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nnan Coffee Traders Joshua Jagelman

Joshua Jagelman

Yunnan Coffee Traders

번영으로 향하는 중국 스페셜티 커피 산업

1

품질, 재현성, 확장성. Yunnan Coffee Traders(이하 YCT)는 이 3가지 요소를 가진 것을 스페셜티 커피라고 정의한다. 이 가치관을 바탕으로 YCT는 중국 남서부 윈난성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소싱하여 국내외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는 코모디티 커피 생산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동료들과 함께 YCT를 2014년에 창업한 이가 조슈아 자겔만(Joshua Jagelman) 매니징 디렉터다. ‘좋은 커피는 필수조건이며 비즈니스 방식도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중국 국내외 커피 업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YCT의 역사와 함께 풀어나가 보자.

2

스마트한 비즈니스 모델을

굳이 말할 것도 없지만, 스페셜티 커피 수출업자는 다양하게 있으며 회사마다 주 타깃으로 삼는 시장과 사업 전략이 다르다. YCT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건 현재 상황뿐만 아니라 시장 니즈에 맞춰 조정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이다.

그 때문에 YCT가 무역 금융(Trade finance)에 대한 접근 및 공급망의 신뢰성과 함께 중시하는 것이 있다. 바로 조슈아도 반복적으로 말하는 ‘품질, 재현성, 확장성’이라는 세 가지 테마이다.

YCT에서는 창업 이후 스페셜티 생산 기반이 거의 없는 윈난 지역의 커피 생산자들에게 말을 걸며 스페셜티 커피 재배를 장려해왔다. ‘우리가 제공하는 절차에 따라 재배해 준다면 품질을 불문하고 수년간은 전량 매입을 보장하겠다’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도전에 대한 위험을 담보함으로써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공정하고 가치 있는 시도로 만들고자 노력해 온 것이다.

3

파트너 생산자가 코모디티와 스페셜티의 최적 균형을 찾을 수 있다면 시장 가격의 변동에 좌우되지 않도록 리스크 헤지(Risk Hedge)를 할 수 있다. YCT의 입장에서는 생산자가 코모디티와 스페셜티를 재배함으로써 더 많은 스페셜티 커피를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YCT에서는 생산자에게 새로운 재배방법을 지도할 뿐만 아니라 CQI가 제공하는 Q그레이더(Q-grader)와 Q프로세싱(Q Processing)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YCT는 말하자면 스페셜티 커피 생산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조력자이다. 그렇다고 생산자를 장기 계약으로 묶어놓지는 않는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스스로 판매처를 개척할 것인지, 스페셜티 생산을 이어갈 것인지와 같은 선택을 생산자에게 맡기고 있다.

“저희 강점은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자금 조달입니다. 이런 저희가 이 지역에 가져온 것은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것이 좋은 커피를 재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인식입니다. 무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금융 거래 구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윈난의 수확 시기의 현금 흐름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관점을 제공하고 생산자가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 역할입니다. 그것이 반드시 스페셜티 커피의 생산을 의미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4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저희가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 전문가이긴 하지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타협하면서까지 높은 점수를 받는 커피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도 ‘비싼 값에 매입해 줄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유행하는 정제 방법을 이용해 색다른 커피를 생산한 농가는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변하거나 비용이 팽창하는 바람에 훌륭한 커피를 생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손실을 보고 말았지요.

스페셜티 업계에서 독특한 커피, 맛있는 커피를 찾지 않는 소매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산자는 그로 인해 새롭게 발생하는 리스크와 비용을 적절히 고려한 후 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머셜 커피만 생산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면 저희는 이를 권장합니다. 스페셜티와 커머셜의 최고의 비율은 개별 생산자들이 정하면 되는 겁니다. 그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인 동시에 친구이기도 하니까요”

Spacer
6

그 곳에 적합한 커피 생산을

태국 치앙라이에서 인터뷰에 응한 조슈아에게 인생은 이른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는 캘리포니아, 하와이, 시드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과테말라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호주로 돌아와 대학에서 초등교육 학사학위를 받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후 2001년 중국으로 이주해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후 다양한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50개 이상의 민족 및 언어 그룹이 존재하는 시솽반나의 보건부에서 일하는 지금의 아내와 만나 결혼한 것을 계기로 베이징에서 윈난으로 이주했다. 특수한 사정이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지역재활센터를 설립하여 5년 정도 운영했다.

7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다지 접점이 없던 사람들과의 만남은 조슈아의 가치관을 바꿔 놓았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에 더욱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농업 분야에서 생산에 관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 중점을 둔 형태로 일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슴에 품고 지역에서 사업 기회를 찾던 중 발견한 것이 스페셜티 커피였던 것이다.

“윈난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대부분 코모디티였지만, 수십 년 전 진출한 네슬레 등 다국적기업의 투자 덕분에 이미 커피 생산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지요. 이는 확실한 이점이었습니다. 저희가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저희는 품질과 양을 모두 갖춘 수출 가능한 커피를 무기로 시장에 진입하고자 했습니다”

8

한편 시장이 확립되어 있는 것은 생산자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재배 방법을 받아들이도록 장려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생산자들은 이미 코모디티의 생산에 대해 정통했으며, 오래 알고 지낸 바이어도 있었다. 조슈아와 동료들이 스페셜티의 매력을 전해도 돌아오는 건 왜 굳이 새로운 걸 해야 하느냐는 반응뿐이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생산자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아이의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커피를 생산하는 것이지 커피를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 저희 친구이기도 한 생산자 중에는 자기가 재배한 커피를 마실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도 있고, 하물며 스페셜티 커피 같은 건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9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생산자를 사로잡기 위한 인센티브로 조슈아와 동료들이 고안해낸 것이 앞서 이야기한 ‘전량 매입’ 방식이다.

이듬해 그 제안에 응한 생산자가 생산한 원두는 81점을 받았다. 스페셜티로서는 합격선 아슬아슬하게 기준을 넘긴 것이었지만, 처음 대량 생산한(20톤) 스페셜티 커피로서는 훌륭한 점수였다. 이에 좋은 반응을 얻은 생산자와 YCT는 연간 약 60톤 어치의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신규 파트너 생산자도 참여했으며 YCT는 자사 농장을 설립했고 웨트 밀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그는 커머셜 커피를 우선하겠다는 결단을 내렸지만, 저희는 이를 환영했습니다. 사업적으로는 올바른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해졌습니다. 커피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모든 생산 공정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저 절차에 따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만들어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10

이윽고 YCT는 연간 200톤의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게 되었다. 결코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품질이 좋고 재현성, 확장성이 있는 커피를 윈난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했다. 커머셜 커피보다도 훨씬 비싸고 안정적인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현실은 생산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 커머셜 커피의 시장 가격이 낮았던 것도 도왔을 것이다. 머지않아 생산자들은 ‘스페셜티를 생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제가 가족과 함께 YCT 본사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멍롄에 있는 반카 워싱 스테이션(Banka washing station)이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것도 그들에게서 신뢰를 얻은 요인이었을 것입니다. 필요할 때만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살며 매일 같이 만납니다. 가끔은 함께 바비큐를 하거나 한잔하러 가는 등 온 가족이 함께 어울리기도 하지요. 그렇게 그들과 삶을 공유하는 것이 변화를 뒷받침했다고 생각합니다”

Spacer
12

좋은 관계성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다

최근 중국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YCT에서도 중국 국내 점유율은 전체의 10%에서 20%(2022년 시점)로 증가했다. 생산 현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늘어나며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트레킹 등을 하는 투어의 일환으로 커피 농장을 견학하러 오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농장에서 로스팅된 커피를 통해 새로운 커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차를 마시는 나라였기에 소비자들은 이미 질 좋은 차의 매력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질 좋은 커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자기 나라에서 맛있는 커피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국 사람들과 생산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것입니다”

13

성장하는 시장에는 많은 기업이 진출하고 이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스페셜티 커피의 중간업자도 예외가 아니다. 윈난에서 생산된 고품질 커피를 사러 오는 기업은 증가하고 있다.

“저희는 생산자들과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다지 위협적으로는 느끼지 않습니다. 윈난 커피가 성취한 것이 증명하듯 경쟁은 혁신의 원천이 되고 업계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생산자로부터 부당하게 싼 가격에 사들이는 일도 일어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14

이외에 YCT의 성과로 눈에 띄는 것이 커피 생두 껍질을 주요 원료로 한 커피잔 ‘HuskeeCup’을 개발한 것이다. 드라이 밀에서 나오는 폐기물 감소에 기여하는 등 지속가능성도 고려된 HuskeeCup은 호주 굿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전 세계의 소매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세라믹 컵에서 HuskeeCup으로 바꾸는 카페도 수백 곳 존재한다.

조슈아는 HuskeeCup의 성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중국 남부의 농촌에 있는 드라이 밀에서 시작한 작은 실험에서 세계적인 제품을 탄생시킨 경험은 50세를 목전에 둔 조슈아의 가슴에 큰 뜻을 품게 했다.

“사람들은 단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상품 자체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HuskeeCup을 구매합니다. 디자인은 뛰어나고 용도도 놀라울 정도로 폭넓습니다. 예를 들어 열전도성이 높은 세라믹 컵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어 포개지지 않지만 HuskeeCup은 포갤 수 있습니다. HuskeeCup은 커피 업계가 배출하는 폐기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생산자들은 지방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왔고 커피 허스크를 사용한 제품일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지금은 지구를 우선으로 고려한 다른 소재, 예를 들자면 공중합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제품 제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서는 윈난 모델을 라오스와 미얀마, 태국에서도 중국의 스페셜티·커피 업계와 같은 빠른 성장과 성공을, 가능하다면 보다 안정적인 가격으로 실현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국가들의 커피 관계자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스페셜티 커피 비즈니스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국가에 있어 정답이 무엇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좋은 비즈니스 모델, 깊은 관계성, 그리고 서로를 공경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있다는 것입니다”

2,3,6,11,12:Image by Bryon Lippincott for Yunnan CoffeeTraders
TOP,THUMBNAIL,4,5,7,8,9:Image by Stuart Corlettt for Yunnan Coffee Traders
1,10,13,14:Image by Joshua Jagelman for Yunnan Coffee Traders
15:Image by @YunnanCoffeeTraders”

Spa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