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tte roastery 정 효재

Hytte roastery

정 효재

스스로를 믿으면 된다. 커피로 쌓은 "인생의 발판"

2018년,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에 오픈한 로스터리&카페 히떼 로스터리(이하 히떼). 유행을 선두하는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 전포동에 세련스럽고 안락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가게를 창업한 사람은 부산 출신의 정효재씨.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운영하던 로스터리 & 카페를 폐점한 뒤 반년 동안 세계 각국의 유명 카페 투어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카페 투어를 거쳐 히떼를 새롭게 창업하게 되었다고. 여행을 통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정효재씨에게 있어, 여행은 어떤 의미를 지녔고 어떤 가치를 가져다줬을까. 그 근본에 다가가 보았다.

유연한 자세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과거 공구상가가 즐비했던 전포동은 최근 10년 사이에 완전히 바뀌었다. 세련된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카페 거리라는 이름까지 붙여지게 되었다. 전포동은 이제 적어도 50곳 이상의 카페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전포동이라는 곳이 서울로 치면 성수동이랑 비슷한 곳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새로운 가게들이 생기면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편으로 유행을 많이 타는 거리여서, ‘~의 거리’ 라고 꼭 집어서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부산에서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포동에 있는 대부분의 카페는 20대의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어요. 미술관 같은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독특한 컨셉이 특징입니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독특한 컨셉이나 큰 음악 소리에 대해 거부감이 없겠지만, 곧 40대를 앞둔 저에게는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요.」

「최근의 어떤 손님이 해주신 얘기가 있습니다. 전포동에는 멋있고 예쁜 카페들이 많지만, 부모님이랑 같이 갈 수 있는 카페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 히떼가 있어서 좋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희가 꿈꾸는 공간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세련된 카페에요. 잠시 쉬어 가거나 친구들과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포동은 지금도 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히떼 카페 건너편에는 몇 년 전 완공된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유연한 자세’. 영업시간을 직원과 상의해 정하거나, 매장 내부의 바를 조립식으로 설계하여 바를 이동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장소나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을 택해 왔다고.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기존 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으로 임대료가 올라 가게를 옮기게 될 가능성도 고려했죠.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들과 함께 즐기며 일을 계속하는 것이니까요.」

정효재씨에게 있어 히떼는 과거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그도 어떻게 하면 세련되고 유행을 따라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일지에만 신경을 쓰고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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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갭에 직면하다

정효재씨가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4년, 대학 2학년 때의 일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커피 콩의 품종별 차이점을 모르고 있을 정도로 커피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한 손님으로부터 “이 가게에서는 어떤 원두를 사용하시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정효재씨는 말문이 막혔다고. 알바라는 생각에  주문받은 커피를 그냥 레시피대로 만들 뿐이었으니, 원두에 대해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정효재씨는, 책임감 없는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것이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커피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자, 커피에 대해 많은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대학 졸업 후 서울의 한 카페 체인점에 정규직으로 취업해 바리스타로서 경험을 쌓았고, 조금 더 깊게 배우고자 핸드드립 전문 카페로 직장을 옮기게 된다.

커피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된 정효재씨는, 점차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카페와의 차이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그가 내놓은 답은 로스팅이었다고 한다. 

그 무렵, 아내도 카페를 오픈하는 것을 동경하고 있었다. 자신은 바리스타 일을 해오고 있었고, 아내는 10대 때부터 공간 디자인과 패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서로의 강점을 살려 노력한다면 분명 훌륭한 가게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루의 시작을 멋진 공간, 좋은 음악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손님들과 즐겁게 대화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등등..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둘이서 꿈을 공유하는 시간은 무엇보다 행복했다고.

그렇게 부부가 작은 로스터기를 구입하여 카페를 시작한 것은 2013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꿈꿔오던 가게가 달콤하기만 한 환상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동종업자와의 치열한 경쟁. 손님으로부터의 맹렬한 클레임. 자신의 취향과 실제 수요와의 갭..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가운데, 카페를 즐겨가며 일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일과 수면뿐만인 나날 속에서 쌓여가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 명확한 컨셉을 정하지 못한 채 달리기 시작한 두 사람은 어떻게 궤도를 수정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막다른 골목을 돌파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결국 카페를 그만두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창업한지 3년만인 2016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커피가 싫어져서 그만둔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한다. 커피와 함께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을 깨끗하게 정리하고자, 정효재씨는 아내와 함께 커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러 나라의 유명한 커피 가게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커피를 찾아 다니는 여행이었어요. 세계에서 유명한 카페들이 커피가 얼마나 맛있나 한번 경험은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여행을 가서 경험해보고 후련하게 커피를 그만두자 이런 마음으로 떠나게된 거죠. 마지막에 뭔가 그만두더라도 그만둘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필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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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마음가짐을 바꾸다

한국을 떠난 두 사람은, 일본을 시작으로 홍콩•대만•호주•노르웨이•덴마크•독일 등, 6개월간 10여 개국의 유명 카페를 탐방하였다. 그들이 숙소를 찾을때 최우선시했던 조건은 ‘가까운 카페가 있다는 것’ 이었고, 그 다음도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공간적으로 매력을 느낄만한 시설이 있어야 할 것’ 이었다. 

「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일본에서 처음 방문한 ONIBUS COFFEE에서의 일이었어요. 그때까지, 산미가 있는 커피는 자극적이고 독특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산미가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커피를 거기서 마시게 되었어요. 제 인식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팀 윈들보도 기억에 남는 가게중 하나에요. 그 전에는 스페셜티 커피하면 자극적이고 독특하고 신기하고 특별한 커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는 그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너무 맛있는 커피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커피를 즐기는 시간은, 아무런 이정표 없이 카페를 창업한 두 사람에게 필요했던 ‘조그마한 휴식’ 이었다. 무엇을 방향으로 하고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 지, 카페라고 하는 공간은 원래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지 등등.. 본질적인 논의를 수 차례 거듭한 가운데, 카페를 하고 싶은 마음이 다시 부풀어 오르게 된다.

「그때까지 저는 책이나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커피를 배워왔기 때문에, 제가 와 닿지 않아도 이게 좋은 커피이고 이거는 안 좋은 커피라는 많은 편견들이 있었습니다. 직접 맛을 느끼기도 전에 머릿속의 이론을 근거로 좋은 커피와 좋지 않은 커피를 가려내고 있었죠. 저희들에게 있어 확고한 방향성이 없다 보니, 손님들의 한 분 한 분의 반응이나 하루하루 매출 같은 것들에 굉장히 많이 흔들렸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굉장히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우리가 원하는 것들과 우리의 기준 같은 것들이 그때 생겼어요.」

「결국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저희들의 기준을 믿어보자고 생각하게 된 것이였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저희들의 기준에 100%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기준을 믿고 보자라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굳어지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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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보면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2018년, 두 사람은 심기일전한 끝에 히떼 로스터리를 새롭게 오픈하게 된다. 놀랍게도, 1년 후에는 ‘기쁜 고민’ 에 직면하게 된다. 상상 이상으로 손님이 많아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매장을 휴업하고 로스터리 도매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매장을 다시 오픈하게 된 것은 2년이 지난 후인 2021년이었다.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부나 데이터 수집 등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은 혼자 해내기엔 어려운 만큼, 여러 명의 스태프도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되었다.

「지금은 저희가 믿을 수 있고 함께하는 바리스타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 친구들한테 맡길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맡깁니다. 하루 종일 일에 사로잡혀 살지 않도록, 지금은 커피와 거리를 두는 시간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전에는 남는 시간이 생겨도 커피에 대해서 공부하고 카페를 가고 자꾸 커피랑 연관지어진 뭔가를 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만 집착했던 거죠. 다만, 그렇다고 당시의 저희들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중인 한국. 최근에는 그러한 기세가 누그러들고 있다고 정효재씨는 말한다. 거기에는 유행을 심하게 타는 한국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겉에서 봤을 때 굉장히 멋있어 보이고 매력적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외관상 화려하고 매력적인 세계로 비추어졌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세대들이 본인의 개성이나 비전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되게 많이 늘었잖아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유튜브 라든가. 다른 대안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긴 합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데이터가 충분히 쌓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익적으로 좋지 않고, 또 그에 비해서 커피를 잘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라는 것들을 학습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커피에 정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걸러 지게 된 것 같아요.」

「한국이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많은 경험을 할 틈이 없었기 때문에, 유행들이 이렇게 빠르게 왔다가 빠르게 지나가고 그게 또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행들이 모두 한 번씩 순환되고 나면은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할 수 있는 질 높은 문화들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그게 문화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들어 왔던 게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문화였고, 그 다음에 일본식 강배전 커피 문화가 들어왔고, 그 다음에 미국식, 그 다음에 호주식 스페셜티 커피 그리고 북유럽 커피같은 것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때 당시 유행할때는 새로 생기는 가게들이 전부 다 같은 방향을 주로 했었다면, 지금은 새로 생긴 가게들이 다양한 장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결합된 상태로도 생기고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길게 봤을 때는 장점이 될 수 있겠죠.」

「스페셜티 커피라는 게 단순히 커피가 아니고 어떤 문화적인 요소를 동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 변화가 필요한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영감을 받아 나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히떼로 거듭난 지 약 4년. 제공하는 커피부터 가게 인테리어, 경영 스탠스,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어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더 나은 커피를 제공하고 싶은 열정이라고 한다. 정효재씨는 히떼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옛날 카페에 찾아와주시던 손님들이 다시 찾아와 주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새로 카페를 열었다고 연락드린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어딘가에서 정보를 입수해서 저희 카페로 와주셨던 것이었지요. 저희가 운영하던 카페가 없어져서 너무 서운했고, 또 새로 만나게 된 것에 대해 반갑다고 말씀해주신 손님도 계셨습니다.」

사람의 본질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을 잃고, 스트레스속에서 일을 하고 있던 시절에도, 정효재씨의 정성은 분명 손님에게 전해졌을 것이리라.

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한국에서 남타커 라고 얘기하잖아요. 남이 타주는 커피. 제가 하루에 일로써 마시는 커피 양이 엄청 많으니까 아무래도 그때는 로스팅이 잘 됐는지, 맛있는지 맛없는지 평가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니까 그럴 때는 맛있다 맛없다 보다 잘됐다 못됐다 로 구분해요. 휴식을 하는 시간에 저희 아내나 친구나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돈 주고 사 먹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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