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ES COFFEE ROASTERS 이시이 야스오

LEAVES COFFEE ROASTERS

이시이 야스오

'커피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는 가게 주인의 로망

‘동네 로스터리에서 세계로’를 컨셉으로 한 LEAVES COFFEE ROASTERS는 도쿄의 서민적인 매력이 넘치는 지역에 커피 스탠드와 로스터리를 운영하고 있다. 점주 이시이 야스오씨는 7개의 음식점을 경영한 끝에 오로지 커피에 전력투구 하게 된 전직 프로 권투선수이다. 세계 챔피언의 로스터가 되어, 100년동안 지속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이시이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존칭 생략

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곳곳에 기름때가 묻은 하얀 타일 벽, 복고풍의 구멍가게 느낌을 주는 셔터, 벽돌 외벽… 이 가게의 심플한 디자인은 한때 생선가게와 정육점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을 바탕으로 지어졌으며, 이시이씨의 디자인 철학인 ‘뺄셈의 미학’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 LEAVES COFFEE ROASTERS의 가게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2대의 로스팅기이다. 특히 안쪽에 자리 잡은 프로뱃 U-15(1950년제)의 관록은 압도적이다. 약 15평의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 로스팅기야말로 이시이씨의 원대한 꿈이 담겨 있다.

「’동네 로스터리에서 세계로’라는 제 컨셉이 보여주듯이, 저는 제 가게가 지역 사람들에게 계속 사랑 받는 동시에, 세계의 주목받는 존재가 되어 100년 이상 지속되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제가 세계 챔피언 로스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그것이 리브스 커피가 100년 이상 순항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필수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리브스 커피의 초대 캡틴인 이시이씨는, 후대의 롤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저는 후대에게, 이 사업은 즐겁고 일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꿈으로 시작해도 좋고 동경으로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통해 커피 세계에 문을 열고 싶어하도록, 제 삶을 디자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꿈과 수요/공급의 균형’을 세우는 것입니다. 꿈만 가지고는 사업을 지탱할 수 없지만, 수요/공급에 매달려 잘나가는 상품만 만들다 보면 마음의 건강을 잃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은 물론, 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10대 때부터 세계랭킹 1위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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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이시이씨가 태어나 자란 곳은, 카페나 커피 스탠드가 모이는 「커피의 성지」인 도쿄도 키요스미 시라카와. 어느덧 고급스러운 거리가 된 키요즈미 시라카와이지만, 1990년대에는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 같이 치안이 나쁜 거리였다고 한다.

사실, 이시이씨가 중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같이 10대 비행 청소년들 사이에서 패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그렇게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던 이시이씨는 검도부를 그만 둔 중학교 3학년 여름, 복싱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입원을 했던 사건들을 보며,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싶었어요. 복싱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강해지고 싶어서 시작했었습니다.」

빠져들기 쉬운 성격인 이시이씨는, 시작한 지 몇 달도 안 돼 점차 다니는 빈도를 늘려 매일 같이 클럽에서 수련을 했다고 한다. 운동 선수로서 강해져 가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한편, 이시이씨는 패싸움의 세계에서 멀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복싱을 무기로 사용해 일반인을 때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어요. 복싱을 배운 것은 잘못 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친구가 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이 세계에 있는 한, 패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느꼈고, 그러자 손을 씻고 운동 선수로서 복싱에 매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인간관계를 완전히 끊은 이시이씨는 복싱의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새로운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선천적으로 운동 신경이 좋고, 배우는게 빨랐던 이시이씨는 고등학교 2학년의 프로 테스트에서, 바로 합격할 수 있었다.

「복싱 덕분에 무언가 열중할 수 있는 것을 찾았을 뿐만이 아니라, 정신 상태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습니다. 도덕이나 사회의 규칙등을 일절 무시하고 살았던 저에게, 규칙 안에서 살아 가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 복싱이에요. 중학생이었던 제가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복싱 클럽에 다니던 당시를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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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세계 챔피언

프로테스트 합격 후, 이시이씨는 곧바로 프로의 냉정한 세계를 느끼게 되었다. 연습에서 맞붙은 세계챔피언에게 생애 처음으로 K.O. 를 당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몸싸움에 쓰러지는 형태의 굴욕적인 패배였다.

하지만 반 년 후, 요령을 파악한 이시이씨는 같은 상대에게 설욕을 씻을 수 있었다. 상대가 방심하고 있었긴 했지만, 그 승리에 희열을 느끼고 있던 것은 이시이씨 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챔피언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위의 기대치를 더욱 높인 이시이씨는, 그야말로 반짝이는 원석이었다.

그런 이시이씨에게 악몽이 덮친 것은 19살 때였다. 경기 중 큰 부상으로 복싱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절망감에 시달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끼던 제가 있었습니다. 마음이 어렸던 탓에 주위의 기대가 부담스러웠던 거죠. 그 중압감에 짓눌리면서, 좋아했던 권투가 어느새 고통스러워졌거든요.」

하지만 마음에 크게 뚫린 구멍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TV나 신문에서 일본인 권투선수가 세계챔피언에 도전한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그 선수가 실패하길 바라는 자신이 있었다. 왜 링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가–. 아무리 따져봤자 재기 불능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렇게 둘 곳 없는 감정이, ‘세계 타이틀에 도전할 정도로, 운을 가진 도전자’에 대한 시샘이 되어, 이시이씨를 복싱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저는 그 후 요식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결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자포자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이미 한 가족의 가장이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게 급선무였어요.」

정답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

그런 이시이씨가 커피에 마음을 사로잡힌 것은 약 10년 후인 2010년. 수행을 거쳐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창업했을 때,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커피가 이시이씨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딸기나 블루베리 같은 과실이 있는 향과 달콤함에 감동했어요. 저는 원래 블랙커피를 잘 못 마셔서, 커피 = 검고 쓴 것이라고 믿고있었습니다. 정말 신선한 체험이었어요.」

커피를 더 알고 싶어 여러 가게의 커피를 마시게 된 이시이씨가, 레스토랑에 커피 스탠드를 증설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처음에는 ‘커피따위는 맛이 없어서 마실 수 없다’라고 하는 한 손님이, 이시이씨가 내린 커피를 시험삼아 마셔보자, 매일 가게에 오게 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프로 복서로 세계 챔피언을 꿈꾸기 시작했을 때부터,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제 힘으로만 이뤄내겠다는 정신이 강했어요. 그래서, 복싱도 커피도, 스승을 두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커피숍에서 일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추출도 로스팅도 독학으로 실력을 닦아 온 이시이씨는, 2016년에는 커피 스탠드를, 2019년에는 로스터리를 오픈. 바리스타로 더 높은 수준을 원했던 이시이씨가 로스팅에도 흥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추출한 커피맛이 제가 생각한 맛과 다른 것을, 로스터 탓으로 돌리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요. 저는 제가 경험한 것 밖에 믿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설령 후기가 좋아도 제가 납득하지 않으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만약 세계 최고의 로스터가 된다면, 커피도 스스로 재배하게 될 것 같네요.」

2019년, 로스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JRC에서 전국 3위의 성적을 거둔 이시이씨는, 자력으로 개척해 온 길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단지 최근 생각하는 것은, 제 힘만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에 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어요. 세계 챔피언이나 금메달리스트들은 건강, 정신 상태, 식생활까지 최상의 어시스트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람들의 의견이나 조언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것이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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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짊어지고 살다

2010년, 28살에 독립한 이시이씨는, 한때, LEAVES COFFEE외에 스페인 음식점이나 캐주얼 프렌치, 아메리칸 다이너 등, 모두 종류가 다른 7개의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이시이씨 가게에서 일하고 싶어요’ ‘이시이씨와 가게를 운영하고 싶습니다’며 모여드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지금 가게에서는 더 이상 사람을 고용할 수 없으니깐 새로운 가게를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엔 열정이 있었다고 해도, 언젠가 그 사람이 독립했을때, 결국 자신이 뒤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길게 보면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게 작년이네요.」

하지만 이시이씨는, 그것이 자신이 꿈꾸던 것이 아님을 일찍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가족과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 하나에 집중해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라고. 코로나 사태에 의한 경영 위기와 함께, 분명히 깨달은 이시이씨는, 2020년 LEAVES COFFEE 이외의 가게를 모두 처분했다.

「다만 가게를 물려받은 점장님과 주방장님에게 남은 빚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아, 빚은 제가 지면서 거의 줄 수 없었던 퇴직금 대신 가게를 주었어요.」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 짊어질 수 없는 것까지 짊어지려고 하는 것이, 이시이씨의 성격일 것이다.

「10대 때도 싸움은 싫어했지만 정의를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는 모순을 떠안고 싸웠어요. 저는 빈둥빈둥 거리는 성격이라, 끈이 풀어지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먹고 잠자는 인간입니다. 그래서 짊어질 것을 필요로 하는 성격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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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대승부

2019년, 로스터리를 차리기 위해 대기업 회사원의 연봉만큼의 자금을 털어 프로뱃 빈티지 로스팅기 UG-15를 구입한 이시이씨는, 다시 뭔가를 짊어지고 사는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옛날 철은 지금의 철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열을 보존하기 쉽습니다. 그 열이 커피에 매우 좋은 영향을 주는 덕분에, 심오하고 여운이 있는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세계 각국의 가게에서 수없이 마셔 온 커피 중 맛있었던 커피는 모두 UG-15로 볶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UG-15는 자본력도, 브랜드력도 없는 개인이 담보 없이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빈티지 모델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판매 대리점을 소개받아, 끈질기게 협상해도, 신용을 쟁취할 수 없었다. 이시이씨는 결국 대금의 반액을 보증금으로서 지불하는 진심을 보인 끝에, 구입을 할 수 있었다. 1년 반 가까이 걸려서야 그의 소원이 풀린 것이다.

「’UG-15로 볶은 커피가 맛있다’ 라는 제 경험만 의지했어요. 다행히 저는 단세포이기 때문에 한번 믿으면 쓸데없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웃음). 나중에는 제 힘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했지요.」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이시이씨는 처음 접하는 로스팅기였을테고 로스팅을 해 본 적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날마다 로스팅에 실패한 원두를 계속 버리다가 허리를 삐끗한 적도 있다.

「다음 달 먹고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외줄타기 같은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리스크를 짊어지고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미래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직원에게도 자주 말해주는 것입니다만, 성장하려면 불쾌한 장소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슬럼프에 빠져도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을 정리하면 돌파구가 열리고는 할거에요.」

로스터리를 오픈한지 거의 3년. 경영이 탄탄해진 지금, 이시이씨는 음식점 7점포와 로스팅기 2대의 빚을 LEAVES COFFEE의 수익만으로 변제하고 있다. 이시이씨는 일생 일대의 큰 승부에 자신의 인생을 건 것이 정답이었다고 하는 실감을 깨닫고 있다.

「요즘 제가 생각하는 것은, 커피가 제 자신을 살아가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겉치레로 들릴지 몰라도, 커피가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서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요. 10월의 원두 패키지를 흙으로 재생 가능한 소재로 바꾼 것도 커피에 보답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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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는 ‘조연’

이시이씨가 요식업에 뛰어든 지는 벌써 20년이 지났다. 다양한 장르의 가게에서 요리부터 접객, 경영까지 수많은 일을 해 온 이시이씨가 최종적으로 커피를 선택한 것은 어째서일까?

「주인공은 못 돼도 들러리가 될 수 있는 게 커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커피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깃들어 있지요.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도 하고, 장소의 분위기를 밝게 하기도 합니다. 연인과의 데이트든, 가족과의 시간이든, 회사 미팅이든, 그곳에 커피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 불가사의한 부분이 많기에 저는 커피에게서 꿈과 낭만을 느낍니다.」

이시이씨는 내년에 40살이 된다. 그가 커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비범한 마음가짐은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그의 꿈, 즉 복싱을 통해 이룰 수 없었던 꿈과 분명 연관이 있으리라. 커피가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타오르던 불씨를 더욱 더 강렬하게 점화시킨 것이다.

「로스팅의 세계 챔피언이 된 사람들을 보면 옛날에 복싱 챔피언 도전자에게서 느꼈던 시샘 같은 감정이 생기기도 해요. 단지, 옛날과 크게 다른 것은, 그 현실을 받아 들인 다음, 배우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는 것. 마음이 성장하고 시야도 넓어져, 스태프나 브랜드를 짊어지고 있는 지금은, 이러한 향상심이 좋은 연료로 불씨를 태워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내년이면 성인이 되고 하니, 저도 제 인생을 다시 한 번 마주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인간만이 꿈을 잡을 수 있음을, 이시이씨는 스스로의 생활방식으로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아득한 꿈으로 향하는 항해에 어떤 일이 있어도 커피는 이시이씨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번역 : 박치언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비록 외롭고 쓸쓸한 상황일지라도 커피가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 리조트에서 쉬고 있을 때에도, 월말 가게의 사무처리에 정신이 없을 때에도, 옆에 커피가 있는 것만으로 '좋은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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