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affe Coffee Roasters 마텐 반데르 야프트

Giraffe Coffee Roasters

마텐 반데르 야프트

「최고의 한잔은 감동을 준다」 미각의 길잡이가 유도하는, 눈이 번쩍 뜨이는 커피의 세계

네덜란드의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 전통이 살아있는 수도 암스테르담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적인 빌딩이 즐비한 도시이다. 2013년 창업한 Giraffe Coffee Roasters(이하, 지라프 커피)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이 거리에 로스터리와 커피 바, 그리고 커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자는 현재 55살인 마틴 반데르 야프트(이하 마텐)와, 34살인 마크 조던(이하 마크). 마텐은 푸드 저널리스트 경력을 갖고 있고,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의 심사위원도 지낸 노련한 인물이다. 40대 중반에 커피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가, 자식뻘의 팀원들과 함께 추구하는 커피는 어떤 것일까.

잘 갈고 닦인 장인의 영혼

로스터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 ‘Giraffe=기린’은 가장 맛있는 아카시아의 잎만을 좋아하는, 야생의 미식가이다. 커피는 재배영역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에, ‘보석같이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찾아보자’ 라는 생각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지라프 커피를 상징하는 것은, 매주 수요일 아침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 커핑이다. 작은 대회처럼 블라인드 커핑을 실시하여, 모든 원두의 로스팅을 체크하며, 프로파일을 매주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

「유통기한, 계절, 기후 등의 환경에 따라 커피 생두의 상태는 쉽게 변하기 마련입니다. 똑같은 생두라도 상태가 일정치 않아, 로스팅 시간이 3초만 길어져도 그 맛은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실험해서 최고의 로스팅 프로파일을 찾아낼 필요가 있지요. 커핑에는 로스터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하는 것을 통해 어떤 로스팅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렇게 볶는 온도와 시간이 맛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케냐산 커피 원두는 로스팅하기가 매우 어려워 마치 투우장(鬪牛場)에 던져진 소와 같다고 마텐은 말한다. 같은 생산국의 원두라도, 지역이나 고도의 특성을 고려하여 로스팅을 세세하게 조정해 나가는데, 이 섬세한 과정이 항상 더 나은 맛을 이끌어 나간다고 한다.

「자기 자신과 커피밖에 존재하지 않는 예술적인 순간은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하는 장인의 영혼에서 의해 생겨납니다. 셰프의 인터뷰 등에서는 자칫 영감이나 참신한 시도 등에 초점이 맞춰지기 쉽지요. 장인이 마치 예술가인 양 타고난 감각이 필요한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99%가 노력에 의한 것이에요. 갈고 닦은 기술이 진정으로 뛰어날 때 예술성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눈앞의 컵 속에 그러한 예술성이 표현되어 지지요.」

마텐의 신중한 자세는, 생두를 매입할때에 있어서도 느껴진다. 생산자나 수입업자로부터 샘플을 시험해 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오면, 어떤 생산자가 기른 것인지, 샘플이 Q그레이더에 의해 평가된 것인지, 정제 방법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지 등등 차례차례로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마틴의 요구하는 기준이 높으며, 취향이 확고한 인간임을 알고 포기한다고 한다.

「제게 맛있는 커피의 정의는 깨끗하고 잡맛이 없으며 신선한 것이에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는 각국 생두의 유통 기한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량으로 구입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면 과테말라 생두는 4개월치만 구입합니다. 그래서 실망하는 생산자도 많아요.」

「제가 맛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나라의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정제방법으로 만들어진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지의 여부입니다.  케냐라면 바로 케냐의 커피라고 느껴지는, 그런 커피를 좋아해요.」

「극히 일부의 극단적인 예이지만, 특별한 맛을 추구한 나머지, 정제 과정에서 인공적으로 플레이버를 가하고 있는 생산자도 있습니다. 그러면 완전히 커피의 정체성이 상실되어버리죠. 너무 특별해지려고 한 나머지, 무엇이 커피를 특별하게 만드는지를 잊어버리고 말아버려요. 정말 특별한 커피란, 해당 지역 특유의 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라난 개성을 갖춘 커피이죠.」

「제게 있어서 스페셜티 커피는 개성이 표현된 잘 커피입니다만, 그 개성은  자연에 의해서 길러져, 생산자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커피의 재배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산자 자체가 떼루아의 핵이며 그 개성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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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커피 한 잔’ 을 찾아서

자신은 00년대 세대 같은 젊음이 있다는 마텐. 그는 10년 정도 IT업계에서 일하다 30대에 푸드 저널리스트로 변신했다. 그리고 15년 가까이 레스토랑의 평가와, 요리책 등을 집필하며 사회적 지위를 확립했다. 그런 그를 커피업계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추출한 커피에, 여러 가지 향이 있는 점이 저를 매료시켰어요. 가끔, 신이 내린듯한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낼 수 있어도, 좀처럼 재현되지 않고는 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신이 내린듯한 커피 한 잔을 추구하고 싶었죠.」

그런 마틴의 탐구심에 불을 지핀 것은 스페셜티 커피와의 만남이었다.

마틴은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방법에 대한 기사를 썼다. ‘커피의 추출은 서플라이 체인(supply-chain)의 최종단계에 있다. 그러니, 추출 하나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될 수 있어 정확하고 수준 높은 기술을 익혀야 한다-.’ 라는 내용.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한 애호가가 쓸 만한 뻔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커피업계 사람들이 보면 새롭게 비쳐졌을 지도 모른다. 레스토랑으로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의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 라고 하는 의뢰가 차례차례 날아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마텐은 네덜란드, 벨기에 바리스타 챔피언십의 심사위원으로도 발탁됐다.

「최고의 콩, 최고의 추출기술,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추구하는 사람들. 그러한 최고봉의 커피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감동적인 체험이었어요. 세계 수준의 대회에서는, 소름 끼치면서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커피 한 잔과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맛있는 커피는 신맛과 단맛, 깊은 맛이 우러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커피의 맛 차이를 알게 됐죠.」

그 후, 커피 잡지의 편집장을 맡은 마텐은, 시드니나 멜버른, 시애틀, 빈, 이스탄불, 런던 등 세계 각지의 커피 씬을 취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가 세계적으로 속속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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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대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지라프 커피를 말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동창업자인 마크와의 만남이다.

2010년, 마텐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네덜란드 팀의 코치로 있었다. 로테르담에서 실전과 다름없는 모의 대회장을 마련해 트레이닝을 하고 있던 중, 같은 빌딩내의 에스프레소 바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던 마크와 만나게 된다.

「마크는 퇴근 후 밤늦게까지 저희 훈련을 참관했어요. 그의 눈에는 에스프레소 바에서 하는 일과 우리가 하는 일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였을 테고, 점점 저희의 일에 끌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정을 다해 로스팅을 배우는 마크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마텐은, 마크와 같이 해외의 카페들을 찾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여행을 떠나며 파트너십을 맺은 두 사람은 로스팅에 뜻을 모으게 된다.

이후 마텐은 로스터 스쿨에서 강사로 일하던 마크와 함께 지라프 커피를 창업한다. 처음에는 로스팅 기계를 빌려 로스팅 했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작은 승합차로는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증가하게 된다. 그렇게 로테르담에 자신들의 로스터리를 개설하게 된다.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젊은 로스터들에게 로스팅 기계를 빌려주고 있다고.

「창업 당시, 음식 전문가셨던 어머니가 제 입맛이 너무 고상해서 커피회사를 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스페셜티 커피는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지만, 제 결심은 변하지 않았죠. 커피문화가 성장하고 있는 네덜란드에는 우리가 제공하는 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에게는 푸드 저널리스트로서 경험을 쌓아온 무기도 있었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을 평가 할 때에도, 자신의 주관으로 호불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나 이용 목적과의 매칭을 생각해 독자에게 소개해 왔다.

「커피를 안내할 때도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커피로 이끌어 줍니다. 말하자면, 미각의 여행 가이드와 같은 역할이지요. 손님의 마음에 드는 커피가 무엇인가를 알고, 2년 후에는 어떤 커피를 좋아하게 될지까지 판별해 나가는 것입니다.」

「음식 분야에서도 누구나 특급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요. 도시의 활기 있는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14살의 어린 아이라면 햄버거 가게를 제일 좋아할지도 몰라요. 저는 손님들이 그 때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커피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손님들의 커피 세계의 깊이가 깊어지고, 넓이가 넓어졌으면 합니다.」

미각을 언어화하거나 다른 사람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서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푸드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이다.

「눈(雪)을 표현하는 단어를 30개 알면, 30가지의 눈을 구분할 수 있잖아요. 미각을 표현하는 말을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정확하게 맛을 느껴서 표현할 수 있게 되죠.」

반면 세련된 감각을 갖는 것이 때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마텐은 지적한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쓰면, 거만한 태도로 보여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스페셜티 커피업계에는 이런 거만한 태도가 만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커피에 대한 사랑을 나누는 자세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을 미술관에 데리고 가서, 작품을 해설하면서 예술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듯이 새로운 문화를 가르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각은 지식과 경험과 함께 다듬어져 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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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게, 더 높은 곳으로

지라프 커피에서는 현재 레스토랑 등 도매상에 무료 커피 레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커피 교실도 개최하고 있다. 마텐은 커피 전도사로서의 사명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대규모 로스터가 업계에 진입하면서 스페셜티 커피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특별하지 않은 흔한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른 하나는, 생두에 대한 주관이 없는 소규모 로스터가, 품질이 낮은 생두를 사용하고 있는 케이스에요.」

「이것들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로스터들은 생두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좋은 것을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스페셜티 커피의 가장 큰 적은 스페셜티 커피 씬 자체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문제의식은 보석과 같은 커피를 추구하는 그의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다.

「맛있는 커피는 때로 눈물을 자아내죠. 그 감동적인 체험은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한 단계 진화시켜 줍니다. 무엇보다, 저희 회사에서 취급하는 커피를 선택할 때는, 블렌드에 적합한지에 대한 비즈니스의 시점이 필요하기도 하고, 커핑을 할 때는 프로로서의 객관적인 시점도 요구됩니다. 하지만 감동이 있는지의 여부가 커피를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인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저의 원동력은 커피에 대한 사랑과 감동을 나누며, 마신 사람의 눈빛을 보는 것이에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젊은이들과도 음식에 대한 사랑을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는 제가 그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있기에, 결코 일방통행적인 관계가 아니랍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죠.」

기린은 광활한 초원에서 긴 목을 펴고 마음에 드는 아카시아를 찾아다닌다. 지라프 커피도, 주옥같은 커피를 찾아 나서고 있고, 그  여행은 곧 10년째를 맞는다.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10년 일하면 다른 일을 하고 싶게 된다던 마텐은 55살의 나이에 그 전례를 깨고 있다.

「생산지에서 이뤄지는 실험적인 노력 등, 새로운 정보들이 빠르게 들어오고, 생두의 품질도 향상되고 있어요. 전 아직 커피의 세계, 특히 생산지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에요. 최근 2주동안도 코스타리카에 방문해서 F-1하이브리드 품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래서 지금도 배워야 할 것이 많아, 겸허한 마음으로 커피를 배우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만 해도 다 알려면 20년은 걸릴 텐데, 저는 전 세계의 커피를 알려고 하니깐요.」

글 : 카루베 미에코
편집 : 나카미치 타츠야
사진 : Joep.photo
번역 : 박치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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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 COFFEE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내 한 잔'

좋아하는 커피를 하나 꼽으라면 콜롬비아의 윌라 커피입니다. 커피 마니아들부터,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즐길 수 있는 커피이면서도, 누구나 최고의 품질이라고 인정할만한 맛이 있어요.

제 취향은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로 좁히는 것은 어렵지만, 생산지의 개성이 가장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는 커피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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