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하치 커피 로스터리 야치고 미야코

마루하치 커피 로스터리

야치고 미야코

「규모가 작기에 할 수 있는 일을」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카페

키타큐슈 토바타 지역의 도로변에 있는 cobaco tobata는, 원래 산부인과 병원이 있던 곳을 개조한 건물에 입점해 있다. 5점포 정도가 입점해 있는데, 그 1층에는, 야치고 미야코씨가 2017년에 개업한 ‘마루하치 커피 로스터리’ 가 있다.

대기업의 콜센터에서 근무하다 35세에 커피의 세계에 뛰어든 야치고씨. 커피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해주었고, 경영의 어려움이나 업계의 속모습, 그리고 사람의 따뜻함과 그것으로부터 이어지는 세계관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존칭 생략

한 권의 책과의 만남

나무와 유리로 만들어진 레트로한 문을 열면, 옛 분위기가 느껴지는 복도와 만날 수 있다. 햇빛이 부드럽게 비치는 모퉁이 방에 있는 마루하치 커피 로스터리. 이제 곧 5년째를 맞이하는 그 공간에는 야근을 마친 사람, 일하면서 생긴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사람, 임산부 시절부터 다니다 아이의 부모가 된 사람, 잠시 들르는 동업자 등, 많은 사람들이 릴렉스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 마루하치에 들어온다.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 툇마루가 되는 것이 마루하치의 컨셉이라고.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선이 애매해지는 곳, 그리고 바깥과 안을 잇는 경계선이자 기분 좋은 만남이 있는 곳이 되려 한다고 한다. 오너 야치고가 그런 가게를 만들려고 한 이유에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풍경에 그 이유가 있다. 그녀는, 현재 점포가 있는 후쿠오카현 키타큐슈시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오노기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옛날 분위기가 나는 상가 근처에 집이 있었어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서 와라고 말해주시거나, 심부름을 다니고는 했죠. 그런 따뜻한 곳에서 일을 시작했었으니, 고향을 떠나고나서 너무 그리워지더라구요.」

그러한 풍경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나가고자 생각한 계기는, 도쿄에서 회사에 다닐 때 서점에서 집어들었던 한 권의 책이었다.

「건축가 시마다 요헤이씨가 쓴 ‘원하는 삶은 스스로 만든다. 스스로 마을을 리노베이션하자’ 라는 책이었어요. 키타큐슈시 출신인 그가 고향의 쓸쓸한 상점가를 되살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키타큐슈는 야치코가 예전에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책을 열중해서 읽다 보니, 어느새 전부 읽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한때 번창하던 철강업이 쇠퇴하면서, 과거의 활기를 잃은 고향을 보고 시마다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도 옛것이나 원래 있던 것을 살려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면 거리의 경치는 변한다고 쓰여져 있어,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보고 싶은 경치와 살고 싶은 거리는, 제 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만약 향후 기회가 있다면 그런 도시의 경치를 만드는 쪽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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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커피

때마침 야치고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때였다. 자신의 시간을 아무리 들여 매일매일 일에 몰두해도, 회사가 바뀌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 위화감을 안고 있었다고.

「원래 저는 콜센터에서 8년 정도 일하고 있었어요. 손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제 성에 맞았거든요. 회사에서 업무가 바뀌어 콜센터를 서포트하는 일을 할 때도, 제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어요.」

업무를 바꾸게 된 타이밍에, 야치고는 정든 키타큐슈에서 도쿄로 이사하게 되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 야치고. 도쿄에서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고 있던 야치고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회사의 경영체제 쇄신과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회사의 불상사였다.

「경영체제가 바뀌면서 인재나 기술, 조직이 한 달 만에 무너지는 것을 봤습니다. 사람이 떠나고 업무가 마비되어가는 것을 보며, 8년간 쌓아온 일이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지는구나 싶었지요. 제 시간은 단지 소비되었을 뿐이라는 생각에, 허무했고 슬펐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불상사가 일어났어요. 그렇게 하루 종일, 뒷처리에 쫓기는 날이 반년 정도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이 일을 이대로 평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는 나날이 계속된 야치고. 그런 생활 속에서 야치고의 마음을 달래준 것은 커피였다.

「도쿄에 상경한 이후로는 쉬는 날마다 여러 가게에 가서, 카페의 분위기를 맛보거나 가게주인과 이야기를 하고는 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이 맑아지고, 업무의 세계에서 한순간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분 좋은 경험이 계속되자, 저도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런 시기에 우연히 자유대학의 카페학 강좌를 발견했다. 2015년. 마루하치 커피 로스터리를 오픈하기 2년 전의 일이었다.

「3개월동안, 커피의 역사나 기술, 가게의 디자인등을, 카페의 경영자나 기업의 담당자로부터 배웠어요. 동시에, 도쿄 커피 페스티벌등의 이벤트를 돕거나 매일 같이 카페를 방문하거나 하는 등, 커피에 세계에 깊숙히 빠질 수 있게 되었지요. 메뉴판부터 꽃병 놓는 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흡수했습니다. 혹독한 세계였지만, 제 꿈을 위해서라면 견뎌낼 수 있었고,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커피는 물과 전기와 원두만 있으면 어디든 스탠드를 만들 수 있어요. 단번에 거리의 분위기가 바뀌는, 그 감각이 기분 좋았습니다. 스탠드를 하다 보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들러주거나, 모르는 분께서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해서, 원래 회사원을 하고 있던 저에게는 신선한 체험이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고된 작업도 많았지만 그것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이듬해인 2016년 11월. 이어서 자유대학의 크리에이티브 창업스쿨을 수강하면서 야치고는 더 큰 한걸음을 내딛는다.

「크리에이티브 창업 스쿨에서는, 자신의 흥미가 있는 것이나, 현실적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깊게 고찰해서 발표하는 자리가 있어요. 거기서 최종적으로 도달한 제 발표는, ‘마루’ 라고 하는 키워드로 사람에게 커피를 대접하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입밖으로 목표를 말하다 보니 결심이 섰고, 그 길로 가야겠다고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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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의 나날을 거듭하다

당시만 해도 창업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었지만, 기획서를 써보고, 비용을 계산하고는 했다고 한다. 수지타산이 맞을지 무서웠던 적도 있었다고.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야치고. 2017년의 로스팅을 계기로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를 차려야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반년 후, 키타큐슈로 돌아온 야치고는 운명의 건물을 만난다.

「지금 저희 마루하치가 들어서 있는 건물이, 제가 기획서에 그렸던 스케치와 너무 딱 들어맞았어요. 그 건물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기 때문에, 아직 훈련도 준비도 안 된 시기였지만 가계약을 넣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치 건물이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고 야치고는 말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횡갈색 바닥과 계단, 그리고 예로부터 소중히 사용된 흔적들. 그러한 따뜻함은 그녀가 지향하는 도시의 풍경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시기부터 트레이닝과 창업 준비를 병행하여, 반년도 안되어 점포를 오픈하게 되었다. 1,2년차에는 어쨌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기에, 수익성보다는 경험을 쌓거나 가게를 위한 투자를 우선했다고 한다.

「창업했던 시기의 나이가 35살이었기에,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엔 초조하고 부담스러웠어요. 주변이랑 비교하다 보니 뒤쳐졌다는 느낌도 들고는 했지요. 커피 생두 한 마대를 다 쓰는 데 몇 달씩 걸려,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자기만족인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더라고요.」

접객은 시행착오의 반복으로, 처음엔 좀처럼 경직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생두를 구매하는 것과 같이, 동경하는 로스터들과 같은 필드에 서게 되었다고 생각해 필사적으로 정성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었다.

「카페같은 장소를 오픈한다는 것은 오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오픈 시기의 저에게는 그런 각오가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의문입니다. 조그마한 것에 짜증을 내거나, 손님과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요. 편안함을 주고 싶어서 오픈한 장소였는데, 스스로에게의 엄격함을 상대방에게도 요구하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를 열었다고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 얕보여서는 안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 버리거나 했지요. 그렇게 실패를 거듭한 끝에, 친절한 마인드로 상냥하게 가게를 운영하지 않으면 계속해 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도 날이 가면 갈수록, 로스팅을 하는 양이 늘어났고, 커피를 마신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보면서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019년에 시작한 온라인 판매도, 코로나 시대에서 새로운 고객과의 만남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야치고가 한계에 도달했을때, 같은 건물에서 영업하고 있던 선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다른 4곳의 점포와, 한 건물 아래에서 가족같이 지내고 있었어요. 그렇기에, 평상시의 행동이나 접객하는 모습을 서로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지요. 경영 경력이 많은 분이 때로는 꾸짖으시거나, 조언을 해주신 덕분에, 조금씩 멘탈을 정리하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관계로 지내며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스타일은,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든 환경일 것이다. 하지만,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환경에서 생활해온 야치고는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견디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경영에 관해서도 그렇고, 타 업종을 하고 계신 분들이랑 한 장소에서 계속해 나가는 것도 그렇고요. 그래도 역시 계속 해결해내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어요. 회사원 때에는 비유를 하자면 흰색 아니면 검은색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회색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시야가 굉장히 넓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제 사고력은, 회사원 시절보다 더 유연하고 깊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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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풍경에 녹아드는 가게를

지금 야치고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반경 200m안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아늑하면서도 거리의 풍경에 녹아드는 가게를 만들어 가려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가 하고 있는 것이 너무 규모가 작아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필요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제 역할은 이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 해 보고 나서야, 가게를 계속해 가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힘든 것도 알았지요. 혼자서 하고 있는 만큼, 섬세한 요구에도 응하기 쉽고, 구석구석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변화할 지도 모르는 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서 가늘고 길게 가게를 이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걸 천천히, 그리고 차근차근해나가는 야치고. 6년 전에 읽었던 책에 그려져 있는 듯한 거리의 풍경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제가 계속 하든, 누군가가 제 가게를 이어 받든, 주위의 사람에게 있어서 휴식처나, 도움이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소중하게 길러 나가고 싶어요. 지금의 분위기를 깨지 않고 오래 이어질 수 있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주변으로부터 지혜를 받으며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글 : 이시야마 카나
편집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휴일에 누군가가 내려주는 커피 한 잔이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해줘요. 프로, 할머니, 전문점, 인스턴트 등, 어떤 커피이던, 누가 내려주는 커피던간에 상관은 없어요. 직접 만들 때는 마시고 싶은 맛이 나도록 계산해서 만들고 있는데요, 힘을 내기 위한 커피를 마시고 있지요. 하지만 남이 내려주는 커피는,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기에 마음이 안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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