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kin Ferney Guzman Elkin Ferney Guzman

Elkin Ferney Guzman

El Mirador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기 자신’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이어가다

Instagram: @elmirador_elkinguzman

구스만(Guzman) 일가는 콜롬비아 남서부 우일라주 피탈리토 지방에서 70년 이상 커피 생산을 해왔다. 그 3대째에 해당하는 엘킨 페르네 구스만(Elkin Ferney Guzman)은 발효의 선구자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엘킨은 2005년경부터 독자적으로 연구를 시작해 탄소 메서레이션(Carbonic maceration), 젖산 및 초산 내추럴 프로세스, 내추럴 하이드로 허니 등을 개발했다. 농장의 SNS 계정에는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전 세계의 커피 생산자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메시지가 온다고 한다.

성장 중인 커피 업계에서 전위적인 존재로 남고 싶다는 뜻을 품은 엘킨은 이제 정제의 대규모화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항상 시대를 앞서가는 그가 내다보고 있는 시선 끝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생산자도커피한잔을팔고있다

소비국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소비자가 그 커피가 생산되는 풍경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생산국에서 커피를 만드는 생산자도 자신이 만든 커피를 소비자가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물리적, 정신적인 거리감이 만들어내는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엘킨은 일찍부터 커피 업계에 공통되는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건 커피 한 잔입니다. 생두가 농장을 떠난 뒤의 일에 무관심해서는 안 됩니다. 저희가 생산한 커피를 소비자가 반복하여 구매하고 그들과 중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생산자에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생산자에서 서플라이어, 로스터, 카페로 배턴이 잘 넘어가고 카페의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에 소비자가 진심으로 만족한다면 그 사람은 그 카페의 단골 고객이 되거나 다른 사람을 데려올 것입니다. 입소문을 내주기도 할 겁니다. 그러면 카페와 로스터의 매출이 늘어나고 저희의 출하량도 늘어나게 되죠. 자연스럽게 공급망 전체가 성장하고 일회성이 아닌 거래 관계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즉 가장 끝에 있는 소비자 없이는 커피 업계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카페에 가서 돈을 지불하는 것도 소비자이며 맛있었다,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것도 소비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자인 저희도 소비자의 존재를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 때문에 엘킨은 고객으로부터 받는 피드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특징을 구현하기 위한 정제 방법 및 발효 공정을 계속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당한 양을 판매하기 위해 저희는 지금 최고의 발효 공정을 찾고 있습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커피 업계에서는 어려운 요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생산자도 그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실천적, 현실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출업체인 클리어패스 커피(Clearpath Coffee)와의 제휴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메일과 왓츠앱(WhatsApp)으로 고객의 피드백 및 정보 등을 고객과 직접 주고받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팀워크를 형성하게 되었고 공존공영의 관계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고객이 감탄할 만한 기술과 지식을 확립해 언제나 같은 맛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엘킨은 프로토콜의 표준화를 추진해 왔다. 그 일례가 커피 체리의 숙성도를 평가하기 위해 과즙에 함유된 당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공정의 표준화를 추진해 ‘맛있는 커피는 소량밖에 생산할 수 없다’는 기존 관념을 엘킨은 뒤집어버린 것이다.

“품질을 운에 맡겨서는 안 됩니다. 품질은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과 평가라는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저희가 전례 없는 발효 과정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도 발효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거듭해왔기 때문입니다”

발효로꾀한차별화

대학 졸업 후 바로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을 시작한 엘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 생산의 매력을 깨달았다. 주위의 환경과 온도, 습도, 강우량, 재배 시스템,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농장별로 다른 커피나무의 특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일한 조건에서 발효되도록 조정하면서 정제해도 전혀 다른 프로파일로 완성되는 품종도 있었다. 탐구심은 계속 깊어만 갔다.

커피에 함유된 당분을 변화시키는 미생물 연구를 통해 엘킨은 ‘발효가 커피 맛을 크게 좌우한다’는 가설을 얻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발효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밝혀내고자 했지만 2007년경 당시 업계에서는 아무도 발효에 주목하지 않았다. 엘킨이 발효에 대해 말해도 이를 이해해 주는 이는 없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외계인처럼 취급받기 일쑤였다.

“슬픈 일이지만 저를 도와줄 생산자는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느꼈던 건 주위의 질투와 무관심입니다. 커피를 수확하던 사람에게 커피 생산 방법을 물어봐도 ‘커피는 굉장히 힘든 일이야’, ‘잘 모르겠어’라는 대답밖에 못 들었으니까요”

2022년 현재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콜롬비아에는 커피의 발효를 연구하는 기관도 있으며 이는 ‘콜롬비아 커피의 품질 향상과 생산자 육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5년 전에는 전례도 없었고 누군가 연구한 흔적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엘킨은 자신의 느낌에 의지해 과감히 자금을 투입하고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엘킨이 발효 공정에 따른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진행한 것은 ‘동일한 조건에서 수확한 같은 품종을 약 90시간에 걸쳐 발효시키며 발효 진행 중 1시간마다 샘플링한다’는 실험이다. 발효 시작 후 12시간 시점부터 샘플링을 시작했으며 발효가 완료될 때까지 1시간 간격으로 빠짐없이 샘플을 채취했다.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꼬박 4일에 걸쳐 완료했다.

“이 결과에서 가장 중요하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80개에 가까운 샘플의 프로파일이 모두 달랐다는 것입니다. 발효 시간에 따라 커피의 품질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중 평가에서 90점을 받은 것도 있어 너무 기뻤습니다”

그 실험을 출발점으로 발효 연구를 심화시킨 엘킨은 그 후 탄소 메서레이션(Carbonic maceration), 젖산 및 초산 내추럴 프로세스 등을 만들어 각각의 로트에 따라 최적의 발효 공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고객과 업계에서 매력적인 생산자가 되려면 남들과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고객들도 다른 곳과 차이를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년 다른 정제 방법 및 프로파일을 찾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저희도 변해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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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하기에따라결과는변한다

엘킨은 처음부터 혼자서 이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 배운 ‘내 지식을 공유하면 내 지식도 늘어난다’는 말이 가슴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 하나의 이유다. 일정한 성공을 거둔 엘킨은 어느 시점부터 콜롬비아의 젊은 커피 생산자를 대상으로 이를 실천해 나갔다.

“전통적인 재배 방법에 얽매여 있다, 이익이 늘지 않는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 고객이 오지 않는다…. 커피 때문에 부모님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그들은 업계의 부정적인 측면만 눈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배울 의지가 있는 사람, 제게서 뭔가를 얻어 가고 싶은 사람은 우선 농장으로 오세요. 엘킨은 그들에게 이렇게 호소하며 인턴십 같은 기회를 마련했다. 실제 작업과 생활을 함께 하면서 자신이 체득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했다. 기간은 1주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의식과 태도를 변화시킬 계기로는 충분했다.

Instagram: @elmirador_elkinguzman

“제 농장은 그들과 같은 지역에 있으며 재배 품종도 동일합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최신 설비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 농장을 보여주며, 품질에 차이를 만드는 건 일에 대한 자세와 사고방식이라고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을 믿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더 나아가 엘킨은 시장 가격이 높을 때 품질이 뒷전이 되는 경향도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커피의 국제 시장 가격은 변동률이 심하기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벌어두고자 하는 심리가 생산자 안에서 작용한다. 이것이 가능한 한 빨리 수확해 빨리 팔아치우려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저는 ‘항상 안정적인 품질로 상태가 좋은 커피를 판매하도록 합시다. 높은 가격으로 팔릴 때일수록 최선을 다하고 낮은 가격으로만 팔릴 때는 개선을 진행하도록 합시다’라고 전했습니다. 시장가격에 좌우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그들이 이해해 줬으면 했습니다”

Instagram: @elmirador_elkinguzman

전위적으로나아가다

엘킨의 가르침을 실천해온 젊은이들 중에서 스페셜티 커피 콘테스트 우승자, 더 좋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사람, 고객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커피의 미래를 믿는 생산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교체는 분명 잘 될 겁니다”

업계 내에서 엘킨의 명성이 높아지며 SNS를 통해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전 세계의 커피 생산자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저희는 저희가 개발한 방법이 각국 특유의 조건하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어레인지 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보낸 조언이 커피 품질의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받기도 합니다. 저의 도전이 이러한 확산을 낳고 있다는 점이 정말 기쁩니다”

2016년에는 세계적인 커피 미디어 스프러지(Sprudge)에서 ‘Notable=특필해야 하는 커피 생산자(Coffee Producer)’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등 엘킨은 업계 내에서 유명해졌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2004년 무렵 같은 시기에 업계에 진입한 생산자들 중 대부분이 이제는 더 이상 이름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Instagram: @elmirador_elkinguzman

‘로컬적으로 일하지만 글로벌하게 사고하라’를 모토로 하는 엘킨은 현재 한 회사와 공동으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대량 정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30톤이라는 양을 균일한 품질로 정제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위생 상태 유지, 건조 공정의 품질, 포장 대응, 유통기한, 시간의 경과에 따른 품질의 변화 등의 과제를 클리어해 커피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조종간을 잡아 안정을 만들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커피 소비국의 시장과 문화, 사람들의 취향은 한결같지 않으며 시간이 흐르며 변해간다. 그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유연한 자세로 혁신을 이어가는 것이 하늘을 계속 날기 위한 비결이라는 것을 엘킨은 알고 있는 것이다.

“커피는 아직 발전과 확대 국면에 있는 새로운 업계입니다. 100년, 1000년 단위의 역사를 지닌 와인과 맥주, 치즈의 정제 과정에 비해 커피의 정제 과정의 역사는 불과 20~3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위적인 존재로 있는 것, 개선을 반복하고 최고를 추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종 업계 사람들은 저의 경쟁 상대가 아닙니다. 제 경쟁 상대는 저 자신입니다. 더 좋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매일 스스로에게는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친구나 고객에게는 아낌없이 공유할 수 있는 인간이고 싶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글 : 나카미치 다쓰야(中道 達也)