 때문에 맛있는 커피를 마셔도 행복을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행복은 가끔 찾아오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 그 행복이 계속되면 행복한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매년 새로운 시즌이 오고, 생산자로부터 오퍼 샘플을 받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낍니다. 저희는 장기적으로 거래하는 생산자 분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기대를 하고 있고, 그 때 맛있는 커피를 만나면 정말 행복합니다.

'아, 이 생산자분이 작년에 정말 열심히 하셨구나' 싶기도 하고, 이 커피를 매일 사용하는 로스터 분들이나 매일 마시게 될 손님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엄청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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