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ICA GUIDE
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이토 히로유키

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이토 히로유키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다. 인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삶을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 에 있는 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의 내부

「MORE THAN JUST A COFFEE, 1잔의 커피에서 멈추지 않는 체험」 이라고 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10곳 정도의 커피 생산자와의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실시하고 있는 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2009년, 케이터링 트럭으로부터 출발해, 지금은 나가사키현의 옛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운영하는 2점포를 가지고 있다. 커피를 통해 삶의 방식을 계속 고찰하는 창업자 이토 히로유키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하 존칭 생략

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01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희귀한 존재

카페뿐만 아니라 회사의 상호에는 창업자의 생각이나 개성, 가치관, 철학이 깃들어 있다. 2009년 탄생한 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도, 예외 없이 이토의 개성을 보여준다.

「카리오몬은 에티오피아의 언어로 커피 세리머니를 뜻해요. 에티오피아의 문화적, 전통적인 습관으로서, 지금은 행사나 의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원래는 일상적인 행위였다고 해요. 사냥을 하던 부족이 사냥에서 돌아온 후 차를 마시는 시간과, 그 공간을 총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끌리는 것은, ‘카리오몬’ 의 어감이 부드럽고, 문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뜻이 있다는 점이에요. 단어에는 아주 긴 역사가 있는데도, 그 정확한 표현을 찾을 수 없는 것에서 미지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설렙니다. 그래서, 가게의 의미를 질문받았을 때 답을 하기가 쉽지 않아 곤란하고는 해요(웃음).」

「거기에 ‘즈’ 를 붙인 것은 어감이 좋았던 것과, 당시 ‘카리오몬즈’ 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검색 결과가 전혀 없었던 것이 이유였어요. 제 가게 이름이 세상에서 전혀 쓰여지지 않는 희귀한 단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02

스페셜티 커피라는 ‘미지의 세계’

나가사키 시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살 이토를 커피의 세계로 끌어들인 곳은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었다. 거기서 마신 케냐 커피를 통해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선 커피 색깔이 검은색이라기보다 투명한 빨간색에 가깝고, 맛도 제가 아는 커피와는 전혀 달라서 맛있다고도 느끼지 못했어요. 그 사실에 충격을 받고 나가사키로 돌아왔죠.」

이후 틈틈이 스페셜티 커피를 인터넷에 검색해, 나오는 정보들과, 스페셜티 커피를 팔고 있는 가게 정보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정도로 머리속에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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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만 해도, 일본에서는 아직 서드 웨이브의 인지도가 낮고 스페셜티 커피에 관한 정보도 부족했을 시절이었어요.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cellence)도 84점의 레벨로 수상할 정도로, 지금처럼 당연하게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죠.」

그런 와중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던 이토는,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전국의 몇 안되는 가게에서 원두를 주문해, 스스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후 로스팅도 시작하게 된 이토는, 2009년 23세 때 카리오몬즈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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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한테 15만엔(약 150만원)에 산 중고 케이터링 트럭과, 15만엔짜리의 작은 로스팅 기계로 가게를 차린 것은, 일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동시에 제 세계관을 크게 넓혀준 스페셜티 커피의 매력은 말로만 설명해서는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 매력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는 커피를 마신다는 체험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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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가 조사한 바로는 당시 나가사키에는 오프라인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부터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제 성격에 맞아요. 그렇기에 한 곳도 없다면 거기에 도전할 가치는 충분히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커피는 못 마시지만, 이 집 커피는 맛있다고 해서 왔어요’ 라고 말하는 손님처럼 커피를 입문하는 가게로서 저희가 선택받았을 때는, 솜씨를 보여줄 좋은 기회이고, 승부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만약 거기서 실패한다면 그 사람 속에서 커피라는 선택지는 영원히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커피 업계에 있어서 큰 손실이 될 거에요. 미지의 세계를 안내하고, 한 사람의 커피 유저를 창출해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흥분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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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06

사람과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이 기분 좋다

생산자와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하는 카리오몬즈는,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유통망(supply-chain)의 어느 과정에서도 불행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이러한 슬로건은 창업 2년차인 2011년부터 커피 생산지에 다니기 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겨난 것이다.

「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씬이 고조되어가는 가운데, 소비국으로부터 여러가지(품질, 생산, 관리등) 요구를 받는 것에 농가들이 피폐해지고, 농락당하고 있었어요. 생산자분들을 직접 만나서 그렇게 고생했다는 얘기를 자꾸 듣다보니까, 제가 날마다 즐기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가 과연 생산자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실제로 커피 농가를 그만둔 생산자도 있고요.」

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07

커피 가게라고 해도 커피를 파는 것만이 일은 아니다. 그런 이토의 생각은, 「MORE THAN JUST A COFFEE, 1잔의 커피에서 멈추지 않는 체험」 이라고 하는 슬로건에도 나타나고 있다.

「겨우 10g의 원두로 만든 150ml 정도의 음료지만, 거기까지에는 많은 사람의 손길이 가해져 있어요. 그리고, 그 한 잔을 마신 사람의 기분 상태와, 퍼포먼스를 좌우할 만한 힘도 있지요. 그런 음료라는 것을, 우선 저희들이 자각해 두기 위해 슬로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가게의 바리스타와 로스터뿐만 아니라 신세를 지고 있는 생산자분들도, 손님에게 커피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다 건너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저희들 일이나 다름 없지요. 그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손님에게도 한 잔의 커피에 담긴 것을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일본 에 있는 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의 접객

케이터 트럭에서 출발한 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3년 반 정도 영업한 오무라점(2호점)을 폐점시키고 나가사키 시내로 이전한 역사도 있다.

「오무라라는 지역이, 오직 일을 하기 위한 장소로만 느껴진 것이 문제였어요. 다른 지역에서 출근하러 가고, 퇴근해서 다시 다른 지역으로 돌아가는 삶. 그러니까, 오무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생활을 보내고, 어떠한 흐름으로 1년을 보내는지, 사람들 사이에는 날마다 어떠한 소문이 흐르고 있는지같은 커뮤니티가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오무라의 손님분들은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계셨지만, 그에 대해 저희가 잘 보답해드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일방적으로 저희가 받기만 하는 것 같아 그다지 산뜻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가사키시로 이전한 후부터는 가게 밖에서 손님과 만날 기회가 부쩍 늘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알기 쉬워졌습니다. 예를 들면, 가게에서는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던 손님과, 술집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된 적도 있어요. 한사람 한사람과 소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가게 카운터 안에만 있으면 아무래도 작업 모드가 되어 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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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08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다

과거 석재를 가공하는 장소로 쓰이던 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도기쓰 점포에서는, 칸막이나 의자, 그리고 드럼통 등 손님들이 가져온 물건도 가게의 일부가 되어 있다. 40년이 넘은 건물의 1층에 있는 나가사키점도, 가구점과 다방이 공존하던 원래의 공간을 부분적으로 리노베이션한 것이라, 원래 존재하던 것은 최대한 그대로 남겼다고 한다.

「저희는 커피 생두를 생산자로부터 사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손님에게 전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역사나 이야기를 내포한 오래된 건물이나 물건과도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이미 존재하는 것에 가치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해요. 가치를 잘 찾아내고 있는지는 별개로 생각하고, 양복이든, 자동차든, 신품보다 중고품을 좋아해요.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우선 중고로 손에 넣을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요즘같이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중고품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낭비도 없잖아요. 일을 하는데 필요한 도구도, 일상 생활에서 쓰는 물건도, 중고로 쓰는 게 빨리 익숙해지기 쉬워 제 손발의 연장선상이 되는 것만 같아요.」

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09

그런 이토의 생각은 2020년부터 시작한 나이스패스 프로젝트에도 나타난다. 어패럴 브랜드나 현지의 대학과 제휴한 나이스패스 프로젝트는, 각 가정에서 쌓이기 십상인 종이봉투를 매장에서 회수해, 재활용한다고 하는 프로젝트이다.

「가게로서는 새 종이 봉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비를 줄일 수 있어요. 종이 봉투는 친환경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은 플라스틱 봉투의 4배 정도 CO2를 배출하고 있어요. 종이 봉투를 재활용하는 것으로, 환경에도 공헌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에는, 카스테라 가게와 스타벅스 등 다양한 기업과 점포의 봉투와 쇼핑백들이 가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손님으로서도, 쓰레기를 버린다는 죄책감도 없고, 진귀한 물건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게임적인 요소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게가 중고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것은 말도 안되고, 하물며 다른 기업이나 가게의 종이봉투를 사용하다는 것은 더더욱 말도 안된다’ 라고 하는 상식을 새롭게 바꾸고 싶어요. 그러한 섬세한 노력이 가게의 브랜드력을 높이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이토와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나간지 약 2개월이 지나자,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전국의 기업이나 단체, 교육 기관은 100곳이 넘었다고 한다.

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10

일상 속에도 미지의 세계는 존재한다

나이를 먹은 후에는 지역인 운젠 시로 돌아가 시골에 살고 싶다는 이토. 그는 한 매체에 기고한 에세이에 이렇게 썼다.

~ 여행이란 모르는 장소에 가는 것이 아니다. 또 멀리 가는 것만도 여행이 아닐 것이다. 일상 속에 녹아드는 미지의 세계를 체험하는 것 또한 하나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새로운 것을 계속 찾다 보면, 행복을 향해 가는 감각이 희미해질 뿐만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넘어 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맛있는 밥과 물과 공기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감각을 저는 가지고 싶어요.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편안함을 잃지 않으려면 욕심을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토는 결코 참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전혀 새로운 것이란 거의 없고 대부분 재발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란 것은 사실 전혀 새롭지가 않고, 일상 속에 있는 옛날로 돌아가도 충분히 미지의 세계를 즐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어느 집에나 있던 낡은 선반의 철제 손잡이 하나만 봐도, 당시를 모르는 저희들에겐 새로운 발견으로 받아들여지잖아요.」

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11

2021년 8월, 카리오몬즈 커피는 창업 13년째를 맞았다. 서드웨이브의 영향을 받아, 지금은 나가사키라는 지방도시에서도 스페셜티 커피가 퍼져나가 미지의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이토는 향후의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맛있는 커피를 당연하게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너무 기쁘지만, 반면에 스페셜티 커피가 특별하지 않게 되고, 나쁜 의미로 공업화되어 가는 위험성도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전의 스페셜티 커피는, 날씨/재배 방법/품질 관리의 삼박자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는, 선택받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이 진보하고, 노하우가 축적된 덕분에 인위적으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쉬워졌어요.」

「그렇다고 해서 생산자의 노력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전하는 것으로 끝내면 안 되고, 커피속의 깊은 가치를 올바르게 전하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싶어요. 커피의 2050년 문제에서도 거론되듯, 앞으로 맛있는 커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니깐요.」

일본 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카리오몬즈 커피 로스터리 12

현대 사회가 되고 나서, ‘직접 소통하는 관계’ 라는 말은 자주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것은 예전에는 당연했던 그 관계가 경제와 사회발전과 함께 실종됐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카리오몬즈가 커피 한 잔을 통해 전달해온 것은, 결국 행복은 멀리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글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아이카와 켄이치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누군가가 타준 커피가 제 인생을 풍요롭게 해요. 다른 가게에서 마시는 한잔이든, 제 가게에서 일할 때 직원이 제게 내려주는 한잔이든, 직업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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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OMONS COFFEE RO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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